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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YAN eight Jun 14. 2016

사람은 가도
브랜드는 남아야 합니다.

[Idea Essay]


1.
모 쇼핑 브랜드의 경쟁피티였다
이 브랜드는 사장님이 자주 바뀌었다
사장님이 바뀔때 마다 제일 먼저 한 것은 
새로운 정체성을 알리고자 TV 광고를 했다
사장님이 새로오시거나 담당 임원이 새로오면 
지금까지 광고로 쌓아온 것을 싹다 없애고 처음부터 시작한다
브랜드 제대로 만들자고 광고비를 많게는 
수십억 수백억을 들여서 광고했는데,
사장이 혹은 담당임원이 바뀌었다고 
브랜드는 제로에서 다시 시작한다
옷 갈아입고 다시 나온다고 브랜드가 새로워지는 것도 아닌데,
이건 흡사 점찍고 나오면 다른 사람이 되는 
막장 드라마 같은 일들이 비지니스에서도 
벌어진다.  

대부분의 브랜드들은
그렇게 사람이 바뀌면 과거를 부정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2.
이번 피티는 좀 달랐다
이전 사장님 시절에 엄청나게 귀에 못박히도록 광고에서 들었던
그 브랜드의 이름이자 그 브랜드의 가치인 한마디를 계승하잔다.
계승...
전임 사장의 유산을 지우지 말자고 하신다..

3.
실무들은 툴툴댄다
그 한마디는 너무 지겹다고 식상하다고
거기에 가치가 없는 것 같은 식상한 그말을 왜 살려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4.
사장님 이기는 직원은 없다.
신임 사장님은 단호했다

"그 한마디면 우리 브랜드를 떠올리게 하는 건데, 
그걸 우리걸로 만들기 위해
부은 돈이 얼마인데 그걸 버립니까?
수백억을 들였는데 이제와서 오래되고 식상하다고 
버리고 다시하자구요?
그것이야말로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브랜드는 자산이 쌓이고 쌓여서 만들어지는 겁니다
나는 광고하나 만들어 놓고 
나를 과시하고 드러내고 마는 휘발성 있는 광고는
잠깐의 관심은 불러 모을수 있겟지만 
브랜드에는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장 새로왔다고 보여주기식 광고 만드는건 아닌거 같습니다."
라고 말하진 않았지만
왠지 마음 속은 이렇지 않았을까?

5.
사피언스를 읽었다.
영국과 독일의 제국주의는 칼과 힘에 의한 것이란다
그러나 지금의 제국주의는 문화 제국주의
정신과 철학으로 제국의 통치체제가 
좋은것처럼 만드는 새로운 제국주의가
요즘 벌어지고 있단다.
칼과 힘에 의한 제국주의건 문화에 의해 하는 제국주의건
제국주의를 지탱하는 힘 중의 하나는
기존의 유산을 부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도 뭄바이 빅토리아역은 영국이 철수 했지만 여전히 건재하고
타지마할이 새로운 나라와 정권이 들어서도 부숴지지 않고 
여전히 보존되어온 것처럼
정권이 바뀌고 나라가 바뀌어도 
살려갈것은 살려가야 한다는 것
그 위에 새로운게 쌓이고 쌓여서 문화는 발전하는 것이란다.

6.
왜 대한민국엔 브랜드 다운 브랜드가 없을까?
누구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냄비 근성 때문이란다.
쉽게 좋아졌다 쉽게 질려서 그렇단다.

생각이 조금 다른건 브랜드는 만들어져가는건데,
우리는 사람이 바뀌면 지금까지 해온 것들은 
무시하고 다시 시작하는
이런 행태가 브랜드를 못 만들어가는 것 같다.
전임자의 좋은 것들은 살려서 
브랜드를 더 업그레이드 하고 발전시키기 보다는 
새로 온 사람이 자신의 업적을 과시하려면 
기존 사람의 업적을
지우지 않으면 내가 도드라져 보이지 않는다는 
마음이 문제인것은 아닐까?
남을 눌러야 내가 돋보인다는 생각.
그리고 다시 시작하고 나로 부터 다시 만들어져간다는 생각이
자꾸 브랜드를 처음부터 다시 다시 다시 해서 
조금도 성장이 안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7. 
국가대표 4번타자 박병호에게 
엘지 트윈스에서 왜 포텐이 안터졌을까?라는 질문에
여러사람들이 분석한 내용 중 가장 신빙성이 있는건 이거랍니다.

'박병호는 좋은 포텐을 가졌는데, 
코치들이 올때마다 자기 방법대로
자기 방식대로 처음부터 다시 하게 만들었다죠
마음 착한 병호는 순순히 따른거고...'

8.
사람은 가도 브랜드는 남아야 합니다.
살릴건 살리고 바꿔야 할건 바꿔야 합니다
기존의 것들을 모두 무시하고 다시 돌아가면 브랜드는
성장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9. 
30년 넘게 "정"이란 컨셉을 지켜오면서도
브랜드가 지루하거나 식상하지 않게 만들어온
초코파이가 대단해 보입니다.
초코파이처럼 브랜드를 대하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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