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이다. 좋은 것을 들이마시고 나쁜 것을 내뱉는 일. 깊이 호흡하여 허공을 떠다니는 상상을 붙들어 매고 현실로 돌아오는 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척이는 이유는 한 가지다. 그것이 고요 속에 들어앉아 나 스스로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자신의 목소리로 스스로 말해주어야 하는 일이라서.
좋은 것 하나, 나쁜 것 하나를 떠올리며 천천히 호흡을 반복하다 보면 금세 숨이 고갈된다. 내뱉을 것은 많은데 들이마실 것이 떠오르질 않는다. 자유를 마시고 불안을 뱉는다. 기쁨을 마시고 거북함을 뱉는다. 행복을 마시고 습진을 동반한 손발저림을 뱉는다. 그러기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대충 좋은 뭔가를 들이마신 후 호흡을 분할해야 할 만큼 굉장히 긴 문장을 내뱉고 있다. 좋은 것의 빠른 고갈. 그에 비하여 너무나도 넉넉한 부정들. 추상적인 들숨과 과한 디테일의 날숨.
그러나 나는 그 불균형의 호흡 속에서 잠이 든다. 고른 들숨과 날숨도 없고 나른한 여백도 없으나 진실이 있는 호흡 속에서.
삶의 변동에는 대개 정해진 일정이 있고, 그날이 지나면 모든 것이 안정되리라 자신을 위로하지만, 사실 우리는 수십 년에 거쳐 같은 감정을 반복하고 있다. 아마 시험에 붙거나 떨어진 후에도, 이직을 한 후에도, 결혼과 출산을 한 후에도, 우리를 새로운 국면에 던져 넣을 그날이 지나도, 결국 우리는 끊임없이 들숨과 날숨을 반복해야 할 것이다. 진실한 자신의 목소리로. 자꾸만 고갈되는 불균형한 호흡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