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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잉타입 Aug 16. 2017

'구루냐' '구태냐' 구현모, 뉴미디어를 논하다.

'한국 뉴미디어 제프 베조스' 혹은 '철새' 구현모 구구절절 인터뷰

‘청춘씨발아’라는 이름이 이름을 알리게 된 건 2분 30여 초의 짧은 영상이 페이스북을 타고 수없이 공유되면서부터다. 조회수 약 300만 건, 공유가 1만 건에 이르렀다. 이 영상은 한 청년이 길을 걸으며 ‘이런 정치인 뽑지 말자’라고 하며 시작된다. 20대끼리 편한 자리에서 나누는 대화체로 구성된 영상은 ‘투표 금지 유형’을 제시한다. 나름의 투표 가이드라인인 셈이다.


그 영상 출연자가 SNS에서 인지도를 쌓고 있는 구현모 씨다. 구 씨는 ‘미스핏츠’, ‘청춘씨발아’에서 시작해 ‘필리즘’, ‘‘알트’’를 거쳐 ‘모티브’라는 채널에 새롭게 뛰어들었다. 한 쪽에서는 그를 두고 ‘뉴미디어계의 제프 베조스’라고도 칭하지만 반대쪽에서는 ‘뉴미디어계의 대통합 민주신당’으로도 생각한다. 정 반대의 시각은 쪼개지고 합쳐지는 과정을 두고 생산적이고 진보했는가, 비생산적이고 퇴보했는가에 대한 관점의 차이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다수의 페이지를 운영한 바 있는 대학원생 구현모 씨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많이 먹는다’는 옛말처럼 망해본 사람이 뉴미디어를 가장 잘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구 씨를 2017년 6월의 주말 내 방에서 만났다. 그가 가장 빛을 발한 ‘이런 정치인 뽑지 말자’처럼 최대한 격식 없게 편하게 진행했다. 그는 “적당히 알아서 써주세요”라면서 쓸데없이 솔직하게 말했고, 수위조절을 위해 많은 부분을 쳐내야했다. 


―자기소개부터 해보시죠.

“‘미스핏츠’, ‘청춘씨발아’, ‘필리즘’, ‘알트’ 등을 만들고 운영한 구현모 입니다.”


―왜 이렇게 많은 매체를 한거죠? 한 곳에 정착할 수도 있었을 텐데.

“먼저 매체 성격을 잡고 그 다음에 진행하니까, 다른 걸 하고 싶으면 다른 걸 만들 수밖에 없더라고요. 하다 보니깐 성격이 안 맞는 것도 있었어요.”


―어떤 성격이 안 맞았는데요.

“예를 들어서, ‘미스핏츠’는 글만 하자고 했어요. 그런데 영상을 하고 싶은 거에요. 단기로 한 시즌만 하고 싶었는데 ‘미스핏츠’는 그걸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았어요. 당시에 조직 내부의 갈등도 있었고 그러니깐 접었죠.”


―‘미스핏츠’를 떠나 ‘청춘씨발아’를 만들었습니다. ‘청춘씨발아’는 영상이라 임팩트가 더 크지 않았나 싶은데요.

“영상이니까 크기도 했고, 그땐 또 한 소재만 파면서 빨리, 주기적으로 만들어서 더 임팩트가 있던 것 같네요.


―그때 제일 인기 있었던 영상은 뭐였죠.

“우리의 박리세윤씨가 나와서 손가락을 튕기며 시점 바뀌는 영상, 제가 나와서 길거리 돌아다니면서 말한 ‘이런 정치인 뽑지 마라’ 동영상이 인기 있었죠.”


―그때 모였던 구성원들은 누군가요.

“박진영, 박리세윤, 김혜지, 양수민, 이수련.”


―어떻게 꾸리게 됐나요.

“‘미스핏츠’할 때 박진영, 박리세윤을 알았어요. 걔네와 김혜지까지 ‘넷이서 프로젝트성으로 해보자’, ‘방학 때만 하고 말자’해서 하게 됐죠. 진행하면서 사진 찍을 친구가 필요해 이수련이란 친구를 통해서 양수민을 알게 됐어요. 그렇게 인원이 늘어갔어요.”


