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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전적 에세이스트 Feb 21. 2021

 현존하는 사람은 반짝 반짝 빛이 난다.

 우리는 매일 얼마나 많은 축복의 순간들을 인지하지 못한채 사는 지 모른다. 이런 첫 문장을 들으면, 내심 마음 속으로 "축복은 무슨, 현실이 얼마나 지옥인데"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 지레 짐작한다. 나 역시 그랬기 때문이다. 힘든 첫 직장에 입사해 하루하루 버티듯 살아가며 나는 아름답던 그 순간들을 제대로 음미하지 못한 채 보냈다. 내 마음은 늘 과거의 잘못된 선택을 한 나 자신을 책망하였고, 미래엔 무엇을 하고 먹고 살지를 걱정하며 나를 비난했다. 그 당시 내 인생은 끝없는 걱정의 연속이었다. "~~만 이루어진다면" 등의 미래 암시형 조건부 목표들은 나를 옮아맸고 정작 나는 그 함정에 걸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영영 들여다보지 못한 채 뜨거운 청춘을 한 줌 재로 만들기도 했다. 한 줌 재로 남은 내 청춘의 일부는 이제 돌아올 수 없지만, 내게 경험이라는 선물로 남았다. 그 선물을 이제 공개한다.

# 걱정의 굴레, 뫼비우스의 띠

 내가 승진을 한다면, 혹은 다른 업계에서 다른 직업을 가진다면 이라는 조건부 목표를 세우고 나는 그 누구보다 혹독하게 시간을 버티고 새로운 도전을 했다. 그리하여 지옥같던 첫 직장을 그만두고 3년 가까이 지나갈 남짓, 나는 예전보다 훨씬 만족스런 결과를 얻었다. 결과적으로 저 조건부 문장이 내 인생에 이루어졌다. 그렇지만 지금도 과거에 대한 자책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상과 형태만 바뀌었을 뿐, 내가 갖는 불안과 걱정의 크기는 동일했다. 결국 나의 태도와 생각이 바뀌지 않는 이상, 환경은 나의 삶의 만족도는 조금 올려줄 수 있었을 지 몰라도 근본적인 나를 바꾸지는 못했다. 내가 바꾸어야할 것은 바로 내가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방식이었다.

# 걱정은 먹지 마세요. 우주에 양보하세요.

 크레이프 케익처럼 내 걱정을 아주 얇게 밀어 켭켭이 쌓아올려 불안이라는 창백한 생크림을 바르고, 그 위에 입이 얼얼해지는 달달한 초코시럽을 듬뿍 얹어 한 입에 먹어 해치우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하곤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걱정을 한데모아 먹어버리면, 그 다음은 얼그레이향기를 띈 걱정케이크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부터 , 몸에 좋지 않은 케이크를 계속 먹는 건 결국 파괴적인 자기 소모임을 깨달았다. 현재에 충실한 사람은 걱정 케이크를 먹을 필요가 없다. 충실히 살고 있다는 그 떳떳한 자기존재감이 마음에 꽉차 정크푸드같은 것들에 집착하지 않는다. 마음에 걱정이 스멀 스멀 스며들면, 이 세상, 온 우주에 양보하고 될 일은 될 것이라는 자기 확신으로 그저 눈앞의 순간만 살면 된다. 과거에 지나간 것들을 후회한다면, 그것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지금이다. 미래가 그토록 두렵다면, 그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것도 지금 내 손과 생각, 태도, 말, 행동에 달려있다. 

# 감사의 증거를 나열하세요

 일시적인 행복만 좇으면 우리는 행복해질까? 잠깐의 행복말고도 인간이 느끼는 그 수많은 감정을 다 무시하면 우리는 도파민 중독자에 불과하다. 일상에 자잘하게 놓여진 작은 사건이나 과정들 속에서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은은하게 나라는 사람을 감싸올린다. 그 만족감은 타인이 주는 것이 아니다. 내가 발견하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로는 내가 놓친 것들을 돌아보다가 문득 삶의 다양한 것에서 감사를 발견하였다. 내가 걱정하고 불안해하느라 놓친 오늘의 건강한 나 자신, 일할 곳이 있고 월급을 받으며 경제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기쁨과 자부심, 나를 위하고 함께 이 생의 여정을 떠난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까지 모두 모두. 당연하다 생각했던 것을 잃으면 우리는 의문을 가지고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게된다. 습관적인 걱정과 불안을 느끼는 사이 내가 놓쳐버린 것들이 한 가득임을 나는 역설적으로 잃고 나서야 깨달았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잃어버렸던 것은 새로운 좋은 것으로 채워지고, 당시 내가 감사하지 못했던 것들이 현재까지도 이어져 세월이라는 색이 입은 후 더욱 풍성한 색깔이 되었다는 것도 깨달았다.

  

# 당신만의 인생 스케치북

 지금 오늘 내 눈앞에 펼쳐진 순간들을 해석하고 살아가며 향유하고 기억하는 건 오로지 내 몫이다. 우리는 매일 매일 새로운 종이와 물감, 붓을 받는다. 그 손에 붓을 쥐고 어떤 색으로 그림을 그리느냐는 내 손에 달린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은 판단하고 인식하고 생각하고 행동에 옮기는 나에게 달려있다. 

 이 글을 다 읽은 당신, 현재에 존재하며 오늘도 풍성하고 찬란한 당신만의 그림을 완성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현재에 존재하며 오늘 내가 느끼고 보고 듣는 이 즐거움을 고스란히 자신의 색으로 표현하며 살아가기를.


 우리네 인생의 긴 여정이 끝이 날때쯤, 당신의 스케치북이 아름다운 색과 추억으로 채색되어 자신만의 빛을 발휘하길. 구석구석 놓여진 음영마저 오색영롱하게 수놓아 당신만의 아름다운 서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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