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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가렛꽃 Aug 21. 2022

동네 마실 가는 뜨락

아름다운 사람

쉬는 날이라 동생과 함께 집을 나서는데 봉선화 꽃이

너무 예뻐요. 벽돌집에 살면서 봉선화 꽃을 피우는

집주인은 얼마나 행복하실까요?


봉선화의 색은 유치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런 천연의 자연색이 좋아요. 봉선화 꽃 물을 들여주던 할머니와 할머니의  꽃무늬 옷, 그리고 유치했던 우리의 대화를 떠올려 봅니다.

할머니는 어디서 그렇게 귀여운 꽃무늬를 매번 구해  왔을까요?

감성 있던 그 시절 다시 돌아올까요?

유치하고 느리게만 흐르던 유년시절이 그립습니다.

할머니와 봉선화를 생각하다 보니 목적지에 금세 도착했습니다.

일요일마다 동생과 함께 종종 카페 데이트를 즐깁니다.

카페 사장님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셨습니다. 

오늘도 꾸밈없이 표정, 눈빛, 손길에 모든 다정함을 담아서요.

벌써 십 년이 넘게 단골입니다. 십 년이 지나면 그냥 보통의 손님과 사장 사이를 뛰어넘게 돼요. 서로 제법 아는 사이가 되죠.

어려운 일을 겪을 때마다, 이곳에서의 쉼은 큰 위로와 따듯함이 되어 우리 남매를 보듬어 주었습니다.


바리스타이자 입맛이 예민한 동생은 예가체프를, 저는  따듯한 안티구아를 좋아합니다.

사랑하고 관심이 있다는 것은 서로의 입맛과 취향을 꿰뚫고 있다는 것이죠.


특별히 편안하면서도 부드러움을 갖춘 안티구아의 향이 좋아요. 한 잔의 커피에 마음까지 편해지는 기분이 들거든요.


우리 남매는 커피를 할머니께 배웠습니다.

할머니는 옛날 사람으로 참으로 옛날 사람 같이 '코피'라고 얘기하시곤 했어요.

임금님도 마시는 음료라고 처음에 배우셨대요.


엄마를 건너 바로 앞 세대일 뿐인데, 할머니의 이야기들은

종종 호랑이 담배 피우는 시절 급이었어요.

그래도 그런 할머니의 유치한 유머를 사랑했습니다.


커피 마시고 팥빙수도 먹었습니다.

올해 여름 뭐가 그리 바빴기에, 팥빙수도 못 사 먹었지? 이런 생각이 들어서 냉큼 시켰어요.


저는 팥빙수를 좋아해서, 제 소설 속에 팥빙수를 먹는 장면이 자주 등장합니다.

'너에게 건네는 눈 꽃 한 그릇'

누가 눈을 먹을 생각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눈을 먹일 생각을 하기 시작했을까요?

사람은 역시 아름답고 음식은 사랑스러워요.


할머니는 예전에 눈도, 고드름도 먹었다고 말해줬어요.

사람도 자연도 모두 깨끗해서 믿고 먹을 수 있던 시절이라고 하셨죠.


제게 할머니는 아름다운 분이셨습니다. 할머니를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을 배워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언제나 할머니의 고운 마음결을 담고 싶거든요.


보고픈 할머니와 빵집에서 옛날식 팥빙수를 먹던 기억 너무 좋아요. 

이러한 연유로 팥빙수는 그냥 그런 음식이 아닌 제게는

그 어떤 기분과, 특별한 장면입니다. 앞으로도 소설 속에 종종 나올 것 같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 새로운 토스트 가게가 오픈했더라고요.

핫도그도 팔길래, 추천 메뉴 하나씩 골랐습니다.

맞아요, 제 위 크기에 총량 따윈 없습니다. 먹고 싶으면 먹어요. 비록 일 년 내내 다이어트 중이기는 합니다.


우연하게 이곳의 이름도 해피 토스트였어요.

가족분들이 함께 운영하시는 것 같았는데, 행복해 보였습니다.

우리 집도 행복분식이라 이런 거에 괜스레 동질감 느껴요.


마지막으로 또 할머니 얘기를 하자면 할머니는 토스트도 핫도그도 햄버거도 집에서 직접 만들어 주셨어요.

예전에 미군부대에서 일을 했다고도 한 것 같고, 미군부대 근처에서 살았다고도 들은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영어도 곧잘 하시고 양식도 잘 만드셨어요.


북한에서 피난 나와서 고생 많이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파주에 가면 북한 쪽을 오래 바라보셨어요.

고향이란 엄마품 같아서 늘 그리운 거래요. 저도 할머니 품이 늘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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