구현모 씨와 '청춘씨:발아' 팀원들.

―일이란 것은 보통 재미나 금전적인 이득이 있어야 하잖아요. 재미가 있었던 건가요.

“재미가 컸죠. 제가 방학 때 교환학생 가기 직전이라 별로 돈을 벌겠다는 바람은 없었고 가기 전에 재미있게 하고 가자 싶어서 했죠.”


―그래서 ‘청춘씨발아’ 시즌 2가 나온 건가요.

“네. 여름 방학 때 시즌 1하고, 제가 캐나다 가있는 2학기 때 남은 애들은 그걸 했죠. 저 돌아와서 잠깐 했고요. 서로가 합의가 된 것이었어요. 장기적으로 가지 않는다.” 


―‘청춘씨발아’의 성공 비결은 뭔가요?

“제작했던 사람들이 다 20대였어요. 나이 메리트가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소구하고자 타겟 독자하고 정서가 비슷하고 환경이 비슷한 게 있었으니깐 좋았던 것 같아요. 만약에 우리가 30대인데 10대에게 소구하려고 하면 힘든데 20대가 20대한테 소구하려고 하니깐 괜찮았던 것 같아요. 개개인의 실력과는 별개로요. 팬 층을 만드는 전략으로 가야 해요. 우리의 팬을 누군가 데려가려고 해도 우리 팬을 만족 시킬 만한 콘텐츠를 못 만들테니까요”


―나이는 20대인데 잘 안 나가는 뉴미디어 매체도 있잖아요.

“그건 개개인의 실력이 부족한 거죠.”


―뉴미디어에서는 재미가 제일 중요하지 않나요.

“뉴미디어뿐만 아니라 모든 게 재미가 중요하죠. 다큐를 하더라도 재미가 있어야죠. 흥미를 돋울 수 있어야죠.” 


―‘청춘씨발아’ 만들고 꽤 알려졌어요. 수익화는 생각 안하셨나요.

“그래서 ‘필리즘’을 만들었어요. 수익화가 되려면 니치한 콘텐츠를 해야 돼요. 돈을 벌러면 콘텐츠를 팔거나 광고가 달리거나 제품을 팔거나 해야 되는데 ‘청춘씨발아’는 정치 얘기해서 할 말이 없었어요. ‘뷰티, 라이프 스타일로 가자’고 해서 박진영이 ‘필리즘’을 만들고 제가 합류를 한 거죠.” 


―수익 모델을 후원으로 잡는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구독 모델은 좋지만, 후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후원은 건강한 매체가 아니라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건강한 매체라면 좋은 콘텐츠를 확고한 타겟에게 주는 건데 동시에 콘텐츠가 특정 욕구를 만족 시켜 줘야겠죠. 독자가 이 콘텐츠에 중독이 돼야 하는데 그러면 구독을 할 거에요. 구독을 구매의 한 종류라면 드라마나 영화나 게임은 <넷플릭스>, <왓챠플레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직접 구매를 해요. 반면 후원은 우리가 용돈이 끊기면 후원도 끊어요. 되게 연약한 고리에요. 


―굳이 이름을 바꾸고 새롭게 만들 이유가 있나요.

“첫 번째로 ‘청춘씨발아’를 좋아하는 독자들은 그 페이지에서는 뷰티를 만든다고 했을 때 떠나갈 위험이 있었어요. 두 번째로는 새로운 사람이 합류했어요. 1기 구글 뉴스랩을 했던 사람들이 합류를 하면서 새로 만들자 해서 하게 됐죠.”


―페이지를 자꾸 갈아탄 게 득이 됐다고 생각하세요, 아니면 해가 됐다고 생각하세요. 그것도 아니면 의미 없었다 생각하시나요.

“의미 있었다고 생각해요. 저 혼자 다 만드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도 있으니까요. 만약 모회사 같은 게 있었다면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새로 하는 게 맞죠.”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존에 구독자 몇 만 명 모아 놨던 게 아깝지 않나요.

“어차피 (독자가) 붙을 매체는 빨리 붙는다고 생각해요. 요즘 새로운 페이지가 아무리 뜨기 힘들다는 말이 있어도 3만~5만까지는 잘 만들면 갈 것 같아요.”


