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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옹일기 Jan 28. 2021

출근 시작, 분리불안 시작.

노트북에 털이 하나도 안 붙어 있는게 이상하다고요.


소의 해 아침에 태어난 사람은 일복이 많단다.

엄마한테 나 몇 시에 태어났냐고 물어보니 '모른다' 하셨다.

(그렇지만 나는 아침에 태어났다고 믿고 있다.)

올해는 육십간지 중 38번째라는 하얀 소의 해라는데.

파란 소의 해에 태어난 내가 올해의 시작과 동시에 일복이 터진 데에는,

이 '소'의 기운이 강하게 작용한 것이라고.

어쩐지 자꾸 그런 미신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 종교는 무교)




다시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 건 작년 7월 쯤부터였다. 집에서 멀지 않은 몇 군데의 회사에 이력서를 넣고 연락을 기다렸다. 보수는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거리가 가깝고 식대 제공이 된다면 그건 그것대로 이득이라고. 타협할 만했다. 그러나 연락이 온 회사들은 당최 마뜩잖은 곳들뿐. 내게는 여전히 '방구석 크리에이터'라는 유리 감투가 있었다. 조금 더 버텨 보기로 했다.



고양이들과 함께,

연말까지 쭉.



고양이 있는 집에서 일하다 보면 생기는 일



그런데 묘하게도 12월에 접어들면서 이곳 저곳에서 연락이 왔다. 몇 차례의 면접 끝에 예상보다 빨리 출근할 곳이 결정되었다. 뒤늦게 연락을 준 다른 회사에서는 무척 아쉬워했고, 프리로 일하자는 곳도 2군데나 있었다. 이미 그때부터 예견된 '소'의 운명이었다.



묘아일체: 고양이가 나고 내가 고양이었던 시절, 아 옛날이여...



지난 1년, 그건 길고 긴 겨울잠이었지. 무척 행복해서 내내 깨고 싶지 않은 꿈. 내가 가꾼 공간 속에서 사랑하는 존재들과 만든 온정의 시간을 기록하는 일. 컴컴한 아침 여섯 시에 눈 비비고 일어나 쓰라린 새벽 공기를 맞으며 출근을 하면서 깨달았다. 아아, 그건 현실이 아니라 꿈이었다고.  


이제 더 이상 새벽까지 게임을 할 수 없고, 아침 10시까지 늦잠을 잘 수도 없다. 하루 종일 자동 문구 검사기가 된 기분으로 모니터 앞에 앉아 오타와 띄어쓰기를 검열하는 것은 물론, 퇴근 후에도 자주 개인 작업을 위해 노트북을 펼쳐야 한다.



집사의 도시락 서리에 나섰다가 본인이 서리 당한 똥멍청이 고양이
출근 전 1묘 시위에 나선 서열 1위의 회색 고양이



감사하게도 회사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내게는 10년이 넘게 갈고 닦아온 사회 생활에 대한 노하우가 있었으니까! 다만 가끔씩 내 명치를 훅 치고 들어오는 건 이를 테면 내 허벅지에 턱을 괴고 자는 리찌, 모니터를 자꾸 가리던 덕구의 하얗고 부슬부슬한 꼬리, 오후 네시면 울려 퍼지던 모모의 잠투정 같은 것들에 대한 그리움. 깨끗하게 털 하나 묻지 않은 모니터와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귀가 아픈 사무실의 적막이 도통 적응이 안 된다는거.


이것이 말로만 듣던 분리불안일지도 몰라.

(너는 고양이가 아니라 사람이라고.)


오늘도 어제처럼 괜시리 아무 것도 없는 허벅지를 혼자 쓰담쓰담한 뒤에 모니터의 시계를 본다. 4시 20분. 여전히 퇴근은 멀었다. 집에 가면 덕구의 뭉친 털을 마저 잘라주고, 출근 이후로 부쩍 투정이 심해진 쿤이를 맘껏 안아줘야지. 바닥에 잔뜩 펼쳐져 있을 모래를 치우고 감자를 캔 뒤엔 내일 먹을 도시락도 싸야지. 나를 기다리고 있을 녀석들(착각일지도) 만큼이나, 퇴근 시간에 가까워질수록 내 마음은 부풀어 오른다.



집사의 부재로 고양이들은 더 친해진 것 같기도, 서열이 엄격해진 것 같기도 합니다.(나란히 서열 1, 2, 3등)



아...방구석 크리에이터를 탈피했음에도 내 세계는 여전히 고양이로구나.

 


※ 집사가 바빠져도 유튜브 영상 업로드는 멈추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전 만큼 자주는 어렵겠지만, 간간이 짧은 영상이라도 올리려구요! 종종 놀러와서 애옹이들 쓰담쓰담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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