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초에 태능에 갈비촌이 형성되었다. 특히 육사로 가는 너른 길 왼편에 있는 배밭에 돼지갈빗집들이 많았다. 돼지고기에 이곳 명물인 먹골배를 갈아 넣었다는 소문이 사실인지는 몰라도 태능 숯불갈비는 고기의 질이 좋았고 양념도 남다른 맛이 있었다. 당시 대부분의 고기를 연탄불에 구워 먹던 때라 숯불로 구워 먹는 돼지갈비는 고급지기까지 했다. 1980년대에 장위동에 살았던 필자는 아직 어렸던 아이들을 데리고 태능 숯불 돼지갈빗집을 자주 가곤 했다.
태능숯불갈비는 원조격인 태능 솔밭갈비부터 대부분 배밭에서 갈빗집을 내면서 배밭갈비, 태능, 공릉동 근처에 있어 태능갈비 등의 상호를 쓰고 있었고 숯불을 이용하면서 자연스럽게 태능숯불갈비라는 이름을 많이 사용했는데, 그래서 아직도 돼지갈빗집을 칭하는 보통명사가 되기도 한 것 같다.
그러나 1990년대 초 태능 지역 도시개발로 태능 갈비촌은 태능 배밭에서 나와 불암동, 남양주 별내, 구리 담터, 수락산, 장위동 등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일설에는 전두환이 대통령이 되고 나서 육사를 방문했는데 육사 앞길 옆에서 돼지갈비를 굽는 냄새와 연기가 나는 것을 보고 없애라고 했다는 말이 있기도 했다. 실제로 여러 배밭 갈빗집들이 그린벨트훼손·농지전용 등 불법 영업행위 단속으로 행정조치를 받은 적이 있었다.
지난 7월 1일 주말에 담터에 있는 태능숯불갈비집을 갔었다. 이 집도 태능 갈비촌에서 돼지갈비를 팔았던 사람이 90년에 이곳에서 새로 시작한 집이다. 이곳 구리 담터도 신도시 개발로 재개발되면서 7월 2일까지만 영업을 하고 다시 다른 곳으로 이전한다고 한다. 80년대에 먹었던 돼지갈비의 향수가 남아 있는 또 한집이 멀리 이사 간다고 하니 그전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해 지인들과 함께 들렸다.
맛의 경험은 그 때의 감정과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다. 그때의 소중한 순간들을 떠올리며 갈비를 먹는 것은 그 때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준다. 아이들 키우면서 여유가 없었지만, 배밭에 와서 꽃도 보고, 왁자지껄 사람들 사이에서 고기를 굽던 그 광경이 아련히 떠오른다.
당시 푸릇푸릇했던 집사람의 외모가 떠오른다. 갈비를 맛있게 먹으면서도 수줍은 듯 항상 손으로 입을 가리던 모습이었다. 이제는 완연한 할머니가 되어 수줍게 입을 가리지는 않지만 맛있게 먹으며 웃는 모습은 여전하다. 맛이 주는 즐거움을 통해 과거의 행복한 순간을 회상하며 현재를 더욱 가치 있게 살아가게 만든다.
함께 간 지인들은 지금의 갈비 맛을 음미하면서 맛나다고 하고 있지만 나는 추억의 맛을 기억해 내면서 그 맛이 빠져들었다. 정신없이 얼마나 먹었는지 식대가 많이 나오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