'필리즘' 페이스북 페이지 커버 화면

―‘필리즘’에서 어려운 점은 뭐였나요.

“첫 번째는 내부 팀원들이 융합이 안 됐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과 별개로 일 할 때 하나가 돼서 해야 하는데 오류가 있었어요. 두 번째는 콘텐츠만 만들던 사람들이니깐 어떻게 돈을 만들지 감이 없는 거죠. 거기에 내부 갈등이 있었어요. 박리세윤은 맨날 월급 달라고 찡찡대고….”


―박리세윤 씨 같은 경우는 ‘필리즘’이란 이름에 문제가 많다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그 사람은 자기가 좋은 아이디어를 내던가.”


―‘필리즘’에서 가장 화제가 된 영상은 무엇인가요.

“‘필리즘’은 M 사이즈 입어본 영상, 남녀 임금 불평등 영상, 혜지가 만든 여자의 귀갓길. 그 정도였던 것 같아요.”


―‘필리즘’은 본격 사업화도 염두해 두고 만든 매체인데 여기서도 사업화가 실패했단 말이에요. 이유는 뭔가요.

“아까도 말했다시피 경영과 콘텐츠 만드는 건 다른데 경영에 대한 경험이 없던 사람들. 조직이 너무 비대해지기도 했고요. 11명이었는데 저도 필요 없던 것 같고, 제작자들만 있었어도 괜찮았을 거에요.”


―뷰티라는 컨셉은 나쁘지 않았던 것 같나요.

“네. 뷰티를 레드오션이라고 하는데 거기만큼 돈 잘되는 게 없는 것 같아요.”


―지금 페북 광고도 샤워기, 발팩, 여드름 제거, 왁스, 건강인 것 같아요.

“맞아요. 결국 페북 영상으로 비싸지 않고 제품 사용 전, 후가 빨리 티가 나야 돼요. 저렴한 염가 쌈마이한 물건이지만 대신에 확 바뀌는 것, 시각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 옷 같은 경우는 시각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는 않죠. 그러다 보니깐 애매한 물건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필리즘’에서는 따로 영업활동은 안했나요.

“그땐 별로 없던 것 같아요. 두만이 치킨이 유일한 비즈니스였죠.”


―‘필리즘’도 한 시대의 종언을 고합니다. 제일 빠르게 끝난 게 ‘필리즘’ 아닌가요.

“그렇죠. 기간이 짧았으니깐”


―‘필리즘’을 끝으로 ‘알트’가 새로 생깁니다. ‘알트’는 어떻게 구성이 된 건가요.

“‘필리즘’하다가 남은 사람들이랑 ‘트웬티’라고 대학생 미디어 만들던 사람들이랑 둘이 교류가 있었어요. 얘기를 자주 나누다 보니깐 서로 필요한 인력이 있는 거예요. 그쪽은 콘텐츠가 필요했고 우리는 경영에 대한 경험이 필요했고 그래서 같이 하자 그랬죠.”


―합병이네요. 그렇게 ‘알트’라는 혼종이 나옵니다. 돌아보면 ‘알트’는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 ‘필리즘’을 더 했어야 했는데….” 


―‘알트’와 ‘필리즘’은 어떻게 다른 건가요.

“일단 사람들이 다르고 만든 콘텐츠의 양도 ‘알트’가 더 많았죠. ‘필리즘’ 같은 경우는 고민을 하다가 못한 것 들이 많았어요.”


―‘알트’에서 성공적인 콘텐츠는 뭐가 있었나요. 

“생리대를 차봤다, 장애인 이동권 등이 있었죠.”


―페이지의 흥망성쇠와 별도로 ‘현모 뉴스’는 꾸준했습니다.  

“이제 작작 해야 될 것 같아요. 지겹습니다. 제일 쉽긴 한데 너무 뻔해요. 그럴 거면 개인 페이지에 올리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하고요. 미디어 페이지에 있어야 할 이유를 모르겠어요.”


―지금까지와 달리 ‘알트’는 투자 유치를 받으려고 시도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결국 실패를 했는데요. 원인은 무엇인가요.

