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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소세지

by WineofMuse

어릴 때는 분홍 소시지에 계란물 입혀 구워내는 반찬이 최고였다.


줄줄이 비엔나 소시지는 부유층(?)의 전유물이라 소풍 가는 날이 아니고는 여간해서는 구경하기 힘들었다.



소풍 가는 날에는 김밥에 사이다와 과일을 싸가는 것이 국룰이었다.


그럼에도 반에 두어 명은 늘 맨밥에 김치만 덜렁 있는 도시락을 가져오곤 했다.


쉰내가 풀풀 나는 김치에 목이 메어도 꾸역꾸역 넘기는 까끌한 질감이 평생 잊히지가 않는다. 돗자리도 없이 찐따처럼 멀찍이 떨어져 외롭게 김치 군내가 풍길까 마음 졸이던 때가 있었다.



분홍 소시지 이야기를 하다 이야기가 삼천포 모퉁이로 빠지고 말았다.


우리 아이들은 분홍 소시지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걸 대체 무슨 맛으로 먹는 거냐며 손사래를 친다.


아빠는 아직도 분홍 소시지 특유의 그 저렴한 맛이 늘 새롭다.


맛을 떠나 원 없이 먹어보지 못한 그 시절의 그리움이 함께 배어 나오는 맛이다.


단지 먹어보라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는 그 맛도 어쩌다 한 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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