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엘린 Oct 03. 2021

런던에서의 첫날밤

나 진짜 런던에 왔구나



  서울 본가에서부터 첫 숙소인 스위스코티지의 호스텔까지. 약 36시간이 걸렸다. 숙소에 도착하여 짐을 풀자마자 몸부터 씻었다. 씻고 바로 잠에 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지만 런던에 오후 도착이었기 때문에 난 첫날밤부터 일정이 있었다. 바로 영국 최초의 초고층 빌딩 더샤드(The Shard) 전망대에서 런던 전망을 보는 것이었다.


  런던에 도착하면 그간의 회사생활의 고단함과 서러움을 씻어버리겠다는 마음으로 일주일은 원 없이 놀겠다 생각했었다. 그래서 더샤드 전망대도 미리 예매하고 뮤지컬도 예매하고 나름의 계획을 세웠더랬다. 첫 번째 목적지를 전망대로 정한 것은 특별한 뜻이 있다기보다는 내가 현재 있는 곳이 런던 땅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기 위해서 높은 곳에서 런던을 한눈에 내려다보고 싶었다. 막상 우리가 한 곳에 정착해 살다 보면 처음 설렘이 없어지기 마련이지만 그 처음만큼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로망과 환상이 있지 않은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고층으로 가면서 귀가 조금 먹먹해졌다. 그 끝에 펼쳐진 런던의 전망. 타워브리지가 눈앞에 보였다.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의 타워브리지

 

 ‘와! 나 진짜 고난과 역경 끝에 런던에 왔구나!’라는 생각에 눈물이 날 뻔했다. 런던을 눈에도 담고 카메라에도 담느라 바빴다. 런던 시내를 배경으로 내 사진도 찍었는데 옷이라도 이쁘게 챙겨 입고 갈걸. 그저 트레이닝복에 티셔츠 한 장 걸치고 대충 간 게 못내 아쉬웠다. 마침 타워브리지의 다리가 ㅅ자로 위로 들려서 직원에게 물어보니 큰 배가 지나갈 때는 다리를 들어준다고 했다. 이 광경도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이날의 전망대 관람은 너무나 성공적이었다. 실외에서 더 보고 싶었는데 바람에 날이 추워 실내에서 일몰 때부터 해가 완전히 져 야경이 보일 때까지 머물다 내려왔다.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긴 하루 2014년 6월 24일이 끝나갔다. 앞으로의 런던 생활이 절대 녹록지 않겠지만 용기 내서 온 만큼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살아보겠노라 다짐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런던행 비행기에 몸을 싣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