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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크럼 May 20. 2024

『잃어도 이뤄냈으니까』 허우령 인터뷰 下

저도 저만의 취향과 개성을 잔뜩 표현하고 싶습니다




“당신이 갖고 있을 흉터가

의미 없는 시간이 아니었다는 믿음을 가져요.

그럼, 우리 이제 각자의 흉터를 지닌 채

또 꿋꿋이 살아 볼까요.”


목소리로 세상과 소통하는 허우령의 일상을 들여다보자.     


     


Q8. KBS에서 현재 아나운서로 꿈을 펼치고 계신데요. 꿈을 이루기까지 길고 긴 길을 걸어오셨을 듯합니다. 작가님께서 몸소 느끼신 아나운서는 어떤 부분을 중요시해야 할까요?     


A8. 우선 이 일을 하면 귀 기울여 듣는 힘이 생깁니다. 아나운서는 말하는 사람 이전에 잘 들어야 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뉴스를 진행하면서도 해당 사건이, 상황이 어떤 내용을 핵심으로 들려주려고 하는지에 대해 파악하는 힘이 필요합니다. 뉴스를 하기 위해 카메라 뒤에 계시는 수많은 사람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더라고요. 절대 아나운서 혼자서 목소리를 내는 게 아닙니다. 그렇게 저는 잘 듣는 힘, 그것을 저만의 매력으로 만들고자 해요. 누군가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진심으로 공감하는 것. 그 매력을 아나운서가 되고서 더욱 느끼고 배우는 중입니다.



Q9. 이전에 그림 그리는 화가도 꿈꿨다고 하셨는데요. 다른 꿈을 이룬 지금도 그림과 함께하고 계신 듯합니다. 요즘 자주 그림을 그리시나요? 그리신다면 어떤 그림을 그리시는지도 궁금합니다.     


A9. 예전처럼 가는 선과 세밀한 붓질 같은 건 어려워요. 그래도 투박하게 내 손이 가고 내 눈에 잘 보이는 느낌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저는 여전히 풍경화를 좋아합니다. 눈앞의 풍경을 따라 그리는 건 어렵지만, 오감으로 느껴지는 풍경을 제 마음대로 그리는 건 재미있거든요.

시간이 나면 종종 하얀이도 그려 주고 있어요. 약하지만 남은 시력으로 하얀이를 캐릭터처럼 그리곤 해요. 주변에서 이런 제 그림을 보고 닮았다고 말해 줍니다. 시각 장애인이지만 다른 감각으로 예리하게 관찰하는 듯해요.       


   


Q10. 평일에 출퇴근을 반복하다 보면 꼭 휴식이 필요하죠. 맛있는 것을 먹을 수도, 집에서 하루 종일 잠을 잘 수도, 누군가와 함께 놀러 갈 수도 있죠. 달콤한 주말, 평소에 무엇을 하며 지내시나요?     


A10. 저는 카페에 가는 걸 좋아합니다. 맛있는 커피를 음미하는 것도 미각에 행복함을 전해 주고요. 은은하고 향긋한 커피 향이 기분을 편안하게 해 주거든요.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들도 귀를 즐겁게 해 줘서 좋아합니다. 그런 공간에서 제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거나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제게는 휴식이에요.

주로 쉴 때는 유튜브 영상을 편집해요. 책을 읽거나 글을 쓰기도 한답니다. 이 책도 대부분 카페에서 작업했는데, 종이 위에 커피 향이 좀 뱄으려나요. 한쪽 귀에 이어폰을 꽂고 핸드폰으로 책을 들으면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갑니다. 독자분들도 좋아하는 공간에서 이 책과 함께해 주시면 진심으로 기쁠 것 같아요. 저는 카페에서 책을 정독해 보겠습니다. 이 책은 라떼와 치즈케이크랑 잘 어울릴 것 같네요.          



Q11. SNS와 유튜브에서 작가님의 일상을 자주 볼 수 있어 좋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작가님의 패션을 보면서 정말 잘 어울리신다고 느끼기도 했는데요. 작가님만의 스타일을 어떻게 완성하신 걸까요?     


