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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인 Jan 28. 2024

[책] 애도하는 사람

24. 01. 14



우리는 살면서 언젠가 반드시 누군가를 애도해야 할 순간을 맞이한다.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일 수도 있고, 친하지는 않지만 근황은 알고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 만난 적도 없고 딱히 별다른 인상을 가지고 있지 않던 유명인일 수도 있다. 애도의 순간, 그러니까 죽음의 순간은 누구에게나 다가온다.


나에게 정말로 준비가 필요하다 싶어 애도상담이라는 수업을 들었고, 수업에서 이 책을 꼭 읽어보라며 추천을 받았다. 사고 보니 페이지는 647쪽인 두꺼운 소설책이었고, 언젠간 읽어야 하는데.. 하고 바라만 보다 새해가 되어 시작했고 마침내 읽기를 끝냈다.  



돌아가신 분은 누구에게 사랑받았을까요?
누구를 사랑했을까요? 
어떤 일로 누군가 그분에게 감사를 표한 적이 있었을까요?



주인공인 시즈토는 일본 전역을 돌아다니며 누군가 죽은 현장을 찾아가고, 죽은 누군가를 애도한다. 그리고 애도를 위해 그 사람에 대해 묻는다. 그는 누구에게 사랑받았고, 누구를 사랑했고, 감사를 받은 적이 있느냐고. 책을 읽으면서 이 주인공이 하는 행위의 의미나 원인이 대단할 거라 기대했으나 생각보다 충분히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평범한 일들을 겪었을 뿐이었다. 다른 것이라면 그 경험을 통에서 특별한 것을 깨닫고 직접 다른 이들을 애도하겠다고 다짐하고 실천했다는 것.


조부모의 죽음을 겪었고, 친구의 죽음을 겪었고, 어린 시절 작은 동물의 죽음을 봤고… 어쩌면 주인공 어머니 준코가 살아오면서 더 생생한 죽음을 더 많이 겪어왔는데, 유독 주인공이 달랐던 이유는 무엇일까? 책을 읽다 보면 우리 주위 곳곳에는 이미 죽음이 일어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어떠한 죽음들에 우리는 너무 무심함을 깨닫는다. 시즈토가 아주 특별한 사람이라든가, 선택받은 사람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냥, 그럴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는 것.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고, 어쩌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


소설은 주인공을 중심으로 각기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가 옴니버스식으로 이어지는데, 꽤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라고 몰입감이 대단하여 4일 만에 다 읽었다. ‘애도’란 무엇인가. 누군가의 죽음을 애통해하고 슬퍼하는 마음. 왜 ‘애도’가 필요한가? 떠난 자를 기억하고 남은 자로서 앞으로 삶을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반드시 애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애도는 상대를 위한 것이기도 하고,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사실 읽으면서 이러한 이야기 장치가 있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작가의 몫이고, 독자로써 나는 남겨두고 싶은 이야기만 가슴에 담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나 또한 애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함을 다시 한번 다짐한다. 



p.s. 영화도 한 번 봐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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