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꺼리 Feb 10. 2021

나는 왜 노르웨이로 갔을까? 3

여행 준비하기(숙소 예약과 그 이후)

  ‘나는 여행을 통해서 무엇을 얻고 싶을까?’ 여행을 가기 전 항상 생각하는 문제다. 이런 문내가 여행을 자꾸만 힘들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편안하게 휴양을 겸해서 며칠 다녀올 수 있는 여행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큰돈을 들여서 멀리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는 여행이 휴양이 된다면 얼마나 아까울까라는 생각이 머리에 스치는 순간, 계획을 다시 세워서 보다 주도면밀하게 되는 경향이 많았다. 지금까지의 여행도 다르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번 여행만큼은 좀 색다르지 않을까 싶어도 ‘나’라는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지금까지의 여행이 특별히 달라지는 것은 별로 없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지난번 여행을 통해서 보았던 빙하를 보다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래서 빙하체험을 프로그램으로 정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그리고 이 나라의 높은 물가수준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했다. 마약 우리나라도 노르웨이처럼 고물가를 유지하고 사람들이 높은 소득을 얻을 수만 있다면, 비록 우리나라에서의 삶은 힘들어도 전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편하게 다닐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렌트를 하고 도로를 운전할 때 우리나라와 어떤 다른 교통체계를 가지고 있을지도 궁금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궁금했던 것은 이 나라 사람들이 마을마다 옹기종기 모여 살면서 어떻게 소득을 창출하고 소비하면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이런 궁금증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기회가 이 번 여행을 통해서 모두 충족되기를 바랄 뿐이었다. 다만, 비용이 문제였다. 높은 물가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환전을 하고 준비를 해야 하는데, 이 나라에 가서 식사를 하는 비용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 것인가의 문내가 최대의 고민거리였다. 이런 나의 마음을 아내에게 이야기하였더니 아내는 대뜸 ‘그럴 줄 알았다. 당신이 그렇게 이야기할 때부터 이번 여행도 찌질해질 것이라 생각했다.’라고 말을 하였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의 여행이 한 번도 찌질하지 않은 적이 별로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 조식을 든든하게 먹고 바깥을 나서면 관광지를 둘러보고 시간이 어중간해서 점심을 건너 뛰거나 대개 햄버거 하나 사 먹는 것으로 식사를 마무리하고 저녁도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길거리 음식을 사먹거나 저렴한 음식점을 찾아 다니다보니 제대로 된 한 끼를 먹었던 기억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햄버거 189크로네. 사악핟. 3만원정도라니.

  이 번 여행은 더더욱 식사비를 아껴야 하는 여행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들어서 아예 처음부터 모든 구성원들에게 아침과 저녁은 숙소에서 만들    어 먹도록 하고 점심은 중간에 사먹거나 아침에 도시락을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을 했다. 그랬더니 딸이 나에게 ‘이번에도 노르웨이 가서 노르웨이 음식 못 먹어 보는 거야?’라고 물어 보었다. 나는 딸에게 마지막 날 저녁은 노르웨이 전통 음식을 먹어 보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했더니 겨우 한 끼를 먹어서 어떻게 아느냐며 많이 투덜거렸다. 원래 우리 여행이 그렇지 않았느냐며 위로를 해 주었지만, 딸의 얼굴에는 실망한 표정이 역력했다. 결국 여행 기간 동안 아침과 저녁은 마트에서 장을 봐서 만들어 먹고, 점심은 샌드위치나 핫도그를 만들어서 먹었다. 마지막날 오슬로에서 저녁을 나가서 먹었는데, 소위 푸드코트 정도 되는 곳에서 식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끼에 5만원.....


  드디어 시간은 촉박해지고, 숙박시설을 예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 되었다. 경험으로 비추어 보았을 때 대략 숙박업소들은 3개월 정도 남았을 때가 가장 저렴하다.


  그래서 우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캠핑장들부터 예약에 들어갔다.                    

일정별 숙소 예정 및 비용 모든 비용은 2가족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여행을 가기 전에 가장 힘든 것이 바로 숙박시설을 예약하는 것다. 왜냐하면, 사람마다 기호가 다르고, 숙박시설의 가격에 비례해서 더 좋아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가격 대비 가장 만족도가 높은 곳을 찾는 것은 무엇보다 힘든 일이다.


