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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잉타입 Jun 14. 2017

UMF, Jazzyfact, 그리고 ‘Aoki’

‘UMF : 잠은 죽어서나’

UMF, Jazzyfact, 그리고 ‘steve aoki : 잠은 죽어서나’


“난 내가 내 꿈의 근처라도 가보고는 죽어야지 싶더라고”

'Jazzyfact'의 노래 ‘always awake’의 가사 일부다. 언제나 깨어있겠다는 제목처럼 노래도 그렇게 흘러간다. 음악 내내 ‘우린 이 젊음을 만끽해야해!’라며 이 밤이 가도 언제나 깨어있겠다고 외친다. 왜 이들은, 많은 예술가들은 밤에 잠을 자지 않을까.  



그 이유의 일부를 ‘울트라 코리아’(Ultra Korea, UMF Korea)에서 찾을 수 있었다.


세계 최고의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 ‘울트라 코리아’가 올해도 어김없이 서울에서 열렸다. 정식 명칭은 울트라 코리아라지만 대부분은 UMF라고 칭한다. UMF는 최고의 DJ를 섭외해 전 세계 도시에서 열리는 세계적 축제다. 서울에선 6월 10, 11일 이틀간 잠실 주경기장에서 펼쳐졌다. EDM, 전자 음악에 말 그대로 미친 ‘관중’들이 몰려든다.


UMF 티켓은 꽤 혹은 많이 비싸다. 이른 시기에 예매한 소수를 제외하고는 이틀 모두 출입할 수 있는 입장권을 사는 데 약 18만 원을 바쳐야 한다. 그럼에도 UMF는 한 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는 게 정설이다.


UMF를 매년 찾는다는 백 아무개 씨(26)는 “클럽은 싫어한다. 좁은 공간, 답답한 공기가 나를 옥죈다. UMF는 다르다. 탁 트인 올림픽 주 경기장을 무대로 음악에 따라 감정 그대로 몸을 흔들 수 있다”고 말한다. 임 아무개 씨(26)도 “해가 갈수록 아는 사람이 점점 늘어난다. 한 번 왔던 사람은 다음 해에도 또 오고, 안 와 본 사람도 유명세를 타고 모여들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일찌감치 예매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나이대 구매력에 비하면 무척 비싼 티켓을 사면서도 젊음이 UMF를 찾는 이유다.


그래서인지 평소 금, 토, 일 3일이던 공연기간은 토, 일 이틀로 줄어들었지만 관객은 크게 줄지 않았다. 주최 측에서는 지난해 3일간 15만 명에서 이틀간 12만 명으로 하루 평균 관중이 1만 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UMF를 찾기 전 Netflix 다큐멘터리 잠은 죽어서나 : 스티브 아오키 (I'LL SLEEP WHEN I'M DEAD)를 봤다. 스티브 아오키는 DJ MAG이 꼽는 전 세계 DJ 랭킹에서 7위를 차지한 유명 DJ다. (이번 UMF에 참가한 헤드라이너 중 가장 높은 순위의 DJ는 같은 랭킹에서 3위를 차지한 Hardwell이다.) 스티브 아오키는 2012년부터 UMF KOREA 에 자주 등장했던 DJ다.


그는 ‘인생은 죽을 때까지 도전의 연속이다’라는 말로 유명한 일본 레슬링 국가대표이자 ‘베니하나’의 창업자 록키 아오키의 아들이다. 록키 아오키는 레드불의 스포츠 마케팅을 혼자 몸으로 해내듯 끝없이 도전한다. 일본에서 북미까지 열기구로 건넜고, 모터보트로 세상에서 빠른 속도를 기록해낸다. 이 와중에 열기구가 추락하고, 보트가 박살이 나서 병원에 실려가면서도 그는 다시 도전하겠다고 말한다.


록키 아오키를 보면서 자라서였을까. DJ 분야에서 스티브 아오키도 잠 안 자고 도전한다. 낮에 라스베이거스에서 공연하고, 그 날 밤은 이비자, 내일은 싱가폴이다. 그는 ‘성공 비슷하게 했지만 갈 길이 멀다. 그러니 자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말 그대로 ‘잠은 죽어서나’다.


드디어 잠 안 자는 사람들이 모이는 날이 왔다. UMF는 낮부터 시작하지만 한낮부터 대개 오후가 되서야 본격적으로 사람이 모여든다. 강남, 건대, 청담, 잠실 등 인근에서 배를 채우고 술기운도 채운 뒤에 잠실 올림픽 주 경기장으로 이동한다. 줄을 선 사람들 중 노출이 과해 보이는 사람이 흔하다. 곤룡포나 데드풀같은 코스프레 복장도 눈에 띈다. 입장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30년 전 이곳에 선 선수들이 그랬듯 긴장, 기대, 들뜸, 열기가 느껴진다.


번거롭지 않은 수준의 입장 절차를 거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말 그대로 난장판이다. 바닥에는 마시다 버린 맥주 컵, 생수병, 음식 그릇이 뒹군다. 귀를 때리는 비트에 몸을 맡긴 사람이 보인다. 오후 5시. 한 여름으로 다가간 계절 탓에 아직 해가 지기에는 먼 시간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이미 뜨거운 태양 밑에서 정신을 빼놓은 듯 몸을 날리는 사람이 여럿이다. DJ의 음악에 따라 몸을 띄운다.


주 경기장에서만큼은 바깥과는 완전히 단절된, 전혀 다른 룰이 적용되는 세계다. ‘~해야 한다’ 따위는 전혀 없다. 초면인 사람을 무동 태워 주고, 서로 팔을 두르고 빙글빙글 돌기도 한다. 모르는 사람에게 물을 뿌리기도 하고 기차놀이를 한다. 이곳에서만큼은 잠시 모든 것을 내려 놓는다.


DJ가 바뀌고, 시간이 가고, 해가 지면서 점점 광기는 짙어져간다. 뒤쪽에서는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공간에서 흐느적흐느적 춤을 춘다. 앞쪽에서는 빈틈없이 빽빽한 군중 속에서, 거대한 스피커의 쿵쾅거림을 온 몸으로 맞는다. 심장이 저절로 빠르게 뛰는 느낌이다. 스피커 소리에 맞춰 심장박동이 더욱 빨라진다. DJ의 비트는 더욱 강렬해지고 레이저는 쉴 틈 없이 쏟아져 내린다. 진이 빠져 쓰러지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밤이 깊어져갔지만 관중은 줄지 않고 더욱 많아진다. 언제나 깨어있겠다는 사람들 같다. 스티브 아오키다. 재지팩트다. 이들에겐 ‘어쨌든 인생은 딱 한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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