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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트롱 Jun 17. 2019

지방 사람은 유럽 직항 타면 안 되나?

핀에어 부산~헬싱키 직항 노선 타세여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조선일보의 부산-헬싱키 핀에어 직항 노선 반대 기사. 여기저기서 욕을 많이 잡숫고 있다. 욕쳐먹을 만 하다고 본다. 존나 일방적인 기사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산업계 불만은 아주 직설적으로 잘 나타나 있는데, 정작 부산 경남 주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는 지는 전혀 담겨있지 않다. 노선 신설로 인한 대한/아시아나항공 손해가 연간 30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우려를 표하면서도, 그 때문에 부산/경남 사람들이 상당한 돈과 시간 써가면서 인천까지 올라가는 수고를 감수하고 있다는 사실은 일언반구가 없다. 딱히 신경이나 썼겠나. 그냥 시발 서울에서 설렁설렁 기업 홍보팀이나 왔다갔다 하며 기사 써재꼈겠지. 아마 이 기사가 이렇게 논란이 될 줄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거다. 이 덕분에 오랜만에 지역 언론인 부산일보가 힘을 받고 있는데, 아래와 같은 대조선일보 반박 칼럼도 내놨다.(참고로 부산일보는 원래 좀 진보지 성격이 있긴 하다)

매출 기준으로 연평균 왕복 항공료 100만 원으로 잡으면 부산~헬싱키 수요는 약 3만 건. 다르게 말하면 유럽 가기 위해 먼저 인천 가려고 KTX 등에 돈을 추가 지불해야 하는 부산·경남 시민이 3만 명이고 그 금액은 약 30~40억에 달한다는 이야기다. 지방 사람들도 똑같이 세금 내는데 왜 외국 가려면 40억 원씩 더 내야 되는지?
와 부산서 유럽 직항하면 안 되나? 동남권 관문공항이라메. 부산이 동남아 전문 공항이냐? 부산에서는 애초에 유럽 노선에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는 관심 없지. 총선용이라고?
지방에 이제 겨우 유럽 직항 하나 열어주는 걸 선심이라고 말해선 곤란하다. ‘1국 1허브공항’ 정책은 재고돼야 하고, ‘국적사의 이익을 해칠 수 없다’는 말도 안 되는 명분으로 5년이나 제동을 걸었던 국토부의 ‘인천공항 몰아주기’부터 반성해야 한다.


공항 얘기 나올 때마다 단골로 언급되는 수요가 어쩌구 하는 소리도 이번에는 안 통한다. 부산 경남 인구가 750만이 넘는다. 이 많은 사람들이 외국 갈 때마다 왜 꼭 인천까지 올라가야 하나? 대한민국 사람은 어디 서울, 경기에만 사나? 언제까지 지방은 희생만 시킬 셈인거야.


하여간 이 나라는 시발 서울서울서울 뭘 해도 서울이다. 단순히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가짓수가 차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사람들 사고 역시 서울 중심으로 돌아가도록 은밀히 강제한다. 위 조선일보 기사 역시 마찬가지다. "문재인 핀란드 순방에서 어떻게든 트집을 잡는다"는 확고한 목적 하에 쓰여진 기사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저렇게까지 허점이 많은 이유는 기자들이 '비행기를 타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의 수고와 비용'을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막연하게 "걍 인천가서 타면 되지" 싶었을 거다. 기사를 쓴 기자 둘은 아마 최소 충청권 이북 태생이지 않을까 강하게 짐작한다. 한 번이라도 경험을 해 봤으면 절대 기사 저렇게 못 쓴다. 회사가 요구하는 목적에 맞춰 글을 쓰더라도 최소한 언급은 하면서 반론 방어할 건덕지 정도는 만들어 놨을 테지.


그러고 보면 결국 지역민들은 지역 신문을 꼭 구독하지는 않더라도 가끔씩 정도는 읽어주는 게 맞겠다는 생각도 든다. 결국 지역 이익을 가장 적극적으로 대변하는 매체는 지역 신문일 수 밖에 없으니까. 중앙 언론은 큰 담론, 그리고 서울경기에만 크게 관심 있을 뿐이다. 지역 신문들에 비해 지역을 제대로 알 지도 못한다. 그 무지의 결과가 위 기사인 거고. 조선일보 씩이나 되는 초거대 매체가 저런 식으로 기사를 썼으면 말 다한 거다.





P.S) 2020년 3월 30일부터 핀에어가 부산~헬싱키 노선을 주 3회 운항함. 저 날 이후 부산 경남에서 유럽 여행가시는 분들은 절대 인천 가지 마시고 걍 김해공항 이용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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