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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곧 Feb 18. 2023

평원석과 국화석

지인으로부터 귀한 선물을 받았다. 수석들이다. 평원석과 국화석이다. 평원석은 평원이 펼쳐지다가 그 끝에 솟아 오른 산이 있는 형상의 수석을 의미한다. 국화석은 화강암에 까만 오석으로 국화잎 무늬가 형상되어 마치 국화꽃이 피어 있는 듯한 문양석이다.


젊은 시절 한 때 일요일마다 수석을 하러 다녔다. 주로 충주댐 건설로 수몰될 예정지였던 청풍이나 단양 등의 남한강 지역을 다녔다. 새벽으로 관광버스를 타고 가다가 한남 4거리에서 순두부 한 그릇으로 아침을 때우고 하루종일 돌밭을 헤매며 탐석을 하곤 했다.


배낭으로 하나 가득 돌을 가져오다 보면 무거워서 등에 올리지도 못하고 질질 끌며 집으로 가져오곤 했다. 물론 집에 와서 찬찬히 보면 그중에 한두 점 정도만 집안에 가져오고 나머지는 마당 한 귀퉁이에 쌓아두곤 했다.


그렇게 모은 수석이 수십 점이 되지만 유독 평원석은 한 점도 하지 못했다. 물론 강돌을 줍다보니 화강암에 새겨진 국화석 같은 문양석은 접근도 못했었다.


이제 수석 탐석을 그만둔 지 수십 년이 지난 지금 구경도 못했던 평원석과 국화석을 그것도 아주 명품을 지인 덕분에 매일 감상하고  있다.  


오석 평원석의 매끈하게 먹은 수마를 보면서 이 돌덩어리가 지나온 세월을 보게 된다. 자연 속에서 지나 온 억겁의 시간과 내가 만난 것은 아주 찰나의 순간일 뿐인데 기적적으로 허용된 시간 속에 함께 있는 것이 아닌가!


바다가 솟고 땅이 갈라지고 다시 밀친 결과 산봉우리 화강암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 돌조각이 떨어져 나가 수백만 년 동안 빗물과 강물로 다듬어져 이렇게 아름다운 국화무늬가 새겨진 수석이 된 것이다.


이런 자연의 신비로움이 우리에게는 끝없는 경뇌로움을 느끼게 한다. 바다와 땅의 힘이 만들어낸 이 아름다운 수석은 우리에게 무한한 감탄을 자아내며 우리의 마음을 감동시킨다. 자연은 우리에게 놀라움과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존재이며, 우리는 항상 그 아름다움에 감사하며 삶을 사는 것이다. 아름다운 국화무늬가 새겨진 수석은 우리에게 그러한 생각을 떠오르게 한다.


수석에서 자연의 시작과 억겁의 시간이 지난 현재를 본다. 동시에 수석과 마주하고 있는 나는 그 시작과 현재사이에 아주 찰나에 허용된 시간을 가지고 이 자연을 감상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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