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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량 김종빈 Jan 30. 2022

정성껏 망치고 나면, 매듭짓고 나면 그것도 그것대로.

목공

 목공을 배우기 시작했다.


 작은 원목 도마를 만들었다.

디자인은 창의적이다 못해 창조적인 수준이고,

개성적이다 못해 개인적인 수준.

삐뚤거리는 톱질, 삐걱거리는 대패질이며 사포질.


 망쳤다는 소리다.

뜻대로 만들어도 아쉬운 것을

뜻대로도 못 만들고 말았다.

도깨비 손이라 불리던 나다웠다.


 그런데 목공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유쾌한 것이,

다 망쳐놓고 보니, 그것대로 볼만했다.

잘 만들었다는 말은 아니다.


 망친 것 치고는 망친 것은 아닌 모양새.


 그런가, 싶었다.


 뜻대로 안 되고, 실수투성이어도,

결국 망쳤다 싶어도,

마지막까지 정성껏 매듭짓고 나면

망치고도 망치지 않을 수 있겠다, 싶었다.


 주방 한편에 그럴싸한 도마 하나가 서있다.

나무로 뭔가를 만든다는 건

이런 일상도 함께 만드는 거구나.


 덕분에 나는 일주일에 한 번쯤은

뭔가를 정성껏 망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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