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인정과 위로가 준 용기
상담은 역시 위로받는 곳이기도 했다. 걱정도, 겁도 많으면서 지나치게 소심한 내 모습을 아는 가까운 사람들은 종종 답답해했고 그런 부분은 나를 더욱더 위축되게 만들었다. 날 이렇게 만든 원인은 이제와서는 털어놓기 어려운 어떠한 어린 시절의 경험 때문이라 생각해 왔는데 사실 어디까지나 핑계인 것 같다는 생각에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점점 더 나를 감추게 되었다. 그렇지만 상담을 여러 번 받게 되면서 그런 부분을 자연스럽게, 한편으로는 용기를 내서 선생님께 털어놓게 되었고 선생님께서는 ‘그랬겠다, 충분히 그럴 수 있어요, 힘들었겠어요, 이야기해도 돼요.’ 등의 말씀으로 과거의 상처에 대한 위로를 아낌없이 건네주셨다. 그리고 나아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에 대해서도 좋은 제안을 해주시며 소심하게 머물러만 있던 내 머릿속 생각의 길을 여러 갈래로 열어 주셨다. 이러한 상담의 경험을 통해 내가 쓸데없이 과도한 자기 연민에 빠진 게 아니란 것도 알게 되었다.
막상 공감과 위로를 받아보니 난 끝없는 위로만을 바라는 사람도 아니었다. 위로를 받으면 더 약해질 줄 알았지만 한없이 약해져 있던 내 마음엔 힘이 났다. 마음에 근육이 생겨난 것이다! 슬프고 힘들었던 때를 돌아보며 인정하고 표현하는 내 머릿속도 마음속도 마냥 편하진 않았지만 그 과정은 정말 소중하고 감사한 경험이었다. 나는 그동안 나를 감추면서도 사실은 누군가가 나를 먼저 들여다봐 주고, 이해해 주고 알아주길 바랐던 것 같다. 하지만 원하는 마음과는 반대로 내 생각을 다른 이들에게 표현하고 말하기 전에 그저 알아주길 바라고 서운해하기만을 반복. 내가 원했던 상황과 마음들은 당연히 좌절됐었던 것이다. 상담을 통해서는 나 스스로가 나를 알게 되었고, 내가 뭘 원하는지, 무엇을 힘들어하는지, 그런 생각과 맘을 가진 내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내 생각과 감정들은 그럴 수도 있는 거였다. 남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에 전처럼 서운하지 않았다. 나 자신을 스스로가 알아주기 시작하니 마음이 단단해져 갔다.
그렇게 내 생각과 마음 표현하기를 연습했다. 누군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늘 어딘가 불편했었지만 조금만 표현했을 뿐인데 나와 상대방 모두 편안하게 보낼 수 있는 시간으로 변해갔다. 내 불편함도 표현했고, 좋고 싫음을 표현했다. 사실 그러한 것들은 너무나 사소한 부분인 것 같아서 ‘굳이’ 말하지 않았던 것. 하지만 그 사소함을 용기내서 말해보니 ‘그런걸 굳이나 생각하고 말하냐.’와 같은 반응은 없었다. 다들 가볍게 바로 듣고 이해해줬다. 어떤이들은 그동안 반대로 생각하고 있었다며 이제라도 말해줘서 고맙다는 반응을 주기도 했다. 내 마음을 표현하는 건 나만을 위한 이기심이 아니란 것, 다른 사람에게 나에 대한 설명서를 제공해 주는 또다른 형태의 배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