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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을가다 May 05. 2021

노매드랜드(길아래의 여정)

밴가드, see you down the road,  황혼

1. 일몰이 유독 많이 나온다.

해 질 녘 노을을 바라보는 노년의 사람들 한 때는 중산층이었고 남들 못지않게 살았으나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집을 잃고 거리로 내버려진 그들은 각자의 사연이 있으며 가슴에 커다란 응어리를 가진 현대판 노매드(유목민)들이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그들의 오늘 하루의 끝에 해는 붉게 물들어서 저물어간다.

2. 자연에서의 치유 그리고 그들을 돕는 공동체(RTR)

주인공 (펀)은 계절을 따라서 이동하며 아마존 물류센터, 레스토랑, 농장, 여러 가지의 일을 한다. 언젠가는 돌고 돌아 다시 만나는 그들의 캠퍼(현대의 유목민) 생활 그리고 그들 공동체는 밴에 거주하며 살아나가는 그들이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의 대처 방법과 소소한 것까지 교육하고 알려주며 그들의 울타리 안에서 서로를 돕고 위로하며 때론 그들 각자가 길 위에서 만나는 대자연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모습 안에서 휴식을 취하며 평온한 모습으로 지내는 장면을 볼 때면 지루할 수도 있고 정적인 장면이라 말할 수도 있지만 잔잔한고 편안한 연출의 영상미는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었다.  

3. 밴가드, 삶의 터전

그들은 홈리스가 아닌 그저 하우스리스일 뿐이다. 그들이 가진 밴은 집이자 안식처이다. 말하자면 지붕이 있으면 집인 것이란 말이다. 하지만 겨울은 길며 춥고 너무 가혹하지만 이 생활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누군가 말한다. 삶의 애환과 애착이 있는 물건들로 가득 찬 밴. 손수 정성을 들여 만든 차 안의 생활기구라던지 가족에게 대물림받은 접시나 생활용품들이 있으며 영원히 함께 할 수 없는 그들의 애증의 물건들을 무료 나눔을 하고 길을 떠나거나 삶을 마감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떠나는 우리의 인생이란 생각이 든다. 노매드(현대의 유목민)는 노숙자도 아닌 이동하는 집을 가진 자들일뿐이다.


4. 서부 개척자 같은 삶의 여정

어느 날 펀의 밴이 고장이 나며 그녀는 언니를 찾아가게 된다. 식사를 함께하게 되는 언니와 그녀의 남편 그리고 그들의 지인들. 부동산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정착하지 못하는 펀의 삶이 현실의 도피인가? 패배자인가? 언쟁이 살짝 일어나지만 펀의 언니는 그녀의 삶은 초기 미국 서부 개척자들의 삶과 닮아 있고 새로운 터전을 찾아 이동하며 개척해 나가는 사람으로 비유한다. 하지만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벌지만 빛을 내어 집을 사야 하며 빚을 갚는 삶이 과연 무엇을 위한 삶인가? 그게 행복한 모습인가? 누구를 위한 인생인 것인지 자꾸 되뇌며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장면이었다.


5. 헤어짐 그리고 만남, 이별은 없다.

암에 걸려 시한부 삶을 살다 죽음을 맞이한 스웽키. 추모식에 모인 그들이 죽은 그녀를 기리기 위해 모닥불에 둘러 앉아 그녀와의 추억을 간직한 물건들을 불 속으로 태우는 장면이 이어진다. 그 속에서 밥 웰스가 말한 see you down the road란 말이 이 영화의 주제를 함축해 표현하는 거 같다. 지금은 잠시 헤어지지만 언제가 우리는 또다시 만나게 되어 있다고 말이다. 고향 네바다의 엠파이어로 돌아온 펀. 남편 보와의 추억이 묻어 있는 삶의 터전이었다. 지금은 아무도 남아있지 않은 사람이 살았던 흔적만이 남아있는 곳이다. 그녀가 살았던 집 뒷마당으로 나가면 웅장하며 거대한 스케일의 자연이 보인다. 이제 펀을 억누르고 가슴에서 떠나보내지 못했던 보를 진정으로 놓아주고 대자연의 세상으로 그녀의 삶을 떠나는 펀. 언제 가는 우리 모두는 다시 길 위가 아닌 길 아래에서 만날 것이니 말이다.

6. 자본주의

노매드(유목민)의 삶은 생존에 초점이 맞춰진 생활이다. 그들은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낙오한 게 아니라 자신들의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 삶을 선택한 것이며 자기 삶의 개척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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