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친구들과 숨바꼭질을 하다가,
친구들이 다들 저녁 먹으러 가버리는 바람에
해가 지도록 숨어있었던 적이 있다.
찾아주는 사람이 없으면,
적당히 숨어있다가 제 발로 나가면 될 텐데
왜 그렇게 미련을 떨었을까.
또 왜 그리 깊숙이 숨었을까.
이유가 기억나지 않는다.
친구들이 아직도 나를 찾고 있다고 생각했었나.
보란 듯이 아무도 못 찾는 곳에 숨어있는 걸 자랑삼고 싶었나.
아슬하게 숨어서 눈치를 보는 것보다 그냥 깊숙이 숨어있는 일이 편했던 걸까.
이유가 무엇이든 성격이 고약한 편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어른이 되어서도 어릴 적 버릇을 못 고쳤는지,
어른이 못 되었는지, 요즘 다시 고약한 성격이 도졌다.
숨어야겠다는 생각이,
숨겨야겠다는 마음이
간절하여 콧등까지 아려온다.
친구들이 찾아주지 않아도, 맘껏 숨어있다가
의기양양하게 집에 돌아가던 그 시절 내 모습을 생각하면
신세가 쓸쓸하거나 외로울 것이 염려되지 않는다.
나는 내 생각만 하며 살아도 즐거운 녀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