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킹의 도시
서울이 고향인데도 서울은 어려워.
일 때문에 삼일정도 울산에 있다가, 다시 서울에 올라왔어
근데 뭔가 어색하더라고, 고작 삼일 만에. 기분 탓이지. 하고 걸어 나오는데, 좀 버겁더라.
뒤에서 오는 사람들에게 밀리고, 앞에서 오는 사람들에게 또 밀리고. 마치 내가 장애물 따위의 것이 돼버린 것 같았어.
'다들 어쩜 저렇게 거침없이 바쁘게 걸어 갈까.' 모두들 자기가 가야 할 곳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 같았어. 표정이 다들 뭔가 굳어서, 의심 같은 건 한 줌도 보이지 않았거든.
이러니 터덜거리며 느릿하게 걷는 나 같은 건 장애물이 맞겠더라. 뭉개지거나 밀려 넘어지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지.
다들 목적을 가지고 사는 도시야. 그게 뭔지, 맞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의심할 여지도 없이 걸어가는 전사의 도시.
본 적은 없지만 바이킹의 군세가 이런 느낌 아니었을까?
오늘도 지하철은 터질듯한 몸으로 어딘가로 가고 있고, 수백, 수천의 사람들이 그곳에서 쏟아져 나와
나도 이곳에서 삼일정도 지내면 또다시 물들어야겠지. 이 거대한 행군에 어울리는 모습이 되겠지. '이러는 게 맞다. 별 수 없다.'라고 되뇌며 걷고 있을 거야.
그래도 발할라는 사양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