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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크럼 Apr 19. 2024

『반짝임을 너에게』 산밤 인터뷰 上

저의 결론은 ‘그럼 내가 갖고 싶은 그림을 제안해 보자.’ 였습니다.




“문득 일탈은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 숨을 돌리며 이런 세상도 있구나 느끼는

그 시간이 모두 일상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는 거라고.”


몽환적인 일상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산밤의 세상을 들여다보자.



Q1. 안녕하세요, 작가님. 첫 출간이라 많이 떨리시지 않을까 싶어요. <반짝임을 너에게>로 처음 뵐 독자분들께 간단한 인사 부탁드립니다.



A1. 안녕하세요, 일러스트레이터 산밤입니다. 반짝이는 익명의 파스텔 소녀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반으로 주로 활동했는데, 실물 책으로 인사드리는 건 처음이에요. 신기할 따름입니다.



Q2. 작가님의 그림에는 눈길이 가지 않을 수가 없는 듯합니다. 파스텔 색감에 물든 소녀들이 시선을 확실하게 사로잡는데요. 이렇게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2. 파스텔 소녀 시리즈의 시작은 대학생 무렵, ‘삼성 갤럭시 테마’라는 디지털 배경 화면 시리즈를 제작하면서부터였어요. 다만 처음부터 소녀 그림체로 그렸던 것은 아니에요. 다양한 그림체를 보여 주고 싶어 이것저것 시도했지만, 당시 시장 반응은 그리 크지 않았죠. 그때 처음으로 ‘사람들이 지갑을 기꺼이 열어 사고 싶은 그림’을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그냥 잘 그린 그림과 갖고 싶은 그림에는 명확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습니다.

저의 결론은 ‘그럼 내가 갖고 싶은 그림을 제안해 보자.’ 였습니다. 힘을 조금 빼고 제가 좋아하는 취향을 듬뿍 담아 그린 ‘파스텔 색감의 소녀’ 시리즈를 그리니 저와 비슷한 감성을 가진 고객분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실제로 판매되는 것을 본 순간 ‘아,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예술이란 시장은 반응이 없으면 완성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런저런 시도 끝에 받게 된 작은 관심들이 너무 소중했답니다. 그렇게 파스텔 소녀들과 꾸준히 보낸 시간이 벌써 햇수로 8년이 되었네요.



Q3. 보드라운 파스텔 색감과 매력적인 소녀들은 작가님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습니다. 파스텔 소녀 시리즈를 꾸준히 유지하시는 이유가 있으실까요?


A3. ‘파스텔 소녀’는 저와 취향을 같이 하는 분들께 제일 쉽고 편하게 말을 걸 수 있는 시각 언어입니다. 이 그림체로 어떤 내용을 말했을 때 귀 기울여 듣고 대답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많은 거죠. 계절의 변화, 인물의 감정, 비현실적인 모멘트나 색감 등 어떤 소재를 이야기해도 바로 캐치할 수 있는, 그런 감각을 가진 분들께 앞으로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이 시리즈를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습니다.



Q4. 사랑스러운 작가님의 작품들을 모아 볼 수 있어 정말 좋다고 생각합니다. 팬분들께도 선물 같은 도서일 듯한데요. 처음 출간 제안을 받으셨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이전에도 출간 생각이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A4. 정말 처음에 느꼈던 감정은 말 그대로 ‘큰 물음표’였습니다. 물론 기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맨 처음 메일의 제목을 읽었을 때는 ‘나한테 보내신 것이 맞나…?’ 싶은 기분이 들었답니다. 스스로 저의 그림을 ‘마니아층에서 가장 상업적인 포지션’이라고 생각했기에 상업적 필드의 출판 쪽에서 감사하게도 먼저 제안을 주실 줄은 전혀 생각도 못 했거든요. 언젠가 여름을 주제로 독립 출판을 해 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있었습니다.



Q5. 이번 도서 표지가 정말 눈부십니다. <반짝임을 너에게>라는 책 제목과 정말 잘 어울리는데요. 표지에서 어떤 부분을 가장 신경 썼는지 말씀 주시면 좋겠습니다.



A5. 제일 흥미진진하게 숨겨둔 장치는 우측 하단의 다른 ‘손’입니다. 서점을 지나다니는 사람이 매대에서 도서를 얼핏 봤을 때는 그냥 소녀가 한 명 서 있는 그림으로만 보여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소녀’가 책의 메인 화자니까요.
하지만 걸음을 멈추고 가까이서 봐 주는 사람에게는 제대로 말을 걸고 싶었어요. 소녀는 ‘어떤 누군가’에 의해 걸음을 멈춘 거라는 걸 보여 드리고 싶었죠. 그 누군가가 어떤 인물일지는 표지를 보는 사람의 상상에 온전히 맡기고 싶었습니다.
거기에 제목과 어울리는 후가공을 디자이너님께서 반짝반짝 열심히 작업해 주셔서 그 부분이 정말 마음에 듭니다. 훅 지나가는 유성과 반짝이는 별이 제목과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Q6. 작가님의 글을 보면 작가님만의 감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느껴집니다. 그림과 함께 읽으면 더욱 즐기기 좋은데요. 글보다는 그림으로 표현하는 게 익숙하실 텐데, 이번에 글 작업을 하며 힘들었던 부분이 있으셨을까요?



A6. 출판사 직원분들께서 정말 열심히 도와주신 부분입니다만, 저는 감성을 글로 적는 것에 약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소설을 읽어도 SF를 주로 읽어서요. 저에게 그림을 그리는 것이 음식을 차리고 “무슨 맛이게?” 하는 느낌이라면, 글을 쓰는 것은 “이걸 어떻게 먹는 거냐면 이 포크를 집어서 이렇게 나이프랑….”하고 더 세심하게 감정을 짚어 주는 느낌이었어요. 생각했던 무드를 글로 쓴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더군요. 그만큼 저의 생각이 낱낱이 들어간 다정다감함이라고 생각하니 당황스러워 키보드를 치다가 머리를 식히고 온 적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출판사 분들이 그런 서정적인 부분을 정말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Q7. 작가님께 <반짝임을 너에게>는 어떤 의미인가요?


A7. 살면서 보았던 설레는 순간들을 한데 모아 독자분들의 손에 쥐여 드리고 싶었어요. 파스텔 소녀들의 이야기가 여러분의 소중한 인생에 0.1초 정도라도 머무를 수 있는 찰나의 반짝임으로 다가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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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9. 작가님은 휴대폰 테마로도 유명하신데요. 내 손안에 작가님의 작품이 있다니, 기쁨을 느끼기에 더없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휴대폰 테마를 꾸준히 제작하게 된 계기가 따로 있으실까요?


A9. Q2에서 조금 더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산밤 작가님의 이어지는 인터뷰는 2024년 04월 22일 월요일 18:00에 부크럼 브런치에서 만나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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