  그래서 나는 대략의 원칙을 가지고 숙박시설을 예약하는데, 

첫째다양한 호텔 예약 앱을 이용하기보다는 가장 마음에 드는 하나를 선택해서 꾸준히 이용하는 편이다주로 호텔스닷컴을 이용하는 편인데, 나름 고객응대도 빠르고 불만시 대응이 원활하며, 10% 적립 등의 혜택 등등. 그러나 이번에는 부킹닷컴 이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부킹닷컴으로....


둘째고객 평정이 상위 10%이내에 드는 것을 위주로 검색한다. 10점 만점이라면 적어도 9점 이상(너무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 8.9점부터)로 검색을 제한하고, 특히 고객 평점을 적은 건수가 10건 미만이라면 신생 업체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평점이 높더라도 일반화가 어려워 예비 숙소로 남겨두고 우선 건수가 많은 것을 중심으로, 평점이 높은 곳 위주로 검색을 한다. 그런데, 앞선 대만여행에서는 6명이나 되는 나이 많은 어르신들을 모시고 가야해서 이 분들을 2인1실로 배정할 수는 없어서 가급적이면 6인을 허용하는 숙박시설을 찾아보았으나 대만이라는 나라가 그런 많은 가족들을 수용할 수 있는 호텔을 갖추고 있지 않는 경향이 많아서(특히 일본과 대만이 가장 심함) 3인2실로 찾아보았다. 그러나 대부분이 2인1실 구조의 호텔이 주종이라 평점이 높으면서 방의 크기도 크고, 가격도 적당한 곳을 찾는 것이 정말 어려워서 결국 개업한지 1년 밖에 되지 않은 호텔을 예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고객 평점을 적은 건수도 5건 밖에 되지 않고, 가격도 결코 저렴한 것이 아니라서 많이 고민했는데, 걱정과는 달리 숙박시설이 너무 좋아서 어르신들이 모두 만족을 했다. 가끔 이렇게 좋은 숙소를 만나기도 하지만, 대개는 평점보다 좋지 못한 경향이 더 많았다.


셋째직원들의 고객응대 서비스 점수를 본다. 직원들 교육이 잘 된 곳이 건물은 허름하더라도 훨씬 깨끗하고 만족도가 높은 경향이 있었다. 반대로 건물의 시설물이 아무리 좋더라도 고객 응대가 좋지 못하면 좋은 것들이 모두 좋지 않게 보였다. 이것은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할 수 있는 좋은 팁인 것 같다.


넷째기후에 따른 교통 여건이다. 동남아시아나 대만, 일본과 같은 곳은 여름에 매우 날씨가 무덥기 때문에, 지하철역에서 도보로 1분 거리에 있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좋다. 특히 대만이나 싱가포르는 지하철역 내의 계단이 너무 많다. 특히 대만은 에스컬레이터가 많이 없어서 출구를 잘못 찾으면 캐리어를 들고 올라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지하철이랑 무조건 가까워야 하고, 반대로 유럽과 같은 나라들은 지하철이나 버스 등 다양한 교통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고, 너무 복잡한 곳보다는 조금 한적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곳과 5분 정도 떨어져 있어도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반면, 유럽이지만 땅은 크고 인구가 적은 나라에 갈 때에는 교통 시설이 많이 없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만 있는 곳이면 된다. 구글 네비게이션으로 검색하면 대중교통이 언제쯤 도착하는지 실시간으로 검색할 수 있으니 마냥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은 별로 없었다.


다섯째사람들의 기호를 살피고 가장 부합하는 곳을 찾아야 한다깨끗한 곳을 원하는지, 넓은 곳을 원하는지, 조식이 좋은 곳을 원하는지 등등. 나는 대개 가족이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조식이 맛있는 곳을 선택해야 하고, 다음으로 아이들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넓은 곳을 선호한다. 그러다보니 태국의 호텔들이 나의 입장에서는 가장 이상적인 곳이었다. 

여섯째가격적인 요인이다. 아무리 모든 요인을 만족하더라도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나는 여행을 다닐 때 하루 숙박비로 10만원에서 15만 원 정도로 4인 가족 숙박시설을 정하는 편이다. 유럽도 예외는 아니라서 이 금액에서 최대한 절충을 해 본다. 안된다면 최종적으로 한인민박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된다. 외국에서 아침에 한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도 큰 메리트가 되기 때문이다.


