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마 Apr 13. 2023

똑똑, 상담받으러 -

3. 생각의 변화들

/나의 그릇

 나에게 참음 카테고리는 스스로가 대단히도 과대평가하던 그릇이었다. 난 뭐든 참고 싶었고, 끝까지 참을 수 있을 줄 알았다. 순간을 좋게 넘기면 된다며 그렇게 지냈지만 신체적으로는 이상반응이 나타났다. 근육이 과도하게 경직되거나, 식은땀이 나고 체온이 급격히 오르락내리락하기도 했고 체온이 달라지면 두드러기가 났다. 그렇게 신체적으로 예민해질 때면 너무나 불안했고 불안함은 결국 내 그릇을 폭발하게 만들었다. 분명 안 그러고 싶은데, 갑자기 생각도 못했던 부분에서 화를 내는 것이었다. 갑자기 화를 내는 나, 그런 나를 보며 당황하는 누군가와의 대치. 정말 내가 원치 않는 상황이었다. 그 상황은 누구든지 간에 타인 앞이라면 조금도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던 내게 엄청난 자괴감을 들게 하는 상황으로 다가왔다. 내가 왜 화를 냈지? 자책하다가도 내 화의 원인은 선을 넘는 주변 사람, 혹은 선이 이상하게 과도한 내가 문제라 생각했다. 그래서 난 ‘남들에게 피해를 줄 바엔 사회생활을 하지 말아야겠어요, 혼자 일을 해야 하나 봐요.’ 등의  생각으로 이어져 상담 선생님께 그런 말을 했다. 그리고는 상담을 통해 그 말들이 정말 극단적이고 바보 같은 말들이었단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에게 화를 내지 않기 위해 자리를 피해 주는 척하면서 사실은 나도 모르게 다른 이들을 무시하는 마음 또한 가득했던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난 잔인한 사람

 나는 나 스스로를 이상한 사람이라며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았던 만큼 나도 다른 누군가를 조금도 수용해주지 못하는, 어찌 보면 나는 참 잔인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늘 내가 피해를 보고 참고만 있었다는 생각이 가득했는데 다른 사람들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나를 대하기 참 어려웠겠구나 싶었다. 나 혼자 사람을 정말 많이 미워했고 상담을 통해서 그 미움이 많이 사라져 감을 느낄 수 있었다.


/피해의식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나를 만만하게 보는 것 같다는 피해의식도 적지 않게 있었던 것 같다. 그러한 관계성을 만든 건 결국 그런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에 일조한 나의 의사표현 힘이 크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예민한 만큼 상대방의 의도와 마음을 잘 알아주고 그렇게 하는 편인데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 데다가 나는 내 표현을 할 줄 몰랐다. 난 항상 내 맘을 알아주었음 했지만 그런 상황은 손에 꼽혔고 내 생각은 왜 나를 존중하지 않는지에서부터 시작해 사람들이 종종 나를 무시하는 것 같다고 결론짓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내가 날 이상하다고 믿고 있다 보니 스스로 표현하는 부분을 몽땅 포기하고 무조건 따르는 의사표시나 긍정적인 표현만 해왔던 것. 내가 그렇게 겉으로 모든 걸 오케이 하는 사람이다 보니 주변에선 얼마나 좋고 대하기 편한 사람이었을까 싶다.


/지켜낸 것

 그렇게 여러 가지를 배웠다. 화가 나기 전에 조금씩 표현하는 법을 알았다. 부정의 표현도 존중하는 마음에서 나온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거짓말이라는 생각에 조금도 둘러대는 법을 몰라서 늘 상황에 끌려다니기만 했던 것도 나를 위해 시간과 여유를 확보하는 법으로 받아들여 유연한 대응을 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의 눈치 보는 일이 적어졌다. 타인을 배려하고 위하는 마음도 지켜냄과 동시에 똑같이 나 스스로도 챙겨주고 나를 위해주는 법도 지킬 수 있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