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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할 가치도 없다?

옥시 사건. '김앤장'의 변호에 대해

최근 옥시를 수 년간 대리한 '법률사무소 김앤장'이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개인적으로 김앤장이나 대형로펌의 '돈을 좇는' 행태를 좋아하지 않는다.

나를 뽑아주지도 않을 것 같지만 들어가고 싶은 생각도 없다.

그래도 여론의 태도는 2가지 측면에서 좋지 않다.


첫 번째는 '옥시'는 변호할 가치가 없다는 견해. 조금 더 나아가서 변호해주면 안 된다는 견해는 좋지 않다.


변호할 가치가 없는 의뢰인은 없다.


나같이 법률사무소에서 수임을 개인적으로 결정하는 사람은 '신념' 또는 '돈' 등에 따라 변호를 기피하는 의뢰인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법무법인 (혹은 김앤장과 같은 특이한 법률사무소) 은 다양한 구성원이 있는 '하나의 조직'이다. 검찰이 사건을 가려맡을 수 없는 단일한 조직인 것처럼 대형로펌은 개별 변호사들의 신념 등에 따라 의뢰인을 고를 수 없다. 법무법인이 대리인이고 변호사는 그냥 '담당' 변호사다. 의뢰인은 법인에 일을 맡긴다.

구성원이 많은 로펌은 일종의 작은 변호사 사회다. 변호사 전체가 맡아서는 안 될 의뢰인이 있다면 모를까 수임한 법무법인을 수임 자체로 욕할 수는 없다. (수임 후 잘못된 행동을 한 경우 욕해도 된다. 옥시의 경우 증거조작에 개입한 의혹)


김앤장의 미쓰비시, 론스타 대리 문제도 싫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정말 그런 기업을 대리하는 것이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김앤장같이 민간기업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공적조직인 법원에서 미쓰비시나 론스타쪽 패소판결을 내리는 게 맞다. 조금 있으면 해외 로펌들도 들어온다. 김앤장이 받은 수임료가 국익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그냥 그들 거니까) 김앤장이 안 하면 해외 로펌이 한다.

극악무도한 살인사건의 가해자도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다. 누구나 자신의 입장에서 억울한 부분은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고 그걸 대신해 주는 사람이 변호사다.

기사에 따르면 수임제한에 대한 입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한 로스쿨 교수가 있다는데, 마음은 이해하지만 기본이 부족한 분인 것 같다.


두 번째는, 이런 여론의 태도가 비난의 타겟인 '김앤장' 에 되려 도움이 될 거라는 점이다.


법률서비스가 기본적으로 일반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가 아니지만,

김앤장은 더 소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 기업 또는 지킬 것이 많은 사람이 고객이다.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내 고객은 될 수 있어도 김앤장의 고객은 아니다.

옥시는 불매운동에 고개 숙일 수 밖에 없는 기업이지만, 김앤장은 불법적 행동으로 제재를 받지 않는 한 타격이 없다. 구성원변호사들에게 욕하면 타격이 있을 수 있으나 글쎄.. 얼굴보고 욕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 본다.

옥시가 욕을 먹고 변호사를 구하기 힘들어질 수록 김앤장이 부르는 수임료는 높아진다.

나쁜 일일수록 더 비싸게 부를 것이다. 방청석에 있는 이들한테 욕먹는 것도 변호사들은 수임료에 포함시키니까.

'미쓰비시도, 론스타도, 옥시도 대리해주는데, 나는 그들에 비하면 더 억울한데 얼마나 잘 해줄까?' 라고 생각하는 의뢰인도 있지 않을까? 어쨌든 맡기면 윤리의식 싹 제거하고 의뢰인 편을 들어준다는 게 대형로펌의 장점이다.

여론의 '김앤장 비난'은 김앤장 홍보광고에 가까운 효과를 낳고, 다수의 정의를 관철하는 경우가 아니라 의뢰인만의 정의를 관철시키고 싶을 때, 돈 많은 고객들이 김앤장을 '더' 찾게 될 것이다.


김앤장에서 퍼트린건지는 모르지만 종종 듣게되는 이야기가 있다.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회사의 사내변호사는 당연히 이기는 소송을 대형로펌 또는 '김앤장'에 맡긴다. 괜히 조그만 펌에 맡겼다가 지기라도 하면 (잘못 맡긴) 자기 책임이 될 수 있으니까.

이기기 힘들 것 같은 소송은 '김앤장'에 맡긴다. 져도 사내변호사 입장에서는 할 말이 있다. '김앤장'도 졌는데... '

돈을 받아내야 하는 혹은 지켜내야 하는, 아니면 구속되기 싫은 입장에서는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은 관심 없다. 도움이 되는 사람이 좋다. 지금의 여론은 그런 이미지 강화에 일조하는 면이 있다. 테츠카 오사무의 '블랙잭' 같은 의사처럼 보이기도 한다.(물론 블랙잭은 정의의 편이긴 하다만)


여론이 '김앤장'의 흥행을 정말 방해하고 싶다면 디테일한 부분을 잡아내야 한다.

예를 들어, 옥시사건은 사건발생 당시 '김앤장'이 아니라 도덕적인 법률자문이 조언을 했다면 사실을 밝히고 진정성있는 사과를 하고 피해자구제 대책을 세우라고 했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법률대리인이 돈을 덜 벌게 된다 하더라도 말이다. 얕은 꾀로 인해 결국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결과를 낳게 되지 않았나?

모르긴 하지만 당시에 옥시 살균제만 그런 문제가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때 양심적으로 행동했다면 전체 가습기 살균제의 문제로 다뤄졌을 수도 있다.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60510091804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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