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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마 Jul 29. 2023

초점의 변화

 나는 2살 때부터 오른쪽 눈이 외사시였고, 그래서 두 눈의 초점을 하나로 맞추지 못했다. 무언가를 볼 때 ‘선명하다’라는 느낌은 내 기억에 9살 때가 끝이었고 그 뒤로는 흐릿하다고까지 할 순 없지만 무언가 분명히 보이는 게 아니라 그냥 느껴지는 수준으로 보였다. 식물들을 자세히 관찰하며 그리기를 좋아하던 어린 시절, 갑자기 모든 게 전처럼 자세히 보이지 않아서 너무 답답하고 짜증이 났던 기억도 있다.

 아무튼 그렇기 때문에 내 눈은 교정 수술은 물론, 안경과 렌즈로 도수를 맞춰보려 해도 초점 자체가 맞지 않는 탓에 완전히 선명하게 볼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단거리에 있는 글씨나 사물을 보는 것은 어떤 것이든 멀리 볼 때보다는 분명 상대적인 안정감이 느껴졌기 때문에 나는 나도 모르게 코를 박고 책을 보거나 그림 그리는 취미를 어려서부터 자연스레 갖게 되었고, 이렇게 가까이만 보는 게 익숙해진 인간은 멀리 내다볼 게 많은 자연으로의 여행을 무척이나 어지럽게만 느껴 정신을 차려보니 자연 자체를 멀리하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난 시각적인 이유를 포함한 여러 가지 이유로 대체로 좁은 실내에 있기를 좋아했다. 멀리 바라본다는 것은 거슬리고 어지러운 일이었으며 시야에서 이것저것 불규칙한 것들은 나도 모르게 불편해 짜증이 났다. 적어도 내 공간에서만큼은 내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일정한 높낮이로 정돈되어 있기를 원해 강박적으로 정리하고 또 정리하는 게 일상이 되기도 했다. 어떻게 해서든 내 눈이 편안해야 한다는 생각이 만든 강박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익히들 아는 사실이 그러하듯 사실 내 눈도 멀리 볼수록 편안함을 느끼는 눈이라는 것을 얼마 전에 알게 되었다. 일렁이는 바다와 높은 하늘의 구름들, 불규칙한 흙바닥의 모래들이 나를 불안하게 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언제부터인가 몇 번이고 자연으로 나가 보니(좋아하는 이들과의 시간을 내 개인적인 불편함 때문에 망치고 싶지 않다는 의지로…) 자연이 주는 편안함을 어느새 나도 느끼게 된 것이다.

 난 그동안에 ‘멀리 있는 것을 보면 어지럽다’, ‘불규칙한 것들은 나에게 시각적 혼란을 더욱 가중시킨다’는 고정관념에 초점을 맞추고 있던 것이었다.

  나도 무언가 멀리 내다보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구나. 불규칙하게 움직이고 배열된 것들도 내게 편안함을 줄 수 있다는 걸 깨달은 요즘, 달라진 건 내 마음뿐인데 내 눈이 좋아진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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