“일단 차별화 문제겠죠. 두 번째는 수익 모델을 어떻게 할지도 명확하지 않고요. 세 번째는 비전 자체가 투자를 하기에 매력적이지 않았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풀겠다’라고 할 때 어떤 문제가 명확하지 않았으니까요. 콘텐츠라는 게 문제 풀기에 좋은 건 아니니까요.”

'알트' 페이스북 페이지 대표 사진


―‘알트’는 어떻게 종언을 고했나요. 

“내부 갈등 및 투자 유치 실패 등등 이죠. ‘미스핏츠’부터 같이 했던 친구들이 박진영, 김혜지, 박리세윤인데 저 포함 네 명이 다 쓸려 나갔어요. 제가 대학원을 갔던 것이 크고 혜지,진영이 같은 경우는 하다 보니깐 내부 갈등을 겪는 것도 지겹고.


―‘알트’를 하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게 된 건 맞나요.

“‘알트’를 하면서가 아니라 가수 이승환 씨 덕분이죠.”


―가수 이승환 씨와는 어떻게 연을 맺게 됐나요.

“‘알트’에서 세월호 영상을 만들었는데 공유해 주시더라고요. 제가 기쁜 마음에 “감사합니다 형님. 충성충성.” 이런 느낌으로 댓글을 달았는데 본인의 토크 콘서트 공연에 한번 나와봐라 해서 나갔죠.”


―토크 콘서트 나가서 어떤 이야기하셨어요.

“‘새로운 가치관이 필요하다’ 이런 소리를 했던 것 같아요. 돈이 최고지 가치관은 안 바뀌어.”


―상당히 흑화 돼버렸네요. ‘알트’에서 어떤 고난을 겪으셨기에. 어쨌건 ‘알트’를 그렇게 접게 됐습니다. 또 한 번의 당이 사라진 셈인데요. 새로 생긴 모티브는 어떻게 구성이 된 건가요.

“저와 김태용 형, 영어강사 류시찬 씨, 마케팅 하시는 이가희 씨와 같이 하죠.”


―뉴미디어를 여러번 차렸다 망했다가 다시 또 차렸는데요. ‘내가 해봐서 아는데’, 뉴미디어를 좁게 정의하면 페이스북, 유튜브 등 SNS 기반으로 콘텐츠를 유통하는 채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일 중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버티컬한 주제, 니치한 시장을 소구할 수 있는 적극적인 콘텐츠 기획력, 경영 같은 경우는 솔직히 나중에 한 명이 붙어도 될 것 같아요. 기획력이 가장 중요하죠. 시장을 잘 공략할수만 있다면 뭘 해도 된다.”


―뉴미디어의 주제가 자극적인 것도 있지만 흔히 PC한 주제로 가지 않나요.

“그렇죠. 근데 그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어요. 주제보다는 자체적으로 ‘돈을 버냐’, ‘안 버냐’ 그게 중요하다고 봐요. 벌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벌면 투자 받을 이유가 없죠.”


―버티컬한 주제 중에서 ‘된다’고 생각하는 분야가 있나요.

“페미니즘은 아등바등 살 것 같기는 한데 딱히 제 스타일은 아니에요. 게임 괜찮을 것 같아요.”


―약간 별풍 느낌이네요.

“그렇죠. 게임 같은 경우는 마케팅도 좋고 팬층도 확실하니까요. 실제로 ‘인벤’이라는 거대 매체가 생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잖아요. 마케팅 영상으로 관점을 돌려보면 뷰티나 테크쪽도 가능하겠죠. 저는 개인적으로 남은 최후의 보루는 술이라고 봐요.


―술? 갑자기 술은 왜요. 생각해보면 ‘딩고’가 ‘하이트진로’하고 같이 이슬라이브를 만들어서 대박이 나긴 했죠. 더군다나 구현모 씨는 술을 잘 못 드신다고 알고 있는데요.

