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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영기 May 25. 2016

02_북한이 꿈꾼 ‘화폐없는 세상’

북한의 화폐와 수령

돈은 인간을 노예로 만든다. 사회주의는 본성상 돈을 거부한다.


1926년 소련 계획 위원회의 지도자 중 한 명인 코발레브스키(N. Kovalevsky)는 이런 예견을 했다.

"화폐 순환은 점차 줄어들어, 자연적 물물교환으로, 그리고 상품의 직접적인 할당으로 대체될 것이다."


돈은 완전히 무정하다. 
돈과 상품이 교환될 때, 거래의 질적 성격은 직업, 권력, 권위에 좌우되지 않는다. 
오직 양으로 측정되는 화폐만이 중요할 뿐이다.

화폐가 인간관계를 지배하는 사회는 북한이 추구하는 사회가 아니다. 
그들이 추구하는 이상은 화폐가 수행하는 인간관계의 공평함과는 정확히 반대에 있었다. 
화폐는 사회주의 혁명의 불길을 단 몇 푼의 현금 관계로 전락시킬 수 있었다.

북한의 설계자들은 주민들의 혁명적 열의가 차가운 현금 관계에 빠지는 것을 막아야 했다. 
그래서 북한은 위대한 수령의 초상을 모신 공화국 화폐를 제한적으로 통용되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북한의 화폐는 처음부터 ‘불구’(不具)로 만들어졌다. 
화폐가 일반적 기능을 수행할 수 없도록 사회적 조건을 차단한 것이다. 
그렇게 해야 북한이라는 거대한 목적 단체 안에서 개인들의 고립화를 막고 내면적이고 정열적인 집단 감정을 일깨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열망은 성공할 수 없었다. 
화폐를 질식시킬 수는 있었으나 완전히 사망시킬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화폐는 참으로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데다가 인류 역사의 오랜 퇴적물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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