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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핀수 Apr 07. 2024

눈감고 쓰는 소설

나의 꿈 이야기

나는 꿈을 자주 꾼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가 잠이 없다며 종종 나를 부러워했는데 이걸 왜 부러워하는지 모르겠지만 여기에 한 몫하는 것이 아마 꿈일 거다. 컬러로 아주 생생하게 꾼다. 눈은 감고 있지만 눈꺼풀 아래에서 나는 바삐 움직인다. 간밤의 꿈으로 개운하지 못한 아침을 맞은 적은 셀 수 없다. 내용은 나의 깊은 무의식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체험학습을 앞둔 날이면 늦게 일어나 버스를 놓치는 꿈을 꾼다던가, 마음이 불안하면 누군가에게 쫓기는 꿈을 꾼다던가... 예전에 김영하 작가님이 *소설은 하나의 체험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꿈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어느 날은 우리 집에서 가문의 이름을 건(?) 전쟁이 일어난 적이 있었는데 (배경이 왜 좁디좁은 우리 아파트였는지, 도대체 이름을 내걸만한 명예란 게 우리 집에 있긴 한 건지 모르겠지만 꿈이니 이런 건 신경 쓰지 않도록 한다.) 이 과정 속에서 나의 아버지가 크게 다쳤고 그만 명을 달리하게 되었다. 그 소식을 들은 내가 우리 집 안방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바닥에 곱게 누워 눈을 감고 있는 상처투성이의 아버지를 마주한 순간 나는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 내렸다. 꿈에서 깨어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일상의 소리를 들으면서도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이 꿈을 언제 꾼 건지는 기억도 나지 않지만, 나는 그때의 장면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인상 깊은 책의 한 구절처럼 말이다. 


왜 이런 꿈을 꾸게 되었을까? 위에서 말한 것처럼 이 꿈을 언제 꿨는지 기억하지 못하지만 10대로 들어선 지 얼마 안 됐을 때라는 것과 가정사 이슈(ㅋㅋ)가 있을 때라는 것은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이 꿈은 아마 나의 아빠가 우리 가정을 떠날 것 같은, 더 나아가 가정의 붕괴로 이어지는 불안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본다. 꿈에서 나는 곧이어 이 가문을 대표하게 되는데-나는 2녀 중 차녀이다...-이 또한 그 당시 어린 내가 그 이슈에 대해 어느 정도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반영된 게 아닐까... 추측해 본다. 어디까지나 추측이다.


그래서 나에게 꿈은 내가 쓰는 소설같이 느껴진다. 그날 내가 했던 생각, 말도 안 되는 상상, 저 한편에 묻어둔 걱정거리들을 모조리 긁어와 내가 잠이 들면 그 틈을 타 불같이 전개된다. 그럼 나는 그 소설의 주인공이 되어 펼쳐지는 여러 상황에서 일종의 체험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쓰고 보니 오늘은 과연 무슨 꿈을 꿀지 궁금해진다. 물론 아무 사건 없이 숙면하는 것이 더 좋겠지만 말이다.


*정확하게는 '소설이라는 것은 감정의 테마파크이다. 다양한 코스로 다양한 감정을 경험한 뒤에 나가면 되는 거예요.'라고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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