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속에서 행복을 찾지 못하면 삶이 너무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정으로 위로가 되는 건 위로의 말이 아니라,
위로가 되어 주고 싶은 마음일 테다.
어디서부터 엉킨 건지, 어느 곳을 끊어 내야 할지
안개마저 서린 낯선 길을 헤매는 이들이
희미한 빛 한 줄기를 믿고 다시 한 걸음, 또 한 걸음 나아갈 수 있기를.
우리가 살아 낸 하루하루가 쌓여 삶이 되는 것처럼
작은 행복을 그러모은 모든 순간이 내일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기를.
그렇게 마음에 봄을 품고 매 순간이 포근하게 물들기를 바라는
태오 작가의 따뜻한 이야기를 만나 보자.
Q1. 안녕하세요, 작가님. 『당신이 정말로 잘됐으면 하는 마음에』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첫 번째 에세이를 출간하시고 난 소감이 궁금한데요. 이 책은 작가님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으신가요?
A1. 처음이라는 말은 단어 자체만으로도 큰 설렘을 줍니다. 첫사랑, 첫 만남, 첫 여행, 첫 입학, 첫 직장… 첫 번째 에세이라는 말 역시 그 자체만으로도 큰 기쁨과 설렘으로 다가오네요.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온다고 생각하니 긴장되기도 합니다. 첫사랑을 평생 잊지 못하는 것처럼, 오롯이 혼자서 적어 낸 첫 책인 『당신이 정말로 잘됐으면 하는 마음에』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이후로 무슨 책을 쓰더라도 이 책을 한 번 더 뒤적이게 될 테고, 제 기준이 되겠죠. 첫 책이라 부족한 점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 책이 저한테만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에게도 어떤 의미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2. 저를 진심으로 아껴 주는 사람이 건네주는 말인 것 같아 뭉클하기도 하고,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하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제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목은 어떻게 지어졌는지, 또 다른 제목 후보들은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A2. 글을 적다가 문득 궁금해졌어요. 괜찮다는 위로가 흔해진 세상이라 이제는 누군가가 괜찮다는 말을 해도 위로가 잘 안 되잖아요. 괜찮다고 하면 뭐가 괜찮냐고 되레 화를 내는 사람도 있고. 이런 세상에서 ‘그럼 나는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해 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해 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더라고요. 괜찮다고, 잘될 거라고 말해 주는 거 말고는. 그런데 그런 말들이 전혀 의미가 없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거든요. 제가 힘들 때 똑같은 말이더라도 누군가가 진심으로 말해 주면 그래도 내 편이 있다는 생각에 위로가 되더라고요. 위로의 말들이 더 이상 위로가 되지 않는 건 흔해져서가 아니라 그 마음에 진심이 담기지 않아서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말해 주고 싶었어요. 지금 하는 말들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당신이 잘됐으면 하는 마음에 하는 말이라는걸. 그리고 당신이 정말로 잘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당신 곁에 꼭 있다는걸.
책 제목으로는 당신의 행복을 바란다는 의미를 담은 여러 후보가 있었지만 너무 흔하지 않으면서 제 메시지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제목을 고르다 보니 『당신이 정말로 잘됐으면 하는 마음에』가 되었네요. 그게 제가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고요.
Q3. 작가님은 그동안 읽히기보다는 읽는 사람이었다고 하셨는데요. 창작자의 길에 들어서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A3. 사람의 기본 감정은 약간의 우울감이라고 합니다. 저는 특히나 예민하고 여린(?) 편이라 감정의 진폭이 남들보다 더 큰 편이기도 해요. 심한 우울감이 찾아올 때면 이 세상에 나 혼자만 동떨어져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누군가 내 얘기를 들어 줬으면 좋겠는데 주변 사람들에게는 하지 못하는 말들이 있습니다. 그런 말들을 뱉어 내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누구든 내 말 좀 들어 달라고, 나 좀 봐 달라고, 나 여기 있다고. 그렇게 고여 있는 마음들을 흘려보내기 위해 글을 쓰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Q4. 첫 책이다 보니 그만큼 많은 도전과 설렘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집필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과 가장 보람 있었던 점을 공유해 주세요.
