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책을 낼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거죠
“소소한 행복을 수집하며 살기를,
사랑하는 것들을 더욱 사랑하며 지내세요”
다가올 네 행복은 분명 누구보다 더 찬란할 거야.
지금의 우울과 슬픔이 충분하게 이해될 정도로 말이야.
분명히 예정된 운명을 믿어 보기로 하자.
기다림이 가치 있는 작가
달밑의 하루를 들여다보자.
Q8. 늘 많은 공감을 끌어내는 글을 쓰시는 작가님의 작업 스타일이 궁금합니다. 조용한 공간을 선호하시는지, 글감은 메모 후 다듬으시는지 등 전반적으로 어떻게 작업 준비를 하시고 또 진행하시는지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A8. 시끄러운 음악이나 소음이 많은 곳만 아니라면 글을 쓰는 장소에 까다롭지는 않습니다. 글을 쓰는 환경을 설정하는 일보다 글감을 발견하는 게 제게는 더 중요하고 어렵거든요. 생각이라는 건 휘발이 잘 되기 때문에 평범한 일상을 보내다가 주제가 될 만한 한 문장이나 몇 가지의 단어가 떠오르면 급히 스마트폰에 적어 두고, 후에 여유가 생길 때 살을 붙여 완성하는 방식이 제게는 익숙합니다. 그리고 한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오래 걸으면서 생각하며 글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도 좋아합니다.
Q9. 작가님도 항상 활자와 함께하지는 않으실 것 같습니다. 보통 글을 쓰지 않는 휴일에는 무엇을 하시나요?
A9.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일도 너무 좋지만, 직장을 다니다 보니 휴일에는 물리적으로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걸 더 선호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평일에 미뤘던 집안일도 하면서 정비를 하는데 다음 주를 잘 보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에요. 그렇게 혼자 휴일을 보낼 때면 최대한 안정을 취하고 싶어서 조명도 밝지 않게 하고 노래나 영상도 틀어 두지 않아요. 아, 축구나 야구를 좋아해서 응원하는 팀 경기가 있는 날이면 온라인으로라도 최대한 챙겨 보는 게 휴일의 낙이기도 합니다.
Q10. 작가님의 글은 주로 관계와 관련된 이야기가 수두룩한 듯합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을 만나며 얻은 다양한 감정이 있으신 것이겠지요. 작가님은 사람을 만나면 주로 에너지를 얻는 편이신가요, 아니면 주시는 편이신가요? 이유도 함께 말씀 주시면 좋겠습니다.
A10. 에너지를 주는 편인지는 제 입장에서 판단하기는 어렵네요. 그래도 몇몇 친한 사람들에게는 조금이라도 좋은 에너지를 줬기 때문에 지금까지 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게 아닐까 조심스럽게 유추해 봅니다. 예전에는 제가 에너지를 주는 쪽이라고 감히 생각했던 적이 있었는데 큰 착각이었습니다. 저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지인들과 있으면 그 존재만으로도 기운을 얻기도 하고 길고 짧은 대화를 나누면서 더 나은 내가 된 것만 같거든요. 그만큼 지인들에게 정서적으로 큰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그런 감사를 잊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걸 요즘 더 느낍니다.
Q11. 에필로그 중, ‘만약’이라는 단어 뒤에 따라오는 가정은 좋아하지 않지만 가끔 상상해 보신다고 하셨는데요. 최근 ‘만약’으로 시작하는 상상을 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있다면 어떤 상상을 하셨을지 궁금합니다.
A11. 아무래도 최근에는 출간 준비를 계속하다 보니 ‘만약 이번 신간 출판 계약을 하지 않았더라면?’이라는 상상을 해 본 적이 있습니다. 정성을 담아 출간을 한다는 건 그 준비 기간 동안 자신을 갈아 내는 고통이 수반되거든요. 문장을 적어 나가다가 흐름이 끊겨 한참이나 방향을 잃었을 때는 이렇게 수명이 며칠 줄어드는구나 싶기도 했고요. 제게는 다 사랑스러운 글들인데 판매 부수로 냉정하게 평가받는 엄한 세상에 내놓는다는 게 마냥 편한 일이 아니기도 합니다. 그래서 출판 계약을 하지 않았을 가정도 생각해 봤는데 그건 또 그거대로 답답함과 갈증이 클 거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잠시 피하는 건 가능하겠지만 결국 책을 낼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거죠.
Q12. 행복이라는 건 눈에 보이지 않기에 좀 더 가늠하기 어려운 감정 같습니다. 다소 생각에 시간이 필요한 질문일 수도 있지만, 작가님께 ‘행복’이란 무엇인가요?
A12. 행복이라는 단어에 곧장 떠오르는 이미지로 답을 대신하고 싶습니다. 나와 가족에게 우환이 없는 것, 힘든 일과를 마치고 귀가하는 동안 연락할 사람이 있다는 것, 명확한 삶의 목표가 존재하는 것, 4월과 9월의 맑고 선선한 날씨, 나를 찾고 그리워하는 인연이 있다는 것, 적어도 누리는 동안에는 나를 아이가 되게 하는 취미의 존재, 모래사장에 앉아 핑크빛 노을을 바라보는 일, 노력한 만큼 결과를 달성하는 것, 내가 막 도착한 타이밍에 맞게 버스나 지하철이 오는 것, 나보다 더 소중한 사람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일,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여행을 떠날 때 기차역과 공항에서의 기분, 막힘없이 술술 잘 풀려만 가는 대화, 나를 온전히 이해하는 친구가 있다는 것. 이런 것들 말이에요.
Q13. 이렇게 차기작까지 출간을 마치시고 이후 일정이 바쁘실 것 같은데요. 출간 후 작가님의 계획은 어떻게 되실까요?
A13. 지난 첫 책을 출간했을 때를 돌아보면 출간 직전까지가 그 이후보다 심신이 더 분주했었어요. 처음 책을 내는 거라 긴장과 설렘으로 가득했는데 인쇄일은 이미 정해져 있어서 조금이라도 원고를 더 수정하고 싶어 정신이 없었거든요. 심지어 그때는 몇백 권에 짧은 문장과 서명까지 직접 적느라 더 바빴네요. 이번에도 아마 책과 관련해서는 출간 후가 훨씬 여유롭지 않을까 싶습니다. 큰일을 한번 잘 겪었으니 잘 쉬면서 이번 출간을 기점으로 다음에는 어떤 글이 담긴 책을 내고 싶은지 자신과 소통하는 시간을 갖고 싶습니다.
Q14. 『당신은 행복할 수밖에 없는 사람』으로 다시 만나 뵐 독자분들께 행복을 담아 인사 부탁드립니다.
A14. 독자님들, 안녕하세요! 요즘 행복하냐고 주변에서 안부 차 물으면 행복하다고 선뜻 말하기 어려운 날이 더 많죠? 제가 이번 원고들을 작업하고 여러 차례 수정하면서 느꼈던 건 제가 막연하게 행복을 바라면서도 정작 반대 방향으로 행동하고 살아온 날이 참 많았다는 것입니다. 당시에는 그게 저를 행복하게 할 줄 알았는지도 모르겠네요. 책에 담은 글 중 몇 개의 문장이라도 독자분들에게 긍정의 울림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책 제목처럼 꼭 스스로에게 말하고 믿어 주면 좋겠습니다. 당신은 행복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고 말이에요.
"당장 하루하루를 견뎌 내는 일은 힘들지만, 중간중간에 내가 마련한 확실한 행복이 기다리고 있다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분명 삶을 계속 이어 갈 힘이 생길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시는 분들께서 본인만의 행복을 찾기를 바라며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