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2학년 때 생화학 대사(metabolism) 수업에서 탄지시험은 어렵기로 악명이 높았다. 대사는 한 화합물이 여러 단계의 반응을 거쳐 다른 화합물로 변화하고, 단계마다 다른 효소가 차례로 반응을 촉매 하는 화학반응이다. 탄지시험은 탄수화물과 지질대사가 서로 연결되어 생체내 물질의 분해와 합성 같은 끝없는 대사경로를 시험지 앞뒤로 3-4페이지에 이어지는 답안을 써야 하는 시험이다.
탄수화물 대사는 탄수화물이 흡수되면 글루코우스 즉 당분으로 분해되어 뇌를 포함한 우리 몸의 에너지원으로 공급되는 대사과정이다. 그러나 과다한 탄수화물 섭취는 에너지로 공급하고도 남는 당분이 그대로 피에 남아 이것이 혈당을 높이게 만든다. 혈당이 높아지면 피에 설탕성분이 많은 상태로 피가 끈적끈적해진다. 이 상태의 피는 모세혈관의 피돌기를 저해하기 때문에 모세혈관이 많은 몸의 여러 장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혈당이 높아지면 췌장이 나서서 피의
당분을 분해하여 혈당을 낮추는 일을 한다. 그러나 이런 과정이 매일, 수년간 반복되면 췌장의 부담이 커지면서 취장의 혈당 낮추는 능력이 저하된다. 이 상태가 당뇨병이다.
지질대사는 간이 지방을 분해하여 당분 즉 에너지를 만들게 하는 대사이다. 이 경우도 당분이 발생되지만 이는 과다하게 섭취해서 급격히 오르는 탄수화물 대사의 당분과 달리 서서히 당분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설사 혈당이 오른다 해도 혈당을 낮추기 위한 췌장의 부담은 크지 않다. 당분을 섭취하지
않았는데도 시간이 지나면서 혈당이 서서히 오르는 것은 이 지질대사에 의한 것이다. 지질대사가 멈추면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여 혈당 조절이 어려워지고, 결국 당뇨병이 발생할 수 있다.
대부분 당뇨병은 많이 먹어서 생기는 병으로 비만일 경우가 많다. 당연히 탄수화물이 과다하게 섭취되기 때문에 당뇨병환자나 비만인 사람은 지질대사의 필요성이 없어 지질대사는 멈춰있게 된다.
당뇨병을 통제하려면 탄수화물 대사를 줄이고 지질대사가 다시 일어나게 해야한다. 지질대사를 다시 작동시키려면 우선 당분이 부족하다는 신호를 몸에게 보내야 한다. 가능한 방법은 아침과 저녁 중 한 끼를 탄수화물을 먹지 않는 일이다. 이렇게 해서 12시간 이상 탄수화물 대사가 일어나지 않게 해주면 우리 몸은 필요한 당분을 얻기 위해 체내에 있는 지방을 에너지로 바꾸는 지질대사를 일으키게 된다.
지금은 생화학과는 거리가 먼 산업의 일을 하고 있지만 당뇨병을 관리하는 상황에서 몇십 년 전에 공부한 것이 도움이 되는지 탄수화물을 적게 섭취하고 그럭저럭 혈당도 100 근처에서 관리하고 있어, 당뇨병으로 고생하는 여러분들과 공유하고 싶어 기억을 끄집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