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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동훈 Jun 23. 2021

어느덧 독서모임 12년차 입니다.

독서모임 10년 했으니 책 좀 쓰라고 해서 쓰는 이야기 #1

  2010년, 우연한 계기로 시작했던 독서모임이 어느덧 12년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운영하는 독서모임 커뮤니티의 이름은 '사과'. 부산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2011년 10월에 첫 시작을 했다. 요즘은 외부적인 상황 때문에 온라인 모임도 진행 중이다. 30대가 다수지만 참가자는 20대 초반에서 60대까지 다양하다. 본업은 아니다. 사이드 프로젝트로 진행 중이지만 언젠가는 전업을 해서 본업이 되길 희망하고 있다.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10년이 넘었다 얘기하면 너무나 당연한듯 질문이 이어진다. "책 정말 좋아하시나봐요. 소싯적에 책 좀 읽으셨나던 문학소년?" 아쉽게도(?) 나는 그들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 책과 반대쪽 극점에 있을 것 같은 '수학'을 전공했고, 학창시절 때도 문제집에 나오는 단편소설 지문 외에는 책을 읽은 경험이 없다. 아, 한창 삼국지 게임에 빠져있었던 시기라 도서관에서 이문열「삼국지」를 빌려서 3편까지 읽었던 것 같다. 그게 전부라 해도 틀린말이 아니다. 나도 항상 신기하게 생각하는 것이 책과는 접점이 없던 내가 어쩌다 12년 동안이나 독서모임을 지속해서 운영해올 수 있었을까 하는 점이다. 이 질문을 바꿔보면 아래의 한 문장으로 정의되지 않을까.


  "어떻게 '읽지 않는 사람'에서 '읽는 사람'으로 변할 수 있었을까?"


  지금부터 쓰게 될 이야기는 이 한 문장으로 시작해서 끝이 날 예정이다. 미리 밝혀두지만 나는 독서모임으로 성공한 사업가도 아니고, 유명한 북튜버도, 북스타그램 인플루언서도 아니다. 12년 동안 독서모임을 운영해온 것 치고는 눈에 보이는 '성과'라 할 만한 것도 변변찮다. 그렇다보니 글쓰기를 시작하기까지 망설임과 주저함이 많았다. 애써,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글을 쓰고 책을 엮어 낸다 하더라도 '유명해서 유명한' 논리가 작동되는 세상 속에서 '출간만을 목적'으로 한 수많은 책들 중 하나로 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럴바에는 '그 시간과 노력을 다른 곳에 쏟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자라나는 두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같은 기회비용을 자연스레 따져보게 되었다. '나 책 한 권 썼어.'와 같은 자기만족을 위한 결과물이 될 바에는 애초에 시작조차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니깐. 그렇게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어영부영 시간은 계속 흘렀고 '10주년 기념'으로 쓰면 좋겠다 생각했던 목표는 어느덧 12년차에 접어들었다. 여러가지 핑계아닌 핑계를 대면서 미루고 미뤄왔던 쓰기라는 노동을 '해보고 싶은 것'에서 '해야만 하는 것'으로 바꾸게 된 계기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게 변화의 순간을 반강제적으로 이끌어낸 '코로나19'로 인한 단절의 경험 덕분(?)이다. 


  같은 공간에서 정해진 시간에 만나 서로의 얼굴을 보며 이야기하며 토론을 빙자한 수다파티를 찐하게 경험한 뒤, 집으로 돌아가 샤워를 하고 허기진 배도 조금 채운 뒤 침대에 몸을 맡기며 '아, 정말 뿌듯한 하루였어. 어제보다 한 뼘 더 성장한 것 같아'라고 느끼며 사람과 만남을 통해서 오는 육체적, 정신적 피로감을 날려버리는 순간! 대다수의 사람들이 제대로 된 독서모임의 '찐'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하지만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게 되어버린 우리의 상황은, 당연하게 생각했던 '만남을 통한 모임의 운영'을 당연하지 못 한 것으로 만들었다. 독서모임 커뮤니티 운영이 본업이라 생계를 위해 하는 상황도 아니었으니 무리해서 모임을 지속할 이유도 없었고, 모임에 참여한 인원 중에 확진자라도 발생을 했을때의 뒷감당을 할 자신도 없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된 개인적인 상황과 겹치면서 '이 기회에 한 템포 쉬어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진행하고 있던 기획강연 프로그램과 온라인 기반 챌린지 프로그램을 제외하고 모임 운영을 멈추기로 결정했다.


  의도치 않게 생긴 여유는 잠깐의 휴식을 안겨 주었지만, 반년이 지나도 일년이 지나도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면서 점점 위기감이 고조 되었다. 게다가 비대면 상황에 맞춘 다양한 온라인 기반 독서 커뮤니티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제는 온, 오프라인 채널을 둘 다 갖추지 않고서는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늘 그랬듯이 변화의 속도는 나의 예상을 웃돌았고, 선제적 대응을 하지 못 한 상황에서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남들이 그렇게 강조하는 '위기의 순간'이 발생했고 리스크 매니지먼트가 필요한 상황이다. 독서모임과 커뮤니티라는 컨텐츠는 비대면 상황에서 직격탄을 맞을 정도로 약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제대로 한 방 맞은 탓에 누구보다 빠르게 체질 개편을 시작한 상황이다. 누군가는 더 뒤쳐지기 전에 온라인으로 체질개선을 하며 새로운 시장을 선도할 것이며, 누군가는 따라가려 애쓸 것이다. 또 다른 이는 온라인이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오프라인에서의 강점을 극도로 강화하기 위해 칼날을 갈고 닦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 그렇다면 나는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까?


  보통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감지와 보고, 분석과 공유, 의사결정과 실행' 이라는 단계를 거치게 된다. 이 모든 것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만 제대로 된 분석이 전제되지 않으면 모든 것은 허사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게다가 무엇을 어떻게 실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어쩌면 '답'은 이미 나와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지금부터 지난 10년의 시간을 복기하면서 책을 읽고 독서모임을 운영 하며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기반으로 개인적인 강점을 확인하고, 모임의 방향성을 다시 점검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5명의 소모임으로 시작했던 대학생 동아리에서 월 2~300명이 참여하는 규모있는 커뮤니티로 성장해온 과정을 복기하다보면,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코로나 이후의 독서모임 커뮤니티의 운영에 꼭 필요한 단초들을 발견 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 속에서 풀어내는 이야기들이 결국 '읽지 않는 사람이 읽는 사람으로 변하게 된 이유'가 될 것 같다. 


  '나다움, 우리다움, 사과다움'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낼 수 있다면 기회는 언제든지 다시 찾아 올 것이라 믿는다. 지금은 조급함은 잠시 내려놓고 다시 본질로 돌아가야 하는 때가 된 것 같다. 왠지 상황에 맞춰서 가져다 쓰는 느낌이 없진 않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은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아닐까? 결국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 다시 제대로 시작하기 위해서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해야만 하는 이유가 생겼다. 


  기업도 10년 정도 했으면 새로운 10년을 위한 비전 설립 같은 거 많이 하던데, 이 기회에 우리도 한 번 해보는거지 뭐. 독서모임은 운영한지 12년째지만 사과는 올해 10월이 딱 10주년이니까. 


* 매주 월요일 아침에 글 한 편씩을 발간하는 것을 목표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읽으실 분은 몇 없겠지만, 이 글을 보신다면 응원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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