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01호
오래된 빌라에는 바퀴 벌레들이 많았다.
b01호의 백할머니 때문인 것 같았다.
동네의 온갖 폐품과 폐지를 주워 모으는 할머니는 잠도 안 주무시는지 하루 12시간 이상을
폐지 줍거나 플라스틱과 캔 등을 분류하는 일에 몰두하셨다.
안 그래도 퀴퀴한 지하 특유의 냄새와 폐지가 빗물에 썩어 들어가는 냄새가 합쳐져 올라오곤 했다. 집안에도 온통 폐가전과 못 쓰는 물건들이 가득했다. 이런 것들이라도 팔아야 할머니는 생활이 가능한 처지였다.
동네 구석구석마다 할머니가 숨겨놓은 폐가전과 폐품들이 잘 묶어져 있었다.
‘건들지 맛이오.‘라고
삐뚤빼뚤 쓰인 글씨는 어딜 가나 자주 보였다.
할머니는 아파트가 2개고 상가가 있다는 소문이 돌곤 했다.
상인들도 폐품을 모아 문 앞에 두고 할머니가 지나갈 때마다 인사를 하곤 했지만
속마음은 조금씩 달랐다.
“돈도 많은 양반이 왜 저러고 살까.”
“나라면 죽기 전에 다 누리고 살 텐데.”
미국에서 온 것같이 생긴 바퀴벌레들은 어지간히도 잘 먹고 잘 사는지 크고 튼실했다.
바닥에 누워 잘 때면 야심한 밤을 틈타 바퀴벌레들이 주방의 틈새에서 나와 바깥일들을 보기 시작했다.
시계 초침의 소리보다 바퀴의 발자국 소리가 더 컸다.
다리가 여러 개다 보니 발자국 소리도 더 많이 들리는것 같았다.
재빨리 불을 탁 켜봤지만 바퀴보다는 느렸다.
그런 그들의 세계에 티라노사우루스 같은 절대자가 등장했다.
우리 "고기"였다.
참 싫었지만 이내 수긍했다.
고기는 이 튼실하고 통통한 바퀴를 참 잘 잡아먹었다.
주는 사료가 모자라진 않았다.
도무지……. 바퀴를 잡아서 먹지 말라고 교육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밤에만 출몰하는 바퀴를 무슨 수로. 하아.
한숨이 나왔다.
참 예쁜 강아지였지만 고기랑 뽀뽀를 하는 일은 절대 없다.
바퀴들의 세상에서도 소문이 빠른 건지 어떤 건진 몰라도 고기가 온 이후로는 바퀴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