여섯째가급적이면 세계적인 체인보다는 그 나라의 로컬 브랜드 호텔을 선호한다이런 걸 공정여행이라고들 많이 부른다. 지금까지 여행을 다니면서 글로벌 체인 호텔이나 숙박시설은 거의 이용하지 않은 것 같다. 가격적으로도 비싸지만, 내가 아무리 그 나라에 많은 돈을 써도 그 호텔에 사용한 비용은 그 나라가 아니라, 대체로 미국으로 빠져나가 버리기 때문에 그 나라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기준에 따라 아래 숙소들을 예약했다. 첫째날 숙소는 앞서 이야기를 했으니 둘째날 숙소부터 설명하겠다. 둘째날과 셋째날은 2일 연속 숙박이 필요했다. 왜냐하면, 3일차에는 프레이케스톨렌으로 등산을 가야하고, 왕복 6시간 정도 소요되므로 체력을 고려해서 가급적이면 숙소를 옮기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타방에르와 프레이케스톨렌까지는 차로 이동해도 2시간 남짓(중간에 페리를 타야해서 시간이 많이 걸려요.) 걸리는 거리이기 때문에 가장 이상적인 숙소는 프레이케스톨렌 근처에 숙소를 정하는 것이 정답이었지만, 근처에 있는 캠핑장은 히테(건물로 된 숙소)가 없어서 근처의 호텔을 알아보니 하룻밤에 40만원. 2실이면 80만원을 주고 예약을 하기에 가격적인 메리트가 전혀 없었다. 차라리 스타방에르로 돌아오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숙소를 검색해보았다. 노르웨이라는 나라가 인구가 많지 않기 때문에 폭발적으로 관광객이 많이 늘어나지 않는 이상 대규모의 호텔을 만드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호텔들이 보통 레지던스이거나 B&B일 경우가 많았다. 이곳의 호텔도 일반 가정집을 개조한 숙소였다.     

부킹닷컴이 북유럽쪽에서는 많이 검색되기는 하였지만, 결국은 전화응대나 서비스가 좋지 않은 것은 문제였다.

 우선 6인실이라서 2가족이 같이 한 공간에 머물러도 될 정도의 크기였고, 예약할 당시에는 2가족이 방을 어떻게 나누어 써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이 컸는데, 막상 숙소에 도착해보니 방은 큰방 1개(3인용), 중간방 1개(2인용), 작은방 1개(2인용)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큰방 하나를 한 가족이 쓰고 나머지 방을 다른 한 가족이 쓰는 것으로 분배하니 적절하었다. 


  노르웨이의 이런 레지던스 형식의 숙소들은 집주인이 이 건물 어디에도 살거나 근무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9일 동안 비슷한 유형의 숙소에 여러 번 묵었지만, 한 번도 메니저를 만난 적이 없었다. 워낙 인건비가 비싼 나라이다보니 모든 일은 전화나 이메일로 대신하고 고객을 응대하는 직원은 상상할 수 없는 동네이였다. 도착하기 열흘 전 쯤 이메일 한 통을 받았는데, 숙소에 가는 방법과 숙소에 도착해서 어디를 보고 주차를 해야 하는지(미리 예약할 때 담당자에게 이메일로 주차장 2면이 필요하니 제공해줄 수 있느냐라고 물어보았더니 집 앞에 2대를 댈 수 있게 해주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숙소에 들어가는 현관 열쇠는 어디에 있고, 현관 열쇠가 들어 있는 상자를 여는 비밀번호를 알려주었다. 도착했을 때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지만, 다행히 전혀 모르는 노르웨이어를 해서 전화할 필요없이 바로 열쇠를 찾아서 들어갈 수 있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호텔이 아니고서는 메니저를 만나기 어려운 곳이 바로 이 노르웨이가 아닌가 싶었다.     

실내는 목재를 이용해서 지었지만, 구조가 매우 단단하고, 특히 나무로 된 샷시가 예술이었다. 바람이 하나도 안들어오다니...

