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 ECB 타워에서 본 유로의 미래
프랑크푸르트에는 유럽중앙은행(ECB) 타워가 있다. 높이 185m의 거대한 건물은 2008년 공사를 시작해 2014년에 완공이 되었고 유로 화폐를 상징하는 커다란 건축물이 랜드마크라 위 배경으로 관광객들이 사진을 많이 찍는다.
ECB는 EU 회원국들이 공용으로 사용하는 유로를 발행하고 유로존 물가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GDP 성장률, 물가, 실업률, 환율 등의 경제지표들을 고려해 금리를 결정한다. 금리 조정을 통해 물가를 안정화시키고 경제성장을 지속하도록 유도하는데 금리 조정으로도 성장률이 정체된다면 물가상승을 야기하지 않는 선에서 화폐 발행을 추가로 해서 시중으로 돈이 들어가도록 유도한다.
하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이 돈을 풀어 유로존 국가들이 저렴한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국채를 매입하고 기업들의 회사채까지 매입하며 기업들이 저금리로 자금조달 하도록 기여하고 있으나 쉽사리 유로존의 성장률은 높아지지 않는다. 올해 초까지 한창 언론에서 나오던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은 유로존에서 탈퇴했고 경제위기를 겪는 그리스와 이탈리아는 유로존에서 탈퇴하겠다며 EU를 압박하고 있다. 올해로 유로화 출범이 21년째인데 유로는 어떻게 출범하게 되었으며 오늘날 위기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2차 대전 이후 유럽 국가들은 더 이상의 전쟁이 유럽 내에 발발하지 않도록 통합을 꿈꿨고 유럽 석탄 철강 공동체(ECSC)로 부터 시작해 논의를 지속하여 1993년 EU가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이해관계가 복잡한 정치의 통합은 뒤로 하고 경제의 통합부터 추진했고 자본이동 규제와 관세가 철폐되었으며 1999년 화폐의 통일을 이루며 '유로'가 탄생했다.
유로가 처음 도입되자 각국이 쓰던 화폐를 유로 화폐로 교환하기 위한 비율을 정했고 이때 각국의 인플레이션, 경제상황 등이 반영됐다. 교환 비율은 각각 다르게 정해졌지만 단일 통화의 금리는 각국마다 다르게 적용될 수 없었다. EU를 주도한 국가는 독일, 프랑스였고 이들 사정에 맞는 낮은 금리가 정해졌고 스페인, 그리스, 포르투갈 등은 자연스레 저금리 상황을 맞이했다. 금리가 저렴해진 위 국가는 대출 수요를 증대시켰고 선진국 수준의 유로화 가치는(화폐 가치 증가) 수입물품의 가격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만들어서(낮은 물가) 소비를 증대시켰다.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PIGS라고 불린다)의 내수 경제는 활황을 이루었으면 자산에도 버블이 일어나 경제가 급속도로 좋아졌다. 유로존은 저렴한 금리와 낮은 물가를 바탕으로 크게 성장했고 유로화의 도입은 성공적으로 판단되었다.
위 그래프를 보면 유로화 도입 후 PIGS의 GDP는 급격하게 상승하며 경제 호황을 이뤘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자산의 버블이 꺼지며 유로존 내의 경제가 유축되었으며 특히 그리스는 숨겨왔던 재정적자를 공개하며 유로존과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늪에 빠진 이탈리아, 스페인 등도 국가부채가 크게 증가하여 유럽 재정위기를 불러일으켰다. 국채에 투자한 투자자들 입장에선 이들 국가들이 내 돈을 갚지 못한다고 판단할 때 싸게라도 다른 이에게 팔아서 자금 회수를 했고 국채 가격은 떨어지며(국채 금리는 상승) 주식이나 다른 상품의 가격도 떨어졌다.
그리스의 경우 국채 금리를 낮춰주거나 빚을 겸강해주지 않으면 유로존을 탈퇴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으며 유럽연합의 리더인 독일은 이들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하되 긴축정책을 시행하고 국채 발행의 한도를 정하며 구조조정을 통해 방만한 나라 경영을 고치도록 요구했다. 최근에는 이탈리아 정부와 유럽연합 간의 마찰이 심해지고 있다. 이탈리아는 재정적자 한도를 늘리고 싶어 하지만 유럽연합은 과도한 부채 문제가 유로존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 거부하고 있다.
이처럼 유럽연합 체제 속에서 유로화라는 단일 화폐를 만들며 경제는 통합했지만 정치가 통합되지 않아 각국이 원하는 대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펼치지 못한다. 금리 결정권이 없고 국채 발행에 대해 EU와 ECB의 눈치를 봐야 하니 그리스나 이탈리아에서는 유로존을 탈퇴하고 유로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겠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문제 속에서 저명한 경제학자 '스티글리츠'는 지금의 유로를 남유로, 북유로로 분리하자는 제안을 한다. 유럽 내에서 경제 수준이 비슷한 남부지역과 경제 수준이 높은 북부지역을 나누어 각자의 경제상황에 맞도록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사용할 수 있도록 화폐를 분리하자고 한다. 남부 지역 같은 경우 자국의 경제 사정보다 상대적으로 고평가 된 유로를 받아들이며 수출경쟁력이 떨어졌고 독일은 유로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수출경쟁력을 앞 세어 유로존 내에서 자국의 물건을 많이 수출했다. 독일이 수출을 많이 해 경상수지가 흑자가 난 이유는 남부 지역들이 독일 물건을 많이 수입해서 경상수지가 적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독일은 계속해서 잘살고 남부 지역 국가들의 국부는 독일로 빠져나가며 독일에게 빚을 지는 순채무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래서 스티글리치는 남부 유럽은 상대적으로 화폐가치가 절하된 통화를 사용해 수출경쟁력을 가지고 그들의 경제 상황에 맞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사용해 경제를 활성화하고 물가를 조절하자고 제안했다. 이들의 경제가 북부 유럽 수준으로 성장한다면 그때 다시 하나의 통화로 통합하자고 얘기한다.
2020년 1월 31일, 영국은 공식적으로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며 각자의 길을 갔다. 더 이상 유럽 내에서 전쟁이 발발하지 않고 서로 연결되고 통합되어 미국, 중국과 대등한 위치에 서고자 시작된 유럽 통합은 살짝 뒷걸음을 걷고 있다. 영국뿐만 아니라 다른 유럽연합 소속 국가들도 탈퇴하며 유로화가 무너질지, 아니면 문제점을 해결하고 다시 통합하며 달러화에 대응할 수 있는 거대 통화를 유지할지 EU와 ECB의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