“제가 못 먹지만 거기 시장성이 보이기는 해요. 개인적으로 첫 번째 술 소비량이 줄고 있어요. 근데 사람들 만날 취해 있는 것 같지 않아요? 양은 줄고 퀄리티의 시대로 갈 수 있다. 두  번째 ‘바’도 많이 생겼잖아요. 그럼 집에서 먹든 좋은 술집을 가든 맥주가 다양하게 된 것 처럼 술 먹는 것도 다양하게 바뀔 것 같아요. 21살 말고 직장인들이요. 소주 먹기 싫은 경우가 많으니까요. 집에서 술 먹는 문화가 생기는 걸 보면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아요.”


딩고와 하이트진로가 손잡고 만든 이슬라이브.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우리나라 뉴미디어의 가장 큰 제약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역시 인구인가요.

“아니요.”


―흔히들 한국어 시장이 작다고 하잖아요.

“그것도 팩트이긴 한데, 기본적으로 잘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시장의 크기보다는 실력의 문제, 주제의 문제. 뉴미디어 하는 사람들 대부분 기자하고 싶어했던 사람들이잖아요. 그 사람들이 보는 게 뻔하단 말이에요. 항상 말하지만 해외 언론사 콘텐츠는 영상 콘텐츠 중에서 2등이 아니라 2류에요. 가장 영상 잘 만드는 애들은 광고 영상 만드는 애들, 뮤직비디오 만드는 애들, 영상을 팔아서 돈을 버는 애들이 가장 잘 만들어요. 언론사 영상은 그게 돈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상대적으로 퀄리티는 떨어져요. 한국에서 보는 해외 언론 다 똑같아요. VOX 보고, AJ+ 보고, MIC 보고, 뉴욕타임스 보고 한국에 들여와요. 그런걸 보는 게 의미는 있지만, 어차피 보고 따라할 거면 좋은 걸 보고 따라 하는 게 낫죠.”


―뉴미디어적 관점에서 한국 언론사의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문제 없다고 생각합니다. 돈이 안되니까. 돈이 안되는 걸 안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 효율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흔히 뉴미디어를 한다는 사람들은 기존 레거시 미디어가 점유율을 잃고 있거나, 사람들의 시선에서 멀어지고 있다. 그러니까 당장의 돈이 아니라 그 쪽에 투자해야 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말만 그런거죠. 디지털 퍼스트나 왜 언론사 영상이 쌔끈하지 않느냐. 첫 번째 그걸 만드는 사람들 대접을 안 해줘요. 막말로 ‘딩고’ 다니면서 재밌는 거 만든 사람이 회사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언론사 가서 의사 결정권자, 데스크 앉은 사람들과 격차가 있잖아요. 언론사에서는 기자가 왕이지 않습니까. 모바일 개발하는 회사에서 개발자가 갑인 것처럼, 언론사에서는 기자가 갑인데 과연 영상 만드는 사람들이 나름 자기 스타일이 있는데 굳이 거기 갈 필요가 있냐 이거죠. 페이도 그렇고요. 막말로 ‘OO일보’가 페북 영상 만드는 애들한테 연봉 7000씩 주면 안 갈 이유는 없죠. 3000 주면서 퀄리티는 7000을 바라니깐 양아치 심보겠죠. 레거시 미디어가 돈 안 되는 걸 안하는 건 문제가 아닌데 투자를 안하는 건 너무 양아치에요. 바라는 것만큼 투자해야죠.”


―각각 시장마다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 뉴욕타임스의 성공을 우리나라에 적용한다고 해서 똑같은 성공을 거둘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신규 채용 반을 디자이너로 뽑는다는 뉴욕타임스 같은 시도를 하는 한국 언론사가 있다면 성공할 수 있을까요. 

“전사적으로 투자하면 가능성 있다 생각해요. 중앙일보 이노베이션 랩도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대기업들이 줄 선다는데요. 가능성은 있는데, 전사적 투자를 해서 장기적인 수입원이 되느냐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한국 광고 시장 좀 이상하잖아요. 단기적으로는 가능한데 장기적으로 그게 안정적인 광고 수입이 되진 않을 것 같아요.” 


―한국 광고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돼있다면 뉴미디어에서 시장성을 만들어 낼만한 영역이 있나요.

