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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영기 May 28. 2016

12_‘불구’(不具)로 만든 북한 돈

북한의 화폐와 수령

상품이란 자본주의 체제에 대응하는 특수한 경제범주이다. ‘상품이 존재하기 위해 자본과 임금노동이 존재해야 한다이러한 자본임노동 관계(줄여서 자본 관계라고도 함)는 착취 관계가 내재되어 있다사회주의 생산과 소비분배의 메커니즘은 상품과 시장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생산자들의 필요와 욕구에 대응해서 직접적으로 이루어지는 사회이다그러므로 원칙적으로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상품도, 그 매개수단인 화폐도 없어야 한다그러나 인류가 20세기에야 시도한 사회주의는 아직 자본주의의 잔재가 남아 있는 불완전한 것이다. 아직은 생산수단의 사회적 소유조차 완전하게 달성하지 못한 채, 국가 소유(공장ㆍ기업소), 협동적 소유(어업)로 나누어져 있다자본주의적 화폐유통이 유지되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었다.

북한은 인민 경제를 계획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하는 보조적이지만 적극적인 역할을 화폐에 부여하고 있다사회주의에서 화폐가 수행하는 기능은 자본주의 사회와 같이 상품의 가치를 측정하고 그 유통을 중개하는 것이다새로운 기능으로 국영기업소 상호 간에 유통되는 상품적 형태’(‘상품이 아님)를 가지는 생산수단의 교환을 중개해주는 역할이 추가된다그러나 일반적인 사회주의 국가와 북한과는 화폐제도 운용상 무시할 수 없는 차이도 존재한다그것은 북한이 독립적 화폐제도를 성립시킨 이래 화폐의 기능을 지속적으로 억눌렀다는 점이다.

화폐가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기능즉 척도 기능, 지불 기능, 교환 기능, 축적 기능 등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화폐를 보편화폐라 부를 수 있다반면특정한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는 통화수단이 있다예를 들어 교육비 지출에만 쓸 수 있는 바우처한도액과 용처에 제한이 가해진 법인의 카드비정상적 상황에서 암묵적으로 통용되는 담배 등이 그것이다이러한 통화수단을 제한화폐라고 부른다면 북한 화폐는 제한 화폐로 분류될 것이다북한이 화폐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수행될 수 없도록 제한을 가했기 때문이다화폐가 집단적 이상을 추구하는 공동체에 뿌릴 개인주의라는 독소를 염려했던 것이다.

1990년대 이전 북한 화폐의 기능


1990년대 이전까지 북한은 화폐가 수행하는 기능을 제한해갔다.
리원경은 오직 계획경제를 보조하는 범위에서 화폐를 보조적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것(화폐)을 사회주의 사회의 특성에 맞게 이용하려면 계획경제의 요구에 복종되게 리용하여야 한다. 그 리용방법이 바로 화폐를 계획적 경제관리를 보장하기 위한 보조적 수단으로 리용하는 것이다.” 리원경, “화폐, 화폐류통은 계획적 경제관리의 보조적 수단”, <경제연구> 2009년 3호 (평양: 과학백과사전출판사, 2009), p. 40.

자본주의 사회의 화폐와 북한의 화폐는 외관은 비슷하지만 근본적으로 큰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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