  보는 것처럼 모든 시설이 깨끗하고 좋았지만, 시설은 어느 정도 낡았고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는 시설물도 있었다. 다행인 것은 숙박시설 내에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었고, 세탁세재도 비치되어 있어서 세탁을 하는데 무리가 없었으며, 모든 식기와 조리도구가 갖추어져 있어서 이용하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또한, 건물 내 유리창은 모두 2중창으로 되어 있고, 단단히 닫힐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서 열손실이 매우 적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추운 나라이다보니 보온대책은 확실하게 해 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온수는 매일 300리터 정도씩만 싱크대 한쪽에 탱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워낙 추운 나라다보니 상수도관이 막히거나 하면 각 가정에 저장된 물을 이용해서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 나라의 숙박시설들 특징이 2가지가 있는데, 한 가지는 침대커버를 따로 빌려야 하는 곳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대개의 레지던스들은 자체적으로 청소용역을 주는지 비용을 따로 받지 않지만, 캠핑장이나 몇 몇 숙소들은 침대커버를 빌리는데 대개 1만원에서 1만5천원 정도의 비용을 요구하는 곳이 많았다. 다른 한 가지는 청소비도 따로 받는 곳이 많다는 것인데, 이건 정말 생소한 것이라 주의사항을 자세히 읽어보니 나갈 때 처음 그대로 청소를 깨끗이 해 놓던가 아니면 청소비를 지불하고 마음껏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고 되어 있었다. 청소비가 무료인 곳도 있지만, 대부분의 숙소에서는 청소비를 받거나 선택을 해야 했고, 가장 비싼 곳의 청소비는 무려 20만원이나 되는 곳도 있었어요. 숙소비도 20만원 내외였는데, 청소비가 20만원이나 되다보니 결국 숙박비가 50만원 가까이 되는 그런 기이한 현상도 생겼다.     

보이는 숙소의 왼쪽은 화장실이고, 오른 쪽은 4인용 2층침대가 있는 침실이었다.

  4일차, 5일차 숙소도 마찬가지로 스타방에르에서 이동거리로는 300킬로미터 내외였지만, 페리 탑승이 2번이나 있어서 시간이 적어도 5시간은 걸릴 것으로 예측이 되었고 도착 다음날 베르겐 시내를 구경하려면 2박을 연속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5월에 예약을 시도하였음에도 베르겐 지역의 숙소들은 예약률이 90%에 가까울 만큼 숙박 장소를 구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고, 괜찮아 보이는 곳은 대개 하룻밤 숙박료가 우리 돈으로 1백만 원을 넘는 곳이라서 베르겐 시내에서 숙박을 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하는 수 없이 베르겐 근교에 캠핑장을 알아보았는데, 노르웨이 관광청에서 소개하는 캠핑장 몇 군데는 따로 예약하는 시스템이 없이 바로 와서 방을 구하는 시스템이라 이곳을 잡는 것은 지나치게 위험 요소가 많았고, 다른 곳은 캠핑카나 텐트만 칠 수 있는 곳이라 아예 불가능하였기에 베르겐 시내와 10분 이상 떨어진 곳에 숙소를 구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고른 캠핑장은 브라틀란트 캠핑장이었다.     


  고객 후기에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가장 와 닿았다. 비록 렌트를 하기는 했지만, 베르겐 시내는 주차비가 비싸기 때문에 하루 종일 주차비(대략 3만원)를 내어가면서 여행을 다니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이 도시에도 베르겐 카드라는 것을 발행하는데, 이 카드를 구입하게 되면 베르겐 시내의 대중교통은 해당기간 동안 무제한 이용할 수 있고, 박물관이나 관광지 등을 무료 또는 할인해서 입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최근 부산에서도 이와 비슷한 카드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공공기관이 나서서 카드를 만든다면 관광을 활성화하는데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베르겐에 가면 우선 베르겐 카드를 구입해서 사용하면 캠핑장에서 베르겐 시내까지 무료로 이동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유럽의 각 주요도시들은 이러한 비슷한 형태의 카드를 만드는데, 잘 이용하게 되면 아주 저렴하게 관광지와 교통을 이용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다만, 카드를 이용하려면 부지런히 관광지를 돌아다녀야 한다는 단점은 있다.


  6일차 숙소는 베르겐으로부터 대략 9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그나마 가까운 곳이었다. 나중에 글을 적겠지만, 바로 갔으면 2시간 내외면 도착했을 곳을 중간에 그리그 생가를 찾아가서 연주회도 보고 가는 것으로 계획을 바꾸는 바람에 조금 일찍 도착해서 근교를 구경하려던 계획은 모두 취소되고 숙소에 들어가서 쉬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이번에도 캠핑장을 따로 예약할 수 없어서 레지던스를 알아보았고, 부킹닷컴을 통해서 예약을 할 수 있었다. 우리가 가는 지역은 보스라고 하는 지역인데, 노르웨이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작은 마을이지만, 이 나라에서 가장 예쁜 마을로 유명해서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보내기 위해 오는 곳이기도 하고, 전국에서 가장 익스트림 스포츠로 유명한 곳이기도 해서 사람들이 항상 많은 곳이라고 하였다. 


