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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Nov 03. 2017

노력


가끔 아버지와 통화를 할 때면 인사말처럼 듣는 질문이 있다.

"지금 뭐하며 지내노?"

특별히 할 말이 없다.

늘 그 자리.

분명 뭔가 하고 있는데.

그렇게 시간이 흘렀는데.

그래서 우물쭈물 특별한 것 없다고 말씀드리면 또 다른 질문이 날아들어온다.

"그래서 지금 니 삶에 만족하나?!"

거친 다그침에 울컥한다.

아니! 당연히 만족스럽지 않다.

그래서 아등바등 노력하고 있다고 서럽게 대답하면,

내 입을 틀어막아버리는 결정적인 한방이 돌아온다.

"니는 몇 년째 계속 노력만 하고 있노!!"

이젠 뭐라 대꾸할 말이 없다.

속으로 불쌍하고 한심한 나를 다독일 수밖에.


그게 참 웃기다.

그리 만족스럽지 않은 삶을 살면서도 가끔 난 충만하게 행복하다.


'무엇을'이라는 뚜렷한 목적 없이,

'왜'라는 특별한 이유도 없이,

계속 의미 없는 노력을 하며 느긋하게 바둥거리는,

그런 부조리가 날 살게 한다.



노력_ 잡.다.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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