“저는 빤한 거라고 생각해요. 결국은 페이스북의 주요 연령 값이 핵심이겠죠. 화장품을 예를 들면 30~40대들이 페이스북 광고를 보고 화장품을 사지는 않겠죠. 그 사람들은 직접 보고 살테니까요. 10대 후반, 20대 초 중반 여성을 위한 제품들이 많겠죠. 페이스북 동영상으로 제품을 사는 것 자체가 아주 좋은 걸 사기에는 불가한 거고 높아 봤자 3~4만원이지 않을까요. 자동차를 페북 보고 살 수는 없는 거니까요.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하고 있는 데는 어디라고 생각하세요.

“‘딩고’, ‘인벤’ 정도.


―기존 언론사 중 에서는요.

“비즈한국이요.(웃음) 기존 언론사중에서는 중앙일보가 제일 잘하지 않을까요.”


―뉴미디어 팀 중에서 주의 깊게 보는 곳 있나요.

“‘닷페이스’ 숫자가 증명하고 ‘디에디트’도 잘하고 있죠. 저는 ‘롤 인벤’, ‘디스이즈게임’이 가장 잘 한다고 생각해요. 콘텐츠도 잘 만들죠. 게임이라는 콘텐츠 자체가 잘 빠진 거니까요. 잘 만들어진 음식위에 양념 몇 개 더 뿌리는 건데 상대적으로 쉽고 팬 층 확고하니까 그렇겠죠.”


―새로운 매체를 만든다면 뭘 만들고 싶나요.

“앞서 말한 술 문화. 술 문화를 전반적으로 다루는 걸 하고 싶어요. 술 리뷰도 하고 술과 관련된 이야기, 썰 등을 풀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두 번째는 인터뷰 전문 매체. 제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서요.”


―인터뷰라면 영상인가요.

“‘The Talks’라고 해외 매체가 있어요. 영상 없이 사진하고 글만 가는 거예요. 영상은 제가 하기에 너무 귀찮아요.”


―현재 대학원 재학 중인데, 대학원생은 어떤 제약이 되나요.

“아니요. 오히려 보호가 된다고 생각해요. 이게 돈이 안 되는데 전업을 한다 그러면 멘탈 나갈 것 같아요. 돈 안되는 게 너무 뻔히 보이니까요. 대학원 생활을 하면 내가 하고 있는 게 있으니까 마음 편히 생각 할 수 있죠.”


―특별한 직업 없이 뉴미디어에 올인하는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페이스북 말고 유튜브 라이브하세요. 스트리머로 성공하는게 더 빠를 것 같아요. 돈 벌게 해주는 플랫폼이 유튜브 밖에 없어요. 페북은 영상을 바탕으로 돈을 벌어야 하는데 유튜브는 그것만 잘하면 돈이 돼요.”


결국은 뭐다? 갓튜브다.

―결국은 갓튜브다.

“돈 벌게 해주는 플랫폼이 유튜브 밖에 없으니까.”


―콘텐츠로 인기를 얻어서 그 인지도를 돈으로 만드는 과정이 너무 힘들다.

“그렇죠. 페북엔 양아치가 너무 많은데 유튜브는 진짜인지 아닌지는 딱 나오니깐, 페북에는 자기 글로 사기치는 애들이 많아요. 유튜브는 그게 없으니까 통계 수치 딱 증명이 되잖아요. 얘는 진짜다 아니다 퍼스널 브랜딩 이런 얘기 하는 애들은 다 잘라야죠. 


―미래는 페북에 있나요?

“미래는 유튜브에 있죠. 페북은 그냥 개인 딸딸이에요.”


―페북에도 광고가 들어가면 가능성 있는 거 아닌가요.

“2년 동안 들어간다고 말했는데 아직까지 없는 거 보면…. 유튜브는 이미 광고가 잘 되고 있잖아요. 유튜브에 올리고 페이스북은 마케팅 채널로만 쓰는 거죠. 페이스북이 한국에서도 특정 매체들와 콘텐츠 계약을 해서 직접 사주는 형태가 되면 그때는 가능할 것 같아요. 이미 해외에 선례가 있어요. VOX, BUZFEED는 콘텐츠 거래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텍스트의 시대는 가고 영상의 시대가 온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죠.

