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호흡곤란 증세가 나타난 바로 다음날, 병원에서 심장비대증과 폐수종 진단을 받았어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선생님, 갑자기 그럴 리가 없어요. 이제 겨우 9살밖에 안 되었어요. 아무런 전조 증상도 없이 갑자기 그럴 리가 없어요.' 울며불며 그런 이야기를 해봤자 달라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듣는 병명이었기에 미친 듯이 인터넷을 찾아보았습니다. 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단어였기에 관심이 없었을 뿐, 너무도 흔한 질병이었어요. 예후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라 억장이 무너졌습니다. 산소방 처치와 이뇨제 투여, 약물 처방 등을 받고 경과를 지켜보았고, 2주 정도 호전과 괴로움이 반복되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니 어떤 것도 소용이 없더군요. 어떠한 치료에도 반응하지 않는 나의 개를 본 수의사는 우리 가족에게 넌지시 말했습니다.
'곁에 있어주는 것이 어떨까요'
치료를 중단하고 집으로 데려가 마지막을 함께 하라는 뜻이었어요. 잠시 고민했지만, 병원에서 첫 개를 보낸 이력이 있는 우리 가족은 의사의 뜻을 따랐습니다.
첫 호흡 발작을 겪은 날로부터 꼬박 한 달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별했고요.
지난날 엄마는 종종 말했습니다. '개나 고양이도 가족이니 잘 챙겨야 하는 건 당연해. 하지만과하게 돈을 쏟아부어 키우는 게 옳은지는 잘 모르겠어. 엄마 눈엔그리 좋아 보이지 않더라.'
늘 그리 말하던 엄마가, 아이가 떠난 후 처음으로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엄마가 돈이 아주 많았으면 말이야. 만약에 비싼 병원 가서 1억 주고 치료하면 우리 개 살 수 있다, 그렇게 의사가 말했다면, 그럼 엄마는 살렸을 것 같아. 1억이 아니라 10억을 주고라도 살렸을 것 같아.'
그렇게 떠난 아이는 나보다 먼저 엄마의 꿈에 나타났습니다. 살았을 적에는 엄마보다 언니를 더 좋아하던 아이였는데요. 그 순서가 낯설어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늘나라에서 보고 있었구나. 미안한 마음이 너무 커서 더 힘들어하던 엄마를 보고 '언니 말고 엄마한테 먼저 가봐야겠어' 생각했구나. 그 마음이 참 살아있을 때처럼 복실거리고 따스했습니다. 여전하구나 우리 강아지. 천국에서도 여전히 착한 내 새끼.
얘들은 어쩜 이럴까, 싶어요. 어쩜 이렇게 먼 곳에서도 한결같은 사랑을 주는지. 우리 언니, 우리 엄마, 우리 식구들 더 아프지 말라고 이리 노력해 주는 아이를 생각하면 하염없이 울고만 있는 것도 미안한 기분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