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사계절이 있다면, 나는 유난히 추운 봄을 지나고 있습니다. 겨울은 이미 보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그렇지만 나 또한 혹독한 추위를 견뎌왔습니다. 그 정도의 고통은 더 이상 오지 않을 것이라고 나는 아주 절실하게 믿고 있습니다.
가끔 불어오는 꽃샘추위에도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렸습니다. 자꾸 움츠리다 보니까, 내 삶은 싹도 트지 못하고 자꾸만 내 속에서만 가두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됐습니다. 혹은 애초에 움틀만한 씨앗이 내게는 없는 것일지도 몰랐습니다. 없는 것까지는 괜찮지만, 내게 없는 것을 있다고 착각하고 있을까봐 불안했습니다. 그게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나는 필사적으로 나 자신을 파헤치고 분해했습니다.
나는 마음을 쉽게 열지 못했습니다. 사람이 싫거나 무관심해서가 아니었습니다. 나는 그들에게 각인될 내 모습을 지나치게 의식했습니다. 찾아보니 나 같은 사람을 '회피성 성격'이라고 합니다. 내가 도망쳐왔다는 의미입니다. 타인에게 비치는 내 모습을 그렇게나 의식했으니, 내게 인간관계는 노동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만약에, 아주 만약에 내 인생에 여름이 온다면 말입니다. 그때는 잘 익은 오렌지처럼 밝은 사람이고 싶습니다. 내가 굳이 애쓰지 않아도 나의 환한 오렌지 빛깔을 누구나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사람이 변할 수 있다고 믿는 부류입니다. 내가 이 추위에도 웃으며 견디는 이유는 이런 마음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