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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음날 Aug 16. 2023

19. 슬로건에 휩쓸리지 말 것.

우리는 매해 혹은 분기별로 사회적 '슬로건'에 세뇌당하고 휩쓸려 산다. 

예전에는 언론이 정부의 나팔수 역할을 하며 시민들을 선동했지만 요즘은 시민들 스스로 단어를 만들어 내고 사회적 기류로 흘려보낸다. 그것이 유행하고 언론에서 받아 적기 시작하고 동조를 얻으면 유행어가 되는 것이다. 나 또한 그러한 슬로건에 참으로 쉽게 선동당하고 호도당한 채 살아왔다. 


tv에서 금을 모으자면 애국심이 불타올랐다. 

여러분 부자 되라는 말을 왜 카드사에서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카드를 발급받았다. 

욜로 하다가 정말 골로 갈 뻔했다. 

회사를 차릴 즈음에는 워라밸이 유행했다. 내부적으로 주 4일제를 논의할 때 나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매출'이었지 삶의 질은 아니었다. 


돌이켜 보자면 과연 나는 사회의 부표와 같은 소비자의 삶을 살았다. 

사회가 외치는 대로, 사회가 소비하자는 대로, 철 따라 유행 따라 둥둥 떠다니는 삶이었다. 

텀블러가 유행이라서 텀블러를 사모았다. 와인 열풍이 불어서 와인자격증을 땄다. 

커피가 유행이라서 전국의 유명 커피숍을 찾아다녔다. 해외여행이 유행이라서 떠났다. 

소비가 나를 대변해 주는 삶이었다. 


개인적으로 돌아보면 가장 한심한 단어는 '워라밸'이다. 

욜로는 인생을 즐겼다는 명분아래 물건이 남든 경험이 남든 뭐라도 남았다. 

워라밸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전가의 보도'이다. 

누가 휘두르냐에 따라 명검이 되기도 하고 부엌칼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나 같은 소인배가 워라밸을 외치게 된 가장 깊은 저변에는 '일은 조금 하고 보상은 많이' 얻겠다는 의도에서 기인했다. 이 얼마나 반 사회적이며 비겁한 행태인가. 


우리는 누구나 행하는 만큼 돌려받는 황금률의 세상에 살고 있다. 

대접을 원하면 대접해줘야 한다. 

워라밸이라는 단어에 현혹되어 나는 저절로 생겨나는 것에 편승하고 싶은 속내를 참지 못한 것이다. 

하루 8시간 4일만 일해도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는 사람들은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는 사람들이다. 

나는 단지 주 4일의 집중도 있는 업무가 아닌 3일을 논다는 사실에 열광하고 환호했었다. 

그러므로 인해 선도적인 의식을 가지거나 4일만 일하고도 이렇게 잘 사는 부러움을 받는 나의 겉모습만을 갈망한 것이다. 

어디까지나 나 혼자만의 이야기이니 어딘가에 대입하지는 말길 바란다. 


나는 현재 워라밸이라는 단어를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그런 건 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일과 삶의 균형을 따지기 전에 내가 제대로 된 의도를 가지고 살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소비가 왜 중요한가?

여행이 왜 중요한가?

타인에게 나를 증명하기 위해 과시하기 위해 보이는 소비와 여행을 하지는 않았는가?

워라밸이라 말하지만 사실 노는 것에만 중점을 두지는 않았는가. 


슬로건에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 

이용해야 한다. 

찬사를 미리 앞당겨 받지 말아야 한다. 

진정으로 이루었을 때 받아도 늦지 않다. 


요일은 의미 없다. 

매일의 시간만이 의미가 있을 뿐이다. 

당신의 조력자들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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