“아직까지 글은 항상 있는 거고 사람들이 특정 플랫폼에서는 영상을 더 좋아 할 수도 있겠다 정도죠.” 


―보통 뉴미디어하면 영상으로 덤비는 사람들이 많은데 꼭 그게 답은 아닐 수도 있는 건가요. 

“글하고 사진만 해도 괜찮을 것 같고 아니면 본인이 능력이 있으면 다른 곳에서 내공을 기른 다음에 스토리 펀딩을 해도 되고요.”


―스토리 펀딩도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요.

“개인 아이덴티티와 주제만 확고하면 가능 할 것 같아요.”


―구현모 씨도 스토리 펀딩 한번 하셨잖아요. 상당히 욕을 먹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럴 수도 있죠. 제가 미숙했습니다.”


―그때 스토리 펀딩 체험해 봤더니 어땠어요.

“힘들었죠. 재밌긴 재밌는데 다시 한 번 하면 잘 할 수 있겠다 싶죠. 주제도 저한테 와닿지 않는 주제였고 그래서 아쉬웠죠. (구 씨는 ‘‘노답청춘’ 집 찾아 지구 반 바퀴‘라는 스토리 펀딩에 참여한 바 있다.) 다시 하고 싶기는 해요. 팀 꾸려서 프로젝트 추진하는 건 재밌는 것 같아요. 


―많은 활동을 했었는데 어떤 게 제일 재밌었나요.

“‘청춘씨발아’가 제일 재밌었고 ‘필리즘’에선 제일 큰 가능성을 봤고 모티브에서는 구현모의 사회성을 보여주죠. 철저하게 이게 도움이 되니깐 하는 거다. 재미는 없다. 이런 느낌이죠.”


―일간지 페이스북 중에서 작업해서 팬은 수십만 명인데 좋아요는 대여섯 개 달리는 계정들이 꽤 있습니다. 이런 바보 같은 작업을 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숫자가 중요하니깐 아재들은 숫자만 보니깐…. 작업을 하는 거죠.”


―돈을 벌기 쉽지 않다고 했지만 SNS 시장에서 기존 언론사가 뉴미디어와 경쟁하면서 어떤 걸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확고해야 하는 것 같아요. 기존 매체로 할 건지 아니면 신생으로 할 건지 정하고 그걸 통해서 진짜 뭐라도 해 볼 생각이 있는지 광고를 받을 생각이 있는지 결정해야죠. ‘우리 광고는 종이 광고가 대부분이니깐 온라인은 안 해도 돼’라는 마인드 인지, 마인드를 세팅해야죠. 남들 다 하니깐 하는 게 아니라 무엇을 할지를 생각해야 되는 것 같아요. 그게 본인들 회사 가치와 맞는지도 따져보고요.”


―콘텐츠에서 욕설을 하는 건 일부러 하는 건가요.

“연기입니다. 저는 욕설 같은 건 못합니다.”


―추구하는 콘텐츠 방향이 있다면.

“저는 일단 개도하려고 들지는 않으려고요. 최대한 나와 다른 의견 가진 사람들을 이해하고 단지 보여주는 콘텐츠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Teach가 아니라 Show and communication.”


―현모뉴스가 teach 아닌 가요.

“Explain입니다.”


―Explain 영상을 하게 된 계기가 뭐에요?

“원래 하고 싶었어요. 저도 옛날에 기자가 되고 싶었으니까. 해외 매체 기자들이 열심히 설명하는 게 재미있는 거에요. 그래서 한국에서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죠.”


―해외 매체 중에서는 어디를 많이 참고하시나요?

“VOX요. 완전 튀는 건 아닌데 가장 무난하게 잘하죠. 평균값이 높죠.”


―‘미스핏츠’하기 전에는 평범한 대학생이었나요?

“그렇죠. 기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대외활동 많이 하고 학점 잘 따고 모범적인 학생이었죠.” 


―학점은 몇 점이었는데요.

“4점이요. 제가 그때 기업을 준비했어야 했는데….”


―지금 잘못된 선택을 한 대학원생을 보고 있네요. 기자의 꿈은 이제 포기했나요.