A4. 가장 힘들었던 점은 자기 복제입니다. 딴에는 새로운 문장을 적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다른 글에 적어 두었던 문장이라거나, 주제가 겹친다거나 하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그런 것들이 좀 고민이었는데 이제는 같은 주제도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여러 번 쓰면서 글이 점점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보면서 자기 복제라는 게 꼭 잘못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장 보람 있었던 점 역시 두 번, 세 번 수정하는 과정에서 글이 점점 완성되어 간다는 게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Q5. 모든 글이 작가님의 마음에 닿아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도록 머무른 문장을 꼽아 주신다면요?
A5. 좋아하는 글이 많지만 지금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행복은 늘 어제 같고 슬픔은 늘 오늘 같다.’라는 문장입니다. 행복한 기억은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좋았던 기분이 사라지고 마치 옛날 일처럼 느껴지는데, 슬픈 일들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꼭 지금 일어난 일인 것처럼 계속 나를 슬프게 만들잖아요. 그래서 언젠가는 슬픔보다 행복이 더 가깝게 느껴지는 날이 오기를 바라면서 적었던 문장입니다.
Q6. ‘틈틈이 행복하기를 바란다.’라는 표현이 굉장히 와닿았는데요. 어쩌면 이 세상 모든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작가님께서는 이 책이 독자들에게 어떤 의미로 전달되기를 바라시나요?
A6. 최근에 ‘하루에 한 번도 하늘을 올려다보지 못하는 삶은 얼마나 불행한가’에 대해서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요새 다들 바쁘잖아요. 많은 시간을 실내에서 보내기도 하고. 특별한 일들은 가끔만 일어나고 우리 삶을 이루는 건 평범한 순간들인데, 그 속에서 행복을 찾지 못하면 삶이 너무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니 독자분들도 틈틈이 하늘을 보고, 커피나 차 같은 것도 좀 마시면서 작은 행복들을 쌓아 나가면 좋겠어요. 저는 최근에 캡슐 커피 머신을 직장에 두고 내려 마시는데 아침마다 커피 향이 퍼지는 게 참 좋더라고요.
Q7. 에필로그에서 ‘우리가 또 다른 이야기로 다시 만날 수도 있을 테니 너무 아쉬워하지만은 않겠다.’라고 하셨는데, 지금은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준비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작가님은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싶으신가요?
A7. 이번 책이 삶의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 다루었다면 다음번엔 개별적인 감정에 더욱 집중해 보고 싶어요. 사랑이라든지, 행복이라든지, 슬픔이라든지. 여러 감정이 아니라 단 하나의 감정에만 집요할 정도로 깊게 파고드는 책을 써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는 작가이기 이전에 의사이기도 한데요. 요즘 저를 비롯해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으니 의료인이자 한 개인으로서 경험한 우울과 그것을 받아들였던 과정에 대해서도 적어 보고 싶고, 직장 생활에서 보고 느끼는 ‘보살피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적어 보고 싶네요. 누군가를 돌보고 보살핀다는 게 참 쉬운 일이 아닌데 병원에는 그런 사람이 많거든요. 의사도, 간호사도, 보호자도, 환자 본인도 결국엔 누군가를 돌보는 사람이니까요. 누가 그러더라고요.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말로 다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결국 작가가 된다고. 저는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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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2. ‘힘들 때 나에게 줄 수 있는 선물 하나쯤은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라고 하셨는데, 작가님은 가장 최근에 자신에게 어떤 선물을 주셨나요?
A12. 최근에 여유가 생겨 제주도를 다녀왔어요.……
태오 작가님의 이어지는 인터뷰는 2025년 4월 28일 월요일 18:00에 부크럼 브런치에서 만나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