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게 가득가득 쌓여 미소 짓는 한 부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한 뼘이라도 성장하기 위해서, 새로운 기회를 붙잡기 위해서
무뎌지면 안 되겠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우리는 여전히 미완성 상태이니 다시 달려가 봅니다.”
유튜버이자 아나운서, 그리고 『잃어도 이뤄냈으니까』의 저자 허우령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Q1. 안녕하세요, 작가님. 드디어 첫 도서가 출간되었네요. 축하드립니다. 『잃어도 이뤄냈으니까』로 만나 뵐 독자분들께 간단히 인사 부탁드립니다.
A1.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유튜브 ‘우령의 유디오’에서 크리에이터, KBS 앵커로도 활동 중인 허우령입니다. 이렇게 카메라 앞에서만 비쳤던 제가 <잃어도 이뤄냈으니까>라는 첫 에세이로 독자분들을 만나게 되어 기쁘고 설레는 마음이네요.
Q2. 작가님께서는 유튜브를 통해 여러 일상과 새로울 수 있는 경험을 보여 주시는데요. 이렇게 온전한 한 권의 책으로 출간하기를 마음먹은 특별한 계기가 있으실까요?
A2. 책을 쓰자고 생각한 가장 큰 이유는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됐습니다. 저는 영상을 통해서 저의 모습을 진솔하고 유쾌하게 보여 드리고자 노력 중입니다. 그러나 10분 내외의 영상에서는 제 인생 전반적인 이야기와 전달하고 싶던 메시지를 온전히 담아내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그런 이야기들을 이 안에 빼곡히 담고 싶었어요. 그러면서 ‘카메라 속 허우령’ 뿐만 아닌 ‘일상과 현실을 살아가는 허우령’의 모습을 통해 독자분들과 가까운 관계를 맺고 싶었습니다.
Q3.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글을 쓰는지 궁금한 분들이 계실 것 같아요. 작가님은 이번 원고 작업을 어떻게 진행하셨을까요? 그리고 글을 쓰실 때 어떤 부분을 잘 담아내고자 신경 쓰셨는지도 궁금합니다.
A3. 시각 장애를 갖게 되고 제가 새롭게 배운 언어 중 하나가 점자인데요. 이 점자를 노트북처럼 쓸 수 있는 기기인 점자 정보 단말기를 통해 작업하기도 했고, 노트북에 내장된 시각 장애인을 위한 화면 읽어 주는 기능을 이용해 제가 쓴 글을 들으면서 작업하기도 했습니다.
책을 쓰면서는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글을 쓰자.’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문장 하나하나로 단순 글이 아닌, 어떠한 장면을 떠올리실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표현들을 섬세하게 찾고자 했습니다.
제가 머리로 많이 상상하는 사람이라 그런 것도 같아요. 시각적인 정보 너머에 또 다른 모습들을 독자분들도 느끼셨으면 해서 그림 같은 글을 쓰고자 노력했습니다. 에피소드마다 마치 제가 그 옆에 있다는 느낌을 드리고 싶었어요.
Q4. 프롤로그를 보면 이 책에서 계속 강조되는 건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뤄 내는 일’이라고 하셨는데요. 작가님이 생각하시기에 어느 에피소드가 그런 부분을 잘 드러내고 있는지, 그렇게 생각하신 이유도 말씀 주시면 좋겠습니다.
A4. 고르기가 너무 어려운데요. 지금 딱 떠오르는 에피소드는 <내 꿈에 생긴 스크래치>라는 글입니다. 제가 시각 장애를 갖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그토록 좋아했던 그림을 포기해야 할까 고민하던 시기에 찾은 저만의 방법을 다룬 글인데요. 그중 제가 여전히 마음에 새기는 말이 있습니다.
‘그림을 꼭 붓으로만 그릴 필요는 없지.’