  마을이 작다보니 마을 중심부에서는 캠핑장을 찾을 수 없었고, 산쪽으로 올라가야 볼 수 있는 숙소들이 많아서 그러리라 생각하고 생각없이 예약을 했다. 나름 후기들이 매우 좋아서 내심 기대하기도  하였지만, 이 숙소는 숙박비가 하루에 25만원 내외였지만, 청소비가 무려 20만원이 추가되는 이상한 숙박비 구조를 가지고 있는 곳이었다. 이메일을 통해서 청소는 우리가 깨끗하게 할 것이므로 청소비를 내지 않는 방법은 없는지 물어보았으나 청소비는 의무적으로 납입해야 하는 비용이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예약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에는 근처에 구할 수 있는 숙소조차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숙소에 도착하고 나서 이곳을 찾기 위해 1시간 넘게 허비한 시간도 아깝고, 청소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곳에서 숙박을 해야 하는 이 찜찜함 때문에 결국 국내에 돌아와서 숙박사이트에 정식으로 항의하고 서로 언성을 높이는 일도 벌어졌지만, 그 상황에서 숙소를 옮기지 못한 관계로 다른 식구들에게 너무 죄송한 하루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숙소 앞에서 찍은 사진(‘플란다스의 개’만화영화에 나오는 시골 풍경과 너무 흡사함)

  게다가 이 숙소를 찾아가기 위해서 거의 산을 하나 넘어가야 할 만큼 가파른 산길을 차를 타고 올라야 하고, 중간에 차단기를 만나서 차단기를 올리기 위해 숙소 관리자에게 전화를 해야 했으며, 도착해서는 열쇠를 찾지 못해서 관리자에게 전화를 하면서 영어로 설명을 하고 비밀번호를 물어보는 진풍경까지 그야말로 난관의 연속이었다. 이 나라가 인건비가 비싸다보니 이렇게 호텔이 아닌 숙소들은 관리자나 메니저가 상주하지 않고 전화를 걸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게다가 열쇠를 찾기 위해 비밀번호를 알아야하는 불편함까지....        

숙소에서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
발코니에 놓여있는 고급진 의자들

  발코니 쪽에 있는 방은 넓고 바깥 경치를 바라보면서 잠을 잘 수 있어서 너무 좋지만, 나머지 방 2개는 2층 침대가 있는 3인실로 구성되어 있었고 겨우 짐을 놓고 잠을 청할 수 있는 정도의 크기였다. 다만, 시설이나 인테리어가 매우 고급스럽고 비용을 많이 들인 것으로 보였으나 청소가 안 된 관계로 이 모든 것들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안타까웠어요. 


  이곳은 청소업체에 따로 청소를 외주로 주고 있었는데, 이곳이 오늘 숙박을 해야 하는 곳인지 체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나 보다. 게다가 토요일이다 보니 청소업체에서도 근무를 하지 않아서 조치를 취할 수도 없었다.     

노르웨이의 집들은 많은 곳이 지붕 위에 흙을 올리고 잔디나 풀을 키운다. 이렇게 만들면 지붕을 튼튼히 하면서도 저렴하게 만들 수 있다고 한다.

  7일차 숙소(송달 캠핑장)은 캠핑장으로 정하고 캠핑장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직접 예약을 했다. 그런데, 예약하는 절차가 너무 단순해서 놀랐다. 인원수를 입력하고 인원수에 맞는 방을 지정하면 예약이 되었다고 하고 이메일로 예약확인서를 받은 것으로 예약이 끝나버렸다.


