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나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전국시대에 인상여(藺相如)라는 인물이 있었습니다. 조나라 혜문왕의 가신 중 하나였죠. 이 사람이 유명한 이유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완벽’이라는 단어 때문입니다. 사실 이 말은 구슬 하나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조나라에는 화씨지벽(和氏之璧)이라는 구슬이 보물처럼 전해지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조나라가 상대적으로 약소국이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구슬이 있다는 것을 알아챈 강대국 진나라에서는 자신이 보유한 15개의 성과 구슬을 바꾸자는 제의를 던졌습니다.
이는 조나라에게는 꽤 괜찮은 제의처럼 들리지만 깊이 살펴보면 그렇지만은 않았습니다. 도의에는 옳지 않지만 구슬을 먼저 받은 다음에 성을 주겠다는 약속을 저버릴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혜문왕의 속은 타들어갔습니다. 인상여가 등장한 것은 이 시점이었죠. 환관 목현이 그에게 자신의 객인으로 있는 인상여를 추천한 것입니다. 그는 혜문왕에게 자신이 사신으로 가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한 뒤 길을 떠났습니다. 진의 도읍에 도착하여 구슬을 넘긴 인상여는 진나라의 왕이 성을 넘겨줄 의사가 없다는 것을 파악한 뒤 그에게 '구슬에 조그마한 흠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왕은 인상여에게 화씨지벽을 돌려주었습니다.
그러나 구슬을 돌려받은 인상여의 행동은 예상한 바와 달랐습니다. 그는 구슬을 든 채 신의를 저버린 진나라의 왕을 비난하면서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구슬을 부숴버리겠다고 협박했습니다. 또한 그에게 한가지 조건을 요구합니다. 혜문왕이 소중한 보물을 보내기 위해 5일간 목욕재개를 했으니, 진나라의 왕 역시도 같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왕이 동의하자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한 인상여는 사람을 시켜 구슬을 조나라로 돌려보낸 뒤 자신의 목숨을 바칠 준비를 합니다.
시간이 되어 진나라의 왕이 보물을 요구하자 그는 구슬은 지금 자신에게 없으며 약속을 지키면 보물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을 합니다. 그 과정에서 무례를 범한 자신의 목숨을 취하라는 말도 함께 꺼냈죠. 인상여의 기개에 감탄한 왕은 모든 일을 없던 것으로 한 뒤 그를 조나라로 돌려보냅니다.
결국 보물도 지키고 자신의 목숨도 건진 인상여는 조나라로 돌아와 혜문왕에게 큰 사랑을 받습니다. 온전히 (完) 구슬을 (璧) 지켰다는 뜻의 완벽은 이후 흠이 없이 완전하다는 뜻을 지닌 단어가 되었죠. 우리는 이 단어를 깔끔하면서도 철저하게 일처리를 하는 사람에게 주로 사용합니다.
이처럼 흠없이 온전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조건은 무엇일까요? 그 답은 안상여의 지혜일수도 있고, 탐욕을 부리지 않는 왕의 너그러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마키아벨리는 이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세상 만물이 존속하는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는 것처럼 확실한 것은 없다. 그런데 만물은 일반적으로 하늘이 정해놓은 전과정을 따라 움직이는 바 그 본체는 정해진 도정을 따를 때 원래의 모습을 유지하며 혼란에 빠지지 않는다. 이 도정은 변하지 않는 법이며 설사 변한다 하더라도 그들에게 해로운 방향이 아니라 이로운 방향으로 변하게 마련이다. "
세상 만물에는 한계가 있다는 말에 주목해봅시다. 이 문구에서 중요한 부분은 만물은 정해진 길을 따를 때 원래의 모습을 유지한다는 것입니다. 이 내용은 동양에서 이야기하는 도와 많이 닮았습니다. 도덕경 1장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습니다.
도가 말해질 수 있으면 진정한 도가 아니고
이름이 개념화될 수 있으면 진정한 이름이 아니다.
무는 이 세계의 시작을 가리키고
유는 모든 만물을 통칭하여 가리킨다.
저는 이 중 무(無)라는 개념과 시작의 관계를 살피며 우리가 깨닫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말은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뜻입니다. 시작은 우리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가능성을 내포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새롭게 건국한 나라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요소입니다. 무언가가 바뀔 때는 반드시 이에 대한 원인이 있습니다. 이유도 없이 어떤 일이 발생하지는 않습니다. 이 경우는 '기존에 있던 불만을 해결하려는 시도'로 인해 나라가 바뀌었다고 봐야 옳습니다. 이 원인은 새롭게 생긴 국가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핵심 요소가 됩니다. 그러므로 이들이 초심을 잃는다면 이로 인해 다른 국가가 같은 방식으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마키아벨리 역시 이 점을 강조합니다.
"종교와 공화국 및 왕국의 모든 시초는 그것들로 하여금 최초의 명성과 최초의 성장을 획득하게 만든 모종의 선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일이 흐름에 따라 그 선은 부패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만일 그 복합체를 올바른 위치로 복원시키는 어떤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 부패는 필연적으로 그 본체를 파멸시킨다. 인체에 관해 말할 것 같으면 의사들이 날마다 무엇인가가 우리 몸에 보태지고 그것은 이따금 치료를 요한다고 말하듯이 말이다."
최초에 생긴 소중한 가치를 기억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가장 좋은 전략은 이를 기록하고 지속적으로 해당 내용을 확인하며 실천하는 것입니다. 처음 벌었던 돈을 항상 지갑에 품고 다니며 초심을 유지하는 사람이나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기록하고 삶에서 실천하려 노력하는 태도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위의 사례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은 벤자민 프랭클린입니다. 그는 삶에서 지켜야 할 13가지 가치를 설정하고 이를 삶에 녹여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 때 그가 썼던 노트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프랭클린 플래너의 시초가 되었죠. 우리 역시도 이와 비슷한 사례를 활용하며 초심을 유지한다면 이전보다 훨씬 가치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람들은 다양한 전략을 활용합니다. 자율성을 강조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규율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들립니다. 마키아벨리는 이 중 후자의 입장을 지지합니다. 인간과 국가의 본성을 악한 것으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강력한 법 집행이 적어도 10년에 한 번씩 일어나야 한다. 시일이 지남에 따라 사람들은 습관을 바꾸고 법을 위반하기 때문이다. 그런즉 사람들의 기억에 형벌을 상기시키고 그들의 마음에 두려움을 다시 심어주는 무슨 일인가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다수의 범법자들이 재빨리 힘을 규합하여 커다란 세력을 형성하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는 그들을 처벌할 수가 없다."
바뀐 세상에서 이전의 원칙만을 주장하는 사람은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높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을 살피며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이를 바탕으로 긍정적인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강제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던 마키아벨리를 떠올려봅시다. 세상은 시시각각 변합니다. 이 가운데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고민하는 일은 그래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