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창연 Oct 03. 2016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가을을 맞이하는 자세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을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퇴근길,

조금 쌀쌀해진 바람이 불고

저녁이 성큼성큼 다가오는 길을 걷다가

어느새, 낙엽이 한 움큼씩 길가에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마음에 드는 낙엽들 몇 개는 주워 들고,

모양따라 이름도 붙여보면서 집으로 돌아온다.

(써놓고 보니 뭔가 이상스럽다. 사실은 노래도 흥얼거렸는데...;;)

올 가을에는 이 아이들 잘 말려두었다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손편지를 보내야겠다.

단풍놀이를 함께 가고 싶었노라고.

보고 싶은 얼굴들도 떠오르고,

미처 보내지 못한 우편물도 생각나고,

올 해가 가기 전에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도 떠오르고,

선남에게 연락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런 생각들도 나고,

읽고 싶은 책, 그리고 싶은 그림들도 생각나고.

이상하게 설레고 모든 일들이 가슴에 쿵쿵거린다.



나이가 들고나선, 가지에 붙어있는 낙엽들을 꺾기가 미안스럽기도 하고

어쩐지 좀 상처 있고, 구멍이 숭숭 나 있는 녀석들이 더 정감이 가서

죄다 그런 녀석들만 주워왔는데, 마음에 든다.

꼭 나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게 옳지 않다고 말하는 그대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