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책에는 30대에 들어선 조금 더 성숙해진 제가 있는 것 같아요
모든 일이 내가 원하는 대로만
흘러갈 수는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면,
언젠가 그것이 결국 나를 위한 길이었음을 깨닫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살아간다는 건 때로 참 고된 일이기에
별일 없이 하루를 잘 견뎌 냈다는 이유만으로도 문득 마음이 울컥해질 때가 있다.
모든 날이 특별할 수는 없지만 그저 묵묵히 지나온 시간들이 쌓여
결국엔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 줄 거라는 믿음.
조금은 느리고, 서툴고, 흔들렸을지라도
누구보다 치열하게, 또 누구보다 담담하게 오늘을 지나온 당신은 그 자체로 고맙고 대단한 사람이다.
이제, 무너지지 않고 애써 준 당신의 하루를 안아 줄
예원 작가의 언어를 만나 보자.
Q1. 안녕하세요, 작가님. 『무너지지 않으려 애쓰는 너에게』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이번 책을 통해 작가님을 처음 만나게 된 독자분들도 계실 텐데요. 간단한 인사와 함께 출간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1. 안녕하세요, 이번에 부크럼 출판사를 통해 세 번째 에세이를 출간한 예원 작가입니다. 그동안은 ‘달큼글’이나 ‘정예원’이라는 이름으로 책을 냈는데, 이번에는 ‘예원’이라는 이름으로 인사드리게 되어 감회가 새롭습니다. 또한 2년 만에 새로운 이야기로 독자분들께 다시 다가갈 수 있어 감사하고 기쁩니다.
Q2. 이전 책과 이번 책 사이, 작가님께서 가장 달라졌다고 느끼시는 부분은 어떤 점인가요? 혹시 이번 책에서는 의식적으로 바꿔 보고자 했던 표현 방식이나 문장 결이 있었는지도 궁금합니다.
A2. 이전 책에 20대 후반을 지나던 제가 담겨 있었다면, 이번 책에는 30대에 들어선 조금 더 성숙해진 제가 있는 것 같아요. 그때 쓴 책은 여전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아픈 순간들을 이겨 내는 방법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번 책은 그런 아픔들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인정하며, 성숙하게 미래를 그려 나가는 방법에 더 신경을 쓴 것 같아요. 그래서 문장마다 간결하면서도 깊이 있는 결을 쓰려 노력했고, 경험담보다는 가치관에 대한 내용을 더 많이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Q3. 집필하시면서 오랫동안 고쳐 쓰고, 지우고, 다시 꺼내 본 문장이 있었다면 그 문장에는 어떤 마음이 담겨 있었고, 지금 작가님께는 어떤 의미로 남아 있을까요?
A3. 책 후반부에 ‘쓰러진 삶을 다시 세우려면’이라는 제목의 글이 있는데요. 저는 에세이를 쓸 때 무엇보다 내 감정과 가치관을 오롯이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현실적인 결론으로 끝나더라도 괜찮다고 여기는 편이에요. 저도 다른 작가님들의 책에서 그런 글들을 읽으며 공감을 기반으로 한 위로를 얻었고, 누군가는 자신과 똑같이 힘든 마음이 담긴 글에서 위로를 받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그 글의 내용도 힘들고 괴로웠던 순간의 저를 떠올리며 쓴 글인데, 혹시 너무 우울하게만 느껴지진 않을까 싶어 쓰고 난 뒤에도 문장을 계속 다듬었던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그렇다면 작은 벽돌 몇 개만 세워 두고 할 만큼 했다며 널브러질 것이 아니라, 더욱 죽을힘을 다해 큰 빌딩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 내 모든 생활 습관을 갈아엎겠다는 각오로, 아예 새로운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으로. 그래야만 다시 출발선이다. 그제야 겨우 노력의 도미노를 쓰러뜨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라는 문장을 적고 고치면서 저 자신에게도 지속적으로 경각심과 동기 부여를 주는 글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4. 여러 권의 책을 출간하셨지만 서점에서 자신의 책을 마주하는 순간은 매번 조금씩 다르게 다가올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유난히 오래 머물러 있는 기억이 있다면 어떤 장면일까요?