누군가가 정해 놓은, 세상이 틀 안에 가둬 놓은 획일화된 방법 외에 정말 나만의 방식으로 할 수 있는 게 많다는 의미를 담은 말이에요. 그림을 꼭 붓으로만, 시각적으로만 그리라는 법은 없잖아요? 이 생각 이후 제가 펼쳐 나갈 가능성이 넓어졌어요. 저의 능력을 마음껏 피워 낼 수 있다는 것, 저는 그게 제가 가진 고유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에피소드뿐만 아니라 책의 전반적인 이야기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찾아 주고 있기에 한 장 한 장 음미해 보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Q5. 책을 처음 봤을 때, 청량한 색감의 표지가 시선을 사로잡는데요. 작가님과 하얀이가 행복하게 보여서 시선을 뗄 수가 없습니다. 표지에 작가님과 하얀이가 나오는 사진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으실까요?
A5. 하얀이와 찍은 사진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라 고민 없이 선택한 것도 있고, 지금 제 모습을 가장 잘 보여 주는 사진이라 선택한 이유도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게 이 사진에 전부 담겨 있어요. 제 파트너이자 가족인 안내견 하얀이와 우리의 편안한 표정, 그리고 푸른 바다까지.
저는 탁 트인 바다를 참 좋아하는데요. 사계절 내내 넓은 그곳을 보면 ‘세상은 정말 넓구나. 저 너머에는 뭐가 있을까? 이만큼 넓은 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분명 많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 어떤 계절의 바다든 사랑하고 있습니다. 표지를 통해서 독자분들이 청량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좋아하는 게 가득가득 쌓여 미소 짓는 한 부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Q6. 도서의 첫인상에 표지도 중요하지만, 제목도 그만큼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잃어도 이뤄냈으니까』라는 제목은 작가님의 인생을 잘 보여 주는 듯한데요. 이 문장이 작가님께 어떤 의미로 와닿는지 궁금합니다.
A6. 책 제목을 고민하면서 정말 반짝 떠오른 말이었어요. 보통 ‘잃다’라는 단어를 부정적으로 생각할 때가 많잖아요? 제가 시력을 잃은 것도 불행한 일이라 여겨질 수 있으나 저는 그렇게 불행하게 살고 있지 않거든요. 물론 힘든 일이었죠. 하루아침에 시력을 잃었을 때 어떻게 이걸 바로 받아들이겠어요. 그런데 무언가를 잃었다고 해서 평생 그 자리에 아픔과 상처가 남아 있진 않더라고요.
잃어버린 공백에 새로운 걸 채웠습니다. 그리고 잃고 나니까 또 다른 기회가 여러 번 찾아왔고요. 잃어버린 것이 상실과 부정의 단어가 아닌 ‘이뤄 낼 수 있는’ 준비를 위한 것이라는 걸 표현하고 싶었어요. ‘잃어도 이뤄냈으니까’라는 문장을 마냥 무겁게, 진지하게 느끼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책 제목 끝에 작은 별표 하나를 그린 느낌으로 봐 주셨으면 해요.
Q7. 『잃어도 이뤄냈으니까』가 독자분들에게 어떤 책으로 다가갔으면 하시나요?
A7. 어떤 일 앞에서 같이 발을 포개며 걷는 책으로 다가갔으면 좋겠습니다. 잃어버렸다고 생각 들 때, 혹은 불확실하다고 여겨질 때 누군가 한 명쯤 곁에 있어 주면 든든하잖아요? 저는 그렇더라고요.
저는 하얀이를 만나고 나서 길을 잃는 게 두렵지 않아졌습니다. 이전에는 혼자서 낯선 길 위에 덩그러니 남겨지면 참 막막했거든요. 그런데 옆에 또 다른 발, 또 다른 누군가가 있으니 길을 잃는 게 두렵지 않아요. ‘어떻게든 다시 찾겠지, 그래도 둘인데.’처럼 생각하면 일단 마음이 든든합니다. 그리고 한 발을 내디딜 용기도 생깁니다. 이 책도 독자분들이 무언가를 잃고 이뤄 낼 때 곁에서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있음을 알려 주는 책으로 다가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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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9. 이전에 그림 그리는 화가도 꿈꿨다고 하셨는데요. 다른 꿈을 이룬 지금도 그림과 함께하고 계신 듯합니다. 요즘 자주 그림을 그리시나요? 그리신다면 어떤 그림을 그리시는지도 궁금합니다.
A9. 예전처럼 가는 선과 세밀한 붓질 같은 건 어려워요……
허우령 작가님의 이어지는 인터뷰는 2024년 05월 20일 월요일 18:00에 부크럼 브런치에서 만나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