A11. ‘시각 장애인인데 어떻게 옷을 입어? 어떻게 화장을 해?’ 같은 질문을 많이 들었는데요. 제 패션에는 여러 시선이 함께해 주었습니다. 저를 잘 아는 친구들이 이런저런 코디와 패션 정보들을 찾아 주었어요. 그걸 또 저만의 방법으로 녹여서 스스로 가꾸고 있죠. 보이지 않는다고 나를 가꾸지 않는 것은 아니거든요. 저도 저만의 취향과 개성을 잔뜩 표현하고 싶습니다. 그런 제 곁에 저 대신 세상을 봐 주는 눈들이 있어 고맙고 든든하죠.          






Q12. 작가님의 곁에 있는 하얀이와 함께한 지 오래된 듯한데요. 늘 같이 있는 하얀이가 작가님께는 더없이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이 듭니다. 하얀이와 함께 다니며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하나만 들려주시겠요?     


A12. 하얀이와의 첫 여행이 기억납니다. 그때도 바다를 보러 갔었는데요. 하얀이와 저 둘이서 같이 해변을 뛰놀던 게 생각나네요. 이전에는 항상 제 옆에 누군가의 팔이 필요했습니다. 다른 이의 팔을 잡고 걸으면 사실 제 마음대로, 마음껏 가고 싶은 길을 가지 못해요. 따라가야 하는 입장이 되니까요.

그런데 하얀이와의 걸음은 그렇지 않습니다. 여행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제 걸음걸이에 자유가 생겼죠. 내 발이 닿는 곳으로, 하얀이의 발이 닿는 곳으로. 하얀이를 만나고 망설임 없이 걷는 짜릿함을 처음 느낀 날이 떠오릅니다.          




Q13. 유튜브 또한 시작한 지 이제 5년 가까이 되어 가시는데요. 이때까지 업로드한 영상만 300개에 가까워요. 이렇게 유튜브를 길게 이어 갈 수 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는지도 궁금합니다.     


A13. 유튜브를 오래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역시 함께하는 사람들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영상을 기획하고 카메라 앞에 서는 모든 행동을 좋아하지만, 이 일을 같이해 주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유튜브를 오랫동안 할 수도 없었을 거예요. 제 영상에 찾아와서 따뜻한 댓글과 관심을 주시는 구독자 우동이들이 늘 곁에 있었고 2년 전 운명처럼 만난 PD님이 있었고, 유디오 채널의 색깔을 너무 잘 알고 있는 편집자님까지 모여 제 둘도 없는 원동력이 되어 주셨죠.

책 속 에피소드 중 <우령의 유디오, 그 울림의 시작>이란 글이 있는데요. 누군가는 저에게 큰 울림과 생각의 변화를 받았다고 말씀해 주세요. 정말 감사한 일이죠. 그런데 저도 여러분이 보내 주시는 응원과 사랑의 언어들, 때론 저를 돌아보게 해 주는 말들로 큰 울림을 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그렇게 제가 더 오랫동안 카메라 앞에 서게끔 여러분께서 힘을 보내 주고 계시다는 걸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제 원동력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곁에 있어 주시리라 소망과 애정을 담아 말해 봅니다.          



Q14. 마지막으로 『잃어도 이뤄냈으니까』를 읽으실 분들께 5월의 볕처럼 따사로운 인사 부탁드립니다.     


A14. 이 책을 꺼내 들었을 때 ‘어찌 됐든 봄은 돌아오는구나. 그러다가 어느 날에는 겨울이 불쑥 찾아오는구나.’라는 메시지가 전달됐으면 합니다. 잃었다가 이뤄 내고, 또다시 잃어버리고. 그렇게 계속 반복되는 게 인생이더라고요. 잃었기에 빈 구멍은 사람마다 크기가 다르겠지요. 크면 클수록 더 꽉 채울 수 있다는 걸, 그래서 좌절하기보단 한 뼘 성장한 나로 채워지기를 기대하면 좋겠습니다.

이 책이 그 채움의 과정에 함께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독자분들께 새로운 시선을 선물해 주는 책이 되기를 바랍니다. 장애와 비장애를 떠나 한 사람의 이야기로 와닿기를, 그렇게 서로의 삶을 들여다봤으면 합니다.

















"안개는 결국 걷혀요. 평생 내릴 것 같던 비도 그쳐요. 맑은 하늘에 천둥도 치고, 이후 아름다운 무지개를 발견하는 게 인생입니다. 그러니 오늘 마주한 하늘이 흐리다고 너무 슬퍼 말았으면 해요."


이 책을 읽으시는 분들께 무엇이든 이루어지는 앞으로가 펼쳐지기를 바라며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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