A4. 책을 출간하고 나서 가장 오묘한 순간이 바로 그때인 것 같아요. 특히나 제가 어릴 적부터 자주 다니던 익숙한 대형 서점 매대에 제 책이 놓여 있는 모습을 볼 때나, 제가 저자인 줄 모르시는 분들이 제 옆에서 제 책을 오래 들여다보고 계실 때면 정말 신기하면서도 묘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사실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이거 제가 쓴 책이에요!” 하고 말을 걸고 싶지만, 왠지 부담스러워하실 것 같아서 아무 말도 못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내향적인 사람이라 더 그렇기도 하고요... 하하.) 아무튼 누군가 제 책을 유심히 읽고 있는 장면을 마주하면, 늘 그 순간이 오묘해서 기억에 오래 남게 됩니다.
Q5. 『무너지지 않으려 애쓰는 너에게』 속 수많은 문장들 중 지금의 나에게 가장 조용히 건네고 싶은 한 문장이 있다면요? 그 문장을 고르게 된 이유도 함께 들려주세요.
A5. ‘어쩔 수 없는 것들 사이에서 그나마 견뎌 내는 방법은 그저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어요. 여름은 더울 수밖에, 겨울은 해가 짧을 수밖에 없듯이요. 중요한 것은 그런 것들을 내가 받아들이고 순응하는 법을 익히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 그나마 좋은 점들을 찾아 최대한 즐기려는 마음가짐이에요.’라는 문장이 있어요. 더위를 많이 타서 여름을 가장 싫어하는 제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썼던 글인데요. 그런 저에게 다시 한번 이번 여름도 짜증스럽게 보내지 말고 좋은 마음으로 보내자는 다짐의 의미로 골랐습니다.
Q6. 작가님께서 생각하는 ‘작가로서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요? 이번 책을 마친 지금, 그 모습에 조금 더 가까워졌다고 느끼시는지도 궁금합니다.
A6. 제가 생각하는 ‘작가로서의 나’는 모든 것에서 영감을 받는 사람인 것 같아요. 하늘이나 강물을 바라볼 때, 친구와의 대화 속에서, 혹은 영화나 드라마, 책을 볼 때처럼 모든 순간에서 깊이 사색하고 깨달음을 얻어 그것을 자신의 글로 녹여 내는 삶을 추구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이번 책을 준비하면서 그런 제 모습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실제로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면 한강에 가서 좋아하는 노래를 한참 들으며 글을 쓰다 오기도 했고, 영화도 자주 보고 그랬거든요. 덕분에 여가 시간에도 일을 하게 되는 저를 발견하게 되긴 하지만요.
Q7. 마지막으로, 『무너지지 않으려 애쓰는 너에게』를 다 읽은 독자가 어떤 감정을 안고 책을 덮기를 바라시나요?
A7. ‘끝까지 읽기를 잘했다.’ 그런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사실 우리는 책을 읽다가 다른 일에 밀리기도 하고, 어느 순간 책갈피만 꽂아 둔 채 끝까지 다 읽지 못할 때도 있잖아요. 그런데 어떤 책은 이상하게도 계속 손이 가고, 마저 읽고 싶어서 다른 일도 서둘러 끝내게 될 때가 있어요. 그런 책들은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후에도 여운이 길게 남고, 힘들 때마다 다시 펼쳐 보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면 어느새 그 책을 ‘인생 책’이라 부르게 되곤 했어요. 저의 책도 독자님들께 그런 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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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0. 작가님은 음악과 깊은 인연이 있으셔서, 이번 책을 집필하시는 동안에도 음악이 늘 곁에 머물러 있었을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특히 자주 들으셨던 곡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A10. wave to earth라는 밴드가 있는데……
예원 작가님의 이어지는 인터뷰는 2025년 7월 11일 금요일 18:00에 부크럼 브런치에서 만나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