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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s Oct 22. 2023

취향이 생기니 뉴욕이 또 새롭게 보여 - 스픽이지편

금주령 속에서 꽃 피운 문화

미국, 특히 그중에서도 뉴욕은 오래전부터 수많은 이민자와 로컬들이 모여사는 도시였다. 그래서인지 바문화만큼은 그 어느 도시보다 압도적이라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뉴욕 하면 떠오르는 건 'Speakeasy'. 스픽이지는 1920-1933년 미국 내 금주령으로 한동안 술 제조와 판매가 중단되었던 시기, 불법으로 숨겨진 장소에서 술을 판매하며 생긴 문화이다. 뉴욕에는 그 시절부터 이어오던 스픽이지는 물론, 트렌디한 스픽이지도 정말 많다. 그중 뉴욕 인싸들 사이 핫한 두 곳을 다녀왔다.


Please Don't Tell

이스트빌리지에 위치한 Please Don't Tell은 Crif Dogs라는 핫도그 가게 안에 위치한 스픽이지이다. 최근 알쓸별잡 뉴욕 편에서 이동진 평론가도 방문하기도 했던 곳! 핫도그가게를 들어가면 전화부스가 있는데, 부스를 통해 벨을 누르면 문이 열리는 구조. 인기가 정말 많은 곳이라 1시간 정도 대기하긴 했지만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좋은 경험이어서 웨이팅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어두운 조명의 작은 바가 나온다. 다행히 앉고 싶었던 바테이블로 안내를 받았고, 바텐더 1명이 상주하기 때문에 주문까지의 딜레이는 조금 있는 편이었지만 그 또한 즐거웠다.


나는 메즈칼과 데낄라 베이스의 칵테일 2잔을, 친구는 달달한 술을 좋아하는 편이라 바텐더가 추천해 주는 칵테일을 마셨다. 특히 메즈칼 베이스의 칵테일은 한국에서 만나보기 쉽지 않기 때문에 꼭 마셔보고 싶은 칵테일 중 하나였는데, 메즈칼 특유의 스모크 한 향과 칠리스파이스, 진저, 패션 후르츠 등 다양한 플레이버가 더해져 강렬한 한잔이었다!


안주는 핫도그, 햄버거 등 전형적인 미국식을 주문할 수 있는데, 배가 부른 탓에 같이 즐기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쉬웠다. 친구는 뉴욕에 살지만, 스픽이지바를 처음 가보는 거였고 그 매력에 빠져서 또 가고 싶다고 했다. 괜히 뿌듯!


The Back Room

플리즈돈텔에서 멀지 않지만, 차이나타운에 좀 더 가까운 곳에 위치한 The Back Room. 이곳은 금주령 시대부터 이어져온 뉴욕의 몇 안 되는 스픽이지 바이다. 여기가 맞아? 할 정도의 스케치한 지하 통로를 지나야 입구가 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다.


금주령 시대에는 경찰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기에 티컵에 술을 따라주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는데, The Back Room의 특별한 점은 이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모든 칵테일을 같은 티컵에 제공하고 있어서 그런지 전문 바텐딩 느낌은 아니었지만 컨셉 자체가 주는 신선함이 좋았다.


그리고 벨 에포크 시대를 떠오르게 하는 인테리어에 어두운 붉은 조명 아래에서 티컵에 든 칵테일을 마시니 왠지 모르게 몰래 무언가를 작당하는 사람들처럼 느껴져서 재밌었다! 꽤 넓은 공간 대비 앉을자리는 많지 않아 자유롭게 스탠딩으로 즐기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문득 금주령 시대에도 이런 분위기였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최근 단순히 취하기 위해 술을 즐기는 것보다 술 한잔을 마시더라도 한잔에 담긴 스토리와 음주 문화에 좀 더 관심이 많이 생겼다. 이런 취향이 생기니 뉴욕의 대표 음주 문화인 스픽이지를 깊게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걸 실현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마음 같아서는 더 많은 곳을 가고 싶었지만 서로 다른 스타일의 두 곳을 즐길 수 있어 다행이야!


요즘 한국에도 이런 스픽이지바와 재밌는 공간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단순히 공간이 생기는 것보다 사람들이 오래 즐길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바가 더 많이 생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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