“옆에 있는 분도 기자긴 하지만 기자들 생활 보면서 ‘아 시발 저렇게 살지는 말아야지’ 이런 생각이 들어요.” 


―맞습니다. 잘 아시네요. 세상의 본질을 일찍 깨달으셨네요. 앞으로도 모티브 같은 걸 만들 건 가요?

“모티브는 언제 끝날지 모르겠고, 다른 걸 만들 것 같기는 해요. 졸업하기 전 까지. 3년 안에 연봉을 받는 게 꿈입니다. 취업하기 어려우니까. 인생 답 없으면 박사 해야지.”


―잘못된 선택의 악순환 아닌가요.

“진짜 취업도 안되고 쓰레기가 되면 박사 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철새' 구현모 씨가 새롭게 참여한 '모티브' 커버 사진

―누군가가 뉴미디어에 뛰어 든다면 뭐라고 하실 건가요.

“‘하지마세요~’ 예를 들어, 아무것도 안 남은 XX이다 그러면 하세요. 근데 만약 서울대 경영 다니면 저 같으면 취업하죠. 만약 그래도 할 거면 진짜 뜻이 잘 맞는 친구들과 해야 된다.” 


―몇 년은 포기할 각오로요.

“한 학기만 해도 감이 올 거에요. 신문 기자들도 자기 기사 피드백이 바로 바로 나오잖아요. 콘텐츠도 비슷하죠.”


―근데 1~2년은 해야 답이 보인다는 얘기도 있잖아요.

“그렇죠. 그래도 그건 너무 긴 것 같고 여기에 모든 걸 올인 할 거면 6개월만 해도 티가 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의 뉴미디어 시장은 어떻게 변할까요.

“안 바뀌겠죠.1~2개는 살아 남겠죠. 그것도 유튜브에서 잘 된 애들만 살아남겠죠.”


―트렌드가 빠르게 변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소재를 포함해서 특정 시기에 유행하는 문법이 있는 것 같아요. ‘72초 TV’ 같은 경우 빵 터졌을 때 그때 전부다 따라했잖아요. 그리고 순식간에 사라졌잖아요. 음악처럼 누군가 선도하는 유행이 있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 대학원 문제를 다루는 매체가 있으면 잘 되지 않을까요.

“사람들이 대학원생에 공감을 잘 못해요. 엘리트들이니까요. 차라리 슬픈 고졸의 자화상 이런 게 될 것 같은데요.”


―잘 된 것 같으면서도 돈은 못 벌까요.

“광고를 받으려면 매체 성격과 맞아야 해요. 결국 광고주들한테 매력적인 매체가 없어요. PR이나 마케팅 하는 분들 얘기 들어보면 광고주가 정치색을 너무 꺼려해요. 정치색을 들어냈다가 피해가 갈 수 있으니까 애매한 거죠. 결국은 매체가 직접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게 가장 낫다고 생각합니다. 해외에 있는 걸 직구를 하거나요.”


―우리나라에서 하입비스트 같은 건 나오기 힘들까요.

“가능성 있다고 생각해요. 아무도 하지 않았지만. 예를 들어, 힙합엘이나 힙합플레이야가 자매체로 패션 다루는 매체를 만들면 통할 것 같긴 해요. 근데 그걸 잘 아는 사람들은 종이 매체에 들어가 있겠죠.”


―저는 한국 시장 사이즈와 상황을 고려했을 때 매체와 쇼핑몰이 결합되는 게 제일 이상적으로 보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구 씨가 끝까지 운영하고 싶다고 말한 ‘밀레니얼 오브 서울’(millennials of seoul)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내년에 석사 끝나고 뭘 할지가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계획을 해도 요즘 취업이든 뭐든 의지로 되는 게 아니니까요. 굳이 계획이 있다면 인터뷰 매체 ‘밀레니얼 오브 서울’을 계속 운영하고 싶고 그거 말고는 없어요.”


―꿈이 뭔 가요.

“피디 되고 싶더라고요. 직업적으로 따지면 피디 같이 콘텐츠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페이스북 페이지는 앞으로도 계속 왔다 갔다 하실 건가요.

“저는 철새 같아요. 불러 주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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