  이 캠핑장에 도착하는 내내 혹시나 예약이 되어 있지 않다고 이야기하면 어떻게 할지, 게다가 캠핑장을 찾아가는 길을 구글 지도로도 찾을 수가 없어서 어떻게 가야할지 너무 걱정이 되는 곳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구글 지도를 통해서 장소를 특정하고 지도를 검색해보았으나 구글에서 지정해준 장소에는 아무리 찾아보아도 건물이 보이지 않았고, 특별히 캠핑장임을 나타내는 어떤 사진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곳을 숙소로 정한 이유는 다음날 빙하체험을 하기 위해서였다. 굳이 페리를 타고 가서 숙박을 하고 다음날 아침 2시간 정도를 다시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겪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빙하체험 시간이 11시라서 그 시간 전에 도착하려면 어쩔 수 없이 이곳을 예약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거실 가운데 화로가 있고 안락의자가 2개 있어서 불을 지피고 가까이 앉아서 따뜻한 음료를 마실 수 있었어요. 여름이었지만, 중부지역으로 올라오니 저녁 기온은 10도 이하였다.

  저녁 해가 지고 거의 8시가 되어서 도착한 숙소에서 직원을 만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였으나, 중간에 캠핑장에 전화하고 늦을 것이라고 했더니 아무 걱정하지 말고 오라고 한 이유가 있었다. 메니저가 리셉션에 근무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캠핑장을 둘러보고 있었고 우리가 도착했을 때에는 캠핑장 내부를 자전거로 점검하고 있다가 만나서 숙소를 안내받을 수 있었고, 구할 수 없었던 맥주를 구입해서 마실 수 있는 기회도 주었다.    

거실은 넓고 숙소는 매우 따뜻했다. 다만, 방 하나는 너무 크고, 다른 하나는 너무 작은데 모두 2인실이라 결국은 가족이 떨어져서 잠을 자야했다.
아침에 숙소를 나서기 전 찍은 사진. 건물은 하나이지만 2개의 숙소로 나뉘어져 있어서 2가족이 사이좋게 나누어 사용했다.
캠핑장 내에 그네도 있고 아침 일찍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그런데, 8시 이후에 되니 텐트를 거두어서 이미 출발해버리고 없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이곳의 캠핑장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좋았다. 실내에는 땔감을 이용해서 화로에 불을 붙일 수 있었고, 거실에서 보는 바깥 경치는 환상적이었다. 잠만 자고 나온 것이 못내 아쉬울 만큼 훌륭한 숙소였다. 게다가 숙소를 2개 예약했음에도 그나마 저렴한 30만 원대라서 더더욱 좋았다.             


  8일차 숙소(레르달 캠핑장)은 이미 7일차 숙소에 가기 전에 들렀다. 왜냐하면 다음 날 빙하체험을 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오면 시간이 7시가 넘을 것 같아서 이 캠핑장을 예약할 때 반드시 4시 전에 와서 체크인을 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예약이 취소될 수 있다고 안내를 받은 터라 꼭 들러서 예약을 했고 부득이 늦을 수밖에 없다고 안내해주고 싶었다. 게다가 페리를 타러 가는 곳 바로 앞에 있어서 쉽게 들를 수 있었다. 


  이 캠핑장은 마치 뉴질랜드의 캠핑장을 연상시키는 곳이었다. 캠핑장 내에 다양한 시설들이 있었고, 주변의 경치는 좋았으며, 숙소는 잠만 잘 수 있는 구조라서 이러한 형태가 바로 뉴질랜드의 캠핑장과 같은 형태를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캠핑장에서 자전거를 빌려서 1시간 탈 수 있었다. 가격은 90크로네. 우리 돈 1만3천 원 정도.
나무로 기둥을 만들어서 부서질까라는 염려가 들었지만, 탈 때에는 전혀 흔들림이 없어서 너무 좋았던 그네. 2명이 한꺼번에 탈 수도 있는 왼쪽의 그네는 말 그대로 대박이었다.

      놀이터에는 그네와 트렘펄린이 있어서 아이와 같이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시간도 있었고, 해가 늦게 져서 그런지 늦은 시간까지 야외활동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더 좋았던 것은 호수에 살고 있는 오리들이 우리가 묵고 있던 숙소 바로 앞으로 놀러 왔다는 것이었다. 저녁에도 만났는데, 아침에 오리들이 우는 소리에 일어나서 보니 숙소 바로 뒤쪽에서 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숙소에 놀러 온 오리들

  그러나 숙소는 말 그대로 잠만 잘 수 있을 만큼 내부 공간은 작았어요. 2층으로 되어 있지만, 2층에는 겨우 2명이 누울 수 있는 공간 뿐이고, 아래에 있는 방도 겨우 2사람이 잘 수 있는 크기. 이 나라는 잠자는 공간이 정말 협소하고 작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았다.      


