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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인 Mar 24. 2024

[책]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

24. 3. 23


#집에서혼자죽기를권하다 #읽은책기록






 주변의 많은 이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는 정말로 막바지 연령대에 접어들었고, 마찬가지로 혼자 사는 것을 운명 또는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가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 (나는 사실 이도 저도 아닌 축에 속하지만..) 혼자의 삶을 받아들이게 된 친구들의 걱정은 어쩌면 뻔하다. 고독사하면 어떡하지? 나중에 아프면 누가 날 간병해 줄까? 나중에 우리 다 같이 실버타운에 갈까? 


 늙어서 혼자인 삶을 대비하고 살고 있는 인생 선배들의 모습이 주변에 많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 정보를 찾아가며 그 준비를 해야 한다. 누군가는 보험을 꼼꼼하게 들었고, 누군가는 연금을 열심히 내고 있고, 누군가는 조금 무리해서 일찍이 집을 마련했다. 그런 친구 중 한 명이 이 책을 추천했다. 우리 같이 어떻게 죽을지 생각해 보자. 


 우에노 지즈코는 <여성혐오를 혐오하다>라는 책으로 오래전 나에게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장착해 준 분인데, 그 작가의 책이라고 해서 매우 관심이 갔고 일단 제목부터가 현재 내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과 크게 맞닿아 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살고 죽는 데는 정답이 없어요.
가족과 직원이 함께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망설이면 돼요.


 일본에서 비혼으로 늙어가고 죽음을 대비하는 당사자로서의 고민과 사례와 주장이 가득 담겨 있다. 사실 간병보험이라든가, 방문의료서비스 등의 정책적인 내용이 많이 나와 있어 100% 우리나라의 상황에 대입할 수는 없는데 제발 우리나라에도 이런 책을 누군가 내줬으면 좋겠다고 읽는 내내 생각했다. 우리나라 연금정책의 전망은 어떠한지, 보험서비스는 어떠한지, 요양보호사 등의 정책은 어떠한지, 실버타운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어르신이 요양원으로 간 뒤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안 좋아졌다는 말을 너무 들어서 부정적인 인식만 커져가고... 정책적으로 문화적으로 일본과는 다른, 그럼 대체 우리나라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특히 여성들은 누군가와 같이 사는 것보다 혼자 사는 것이 삶의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 통계적으로 꽤 알려진 사실이다. 옆에 누가 없는 것이 고민을 줄여주고, 나 스스로를 챙길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혼자 늙어간다는 것에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어져 있다. 고독사라든가, 독거노인이라든가 어딘가 어둠침침하고 쿰쿰한 냄새가 날 것 같은 단어들만 보인다. 혼자서도 잘 사는 노인의 모습을, 예시를 사회가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음, 오히려 비혼을 부추긴다고 하려나, 그럼 영영 미디어에서는 볼 수 없겠군.)


 작가는 집에서 죽는 '재택사'라는 개념을 내놓고 병원에서의 죽음이 더 건강하지 못하다고 여러 사례를 들어 이야기한다. 소설 <애도하는 사람>에서 보았던 준코의 죽음의 과정이 떠올랐다. 내가 어떻게 어디에서 죽을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이 외에도 다양한 늙음과 죽음의 방식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데 작가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는 부분이 있었지만, 그래도 벌써부터라도 나는 이 고민들을 해놔야겠다고 생각이 들어 나에게 큰 의미가 있었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삶을 만들어갈 것인가? 내 건강에 대한 부분은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어떤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내가 치매에 걸린다면 어떻게 하도록 대비해 놓을 것인가? 


앞으로 계속해서 고심하고 토의해 나가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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