  이제 드디어 마지막 날 숙소. 레르달 캠핑장에서 무려 400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오슬로를 향해 출발했다. 다음날 비행기를 타야해서 아침 일찍 출발해서 오슬로에 도착하면 저녁에 외식이 예정되어 있던 터라 부지런히 운전했다. 

  오슬로 시내가 사람은 많고 워낙 작은 도시라서 교통사정이 매우 좋지 못하고 일방통행이 많은데다 트램도 있어서 웬만해서는 처음 운전하면 식은땀을 흘릴만큼 힘든 곳이었다. 다행히 구글 네비게이션은 도로가 정비되는 곳을 알려주어서 돌아갈 수 있는 곳을 검색해주었고, 그 길을 따라가니 쉽게 숙소를 찾아갈 수 있었다.


  이곳도 다른 곳과 같이 메니저가 없었다. 들어가는 것부터 문이 잠겨있어서 메니저를 호출하는 버튼을 눌러야 했고, 들어가서는 부킹닷컴으로부터 받은 예약확인서의 pin번호를 터치스크린에 입력을 하고 나서야 해당하는 숙소의 열쇠를 받을 수 있었다. 또 다른 일행의 숙소 열쇠를 받는데 20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열심히 숙소 키를 받기 위해 터치스크린 앞에 서 있는데, 홍콩 사람으로 보이는 가족이 들어와서는 자기들도 터치스크린 앞에서 방황하고 있어서 아내가 직접 방법을 알려주었으나 제대로 되지 않아서 청소하고 있는 분에게 안내해주는 수고를 거치기도 했다. 역시나 사람을 마주보고 열쇠를 받을 수 있는 곳이 훨씬 편한 것 같다.    

전등이 매우 인상적이었고, 거실도 나름 넓었다.

  이 숙소는 예약할 때부터 고객 평점이 매우 높은 곳이었다. 더 높은 곳도 있었지만, 이미 예약이 되었거나 아니면 매우 비싸게 예약을 해야 해서 이곳이 가장 적당한 곳이었다. 숙소는 가족별로 2실을 예약했다. 각각 2층과 3층의 숙소를 배정받았는데, 겉에서 봐서는 이곳이 숙박시설인지 도통 알 수 없을 만큼 매우 평범하기 그지없었지만, 내부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5성급 호텔에서나 볼 수 있는 인테리어부터 청소하는 직원의 완벽한 청소상태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컵 손잡이 하나도 방향이 모두 동일하고 그릇들이 어찌나 줄을 잘 맞추어 놓여있는지, 우리가 예약한 2층 숙소는 3시에 들어갔지만, 청소를 더 해야 한다고 해서 결국 우리 숙소에 모든 짐을 놓고 체크인을 하지 못하고 관광을 하러 나갈 수밖에 없을 만큼 완벽하게 청소를 하였다. 보스에 있는 숙소에 이런 직원을 두어야 하는 것인데....    


  게다가 이 숙소는 노르웨이 왕궁과도 도보로 2분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데다 노벨 박물관과도 가깝고, 바로 옆에 마트도 있어서 모든 것들이 완벽했다. 지하철역과는 5분 정도 거리였는데 찾기가 매우 쉬웠다. 


  다만, 숙소의 메니저와 이메일을 주고 받았을 때 주차할 공간이 필요하다고 하였으나 숙소에서는 따로 주차장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주차를 제공해줄 수 없다고 말하였고, 근처에 공용주차장을 이용하면 되는데 하루에 대략 3만 원 정도 할 것이라고 안내해주어서 우리는 오슬로에 와서 렌터카를 반납하고 도보로 이동하기로 마음먹었더니 오히려 숙소가 주차장이 없다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었다.                        


  모두 9박을 해야 하는 숙소이고, 2가족이 잠을 자야 하는 곳이라 숙박비가 많이 들어 보이지만, 가족 당 대략 160만 원 정도 비용이 들어갔고, 9일로 나누면 하루에 18만 원 정도라서 다른 여행보다 조금 더 들었다. 영국에 갔을 때에도 하루에 15만 원 정도의 숙소를 구했었고, 태국에서도 대략 15만 원 정도를 주었던 것으로 본다면 물가가 훨씬 높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3만 원 더 들었다는 것은 아주 준수한 결과인 것 같았다. 모두 캠핑장을 많이 이용한 덕분 아니겠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