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연애 경험은 많지 않고, 몇 되지 않는 연애는 그마저도 길지 못했다. 첫 연애는 제주도에 있는 대학교에 들어가 1학년 겨울이 다가오던 무렵에 시작해서 3번 정도의 데이트를 끝으로 방학을 맞이해 서울로 올라가 있는 동안 끝이 났다. 마음을 주는 법도 받는 법도 서툴렀던 그리고 성장하기에는 너무 짧았던 연애였다. 그 이후의 연애들도 그리 순탄치 못했다. 냉정히 스스로의 연애를 평가해본다면 나 홀로 활활 불타 오르며 어쩔줄을 몰라하다 차이는 것이 반복되던 패턴이었다.
그렇게 반복하는 연애의 실패 속에서 고민해보며 배우게 되는 것들이 있었다. 그 중 하나는 상대가 받고 싶은 사랑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던 나의 태도에 대한 깨달음과 사랑은 주는 것과 받는 것 둘 모두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연애 역시 인간 관계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모든 관계는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동등한 관계가 가장 이상적이며, 서로가 서로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수용하여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수평적 관계를 의미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나의 관계들 속에서는 갈등이 끊임없이 일어났고 앞서 말한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은 두번 말할 것도 없이 참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방향성을 붙들고 계속해서 노력해나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나의 경우 보통 갈등이 일어나는 일의 대부분은 상대방에게 내 기대를 강요하기 때문에 일어났다. 제멋대로 상대방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고 내가 기대하고 있는 것들을 요구하고 상대방이 그것을 들어주지 않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분노를 감추지 못하는 미숙한 스스로의 모습이 그저 부끄러울 따름이다.
당연하게도 상대방에게 기대하고 그 기대를 강요하는 행위는 상대방을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과는 매우 거리가 멀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대방에게 기대하는 것들이 생겨나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러나 그것을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것은 매우 야만스럽고 폭력적인 것이다.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이 너무 늦어 그리고 알게 되고서도 여전히 쉽게 고쳐지지 않지만 이것은 분명 내려놔야만 하는 나쁜 관성이다.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대화하는 방법부터 배워나갈 필요가 있다.
기대하는 것이 생기게 되고 그것을 위해 대화를 시도할 때 꼭 잊지 말아야하는 것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내가 기대하는 것에 대해 상대방은 거절할 수 있다라는 사실이다. 물론 거절 당하는 것이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해서 상대방에게 화를 내며 갈등의 시작점이 될 이유는 단 한 가지도 없다.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내심이다.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분명하게 상대방에게 잘 전달될 수 있을때까지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지쳐버리는 우리에게는 아직 남아있는 과제가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것은 바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중간에 끊지 않고 온전하게 다 들어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대체로 이것을 하지 못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중간에 끊고 내 이야기를 하는 경우들이 참 많다.)
대화는 말하는 것이 50, 듣는 것이 50이다. 그러나 내 생각과 다른 생각을 그리고 어쩌면 내 생각이 부정되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무척이나 힘들수도 있는 일이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견뎌내야만 한다. 그래야만 대화가 온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내 경우에는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더 어려웠기 때문에 그 이유 역시 무엇 때문인지 알아야만 했었는데, 친하게 지내던 친구에게 어느 날 내게 대화하던 중 "너는 너무 빨리 결론을 내려고 하는 것 같아."라는 말을 듣고 깨닫게 되었다. 내가 얼마나 낯선 관점에서의 이야기를 불편하게 여기고 그것을 견디기 힘들어하는지, 그리고 단순히 불편해하는 것을 넘어서서 때로는 쉽게 상대방이 나를 공격한다 여기고 방어하려 하는 태도를 보인다는 것을 말이다.
예를들면, 한 번은 동네에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맛있게 먹었던 음식점이 있어 가족들을 데리고 갔었는데 가족들이 음식을 먹고는 나와는 다르게 그 음식이 별로였다라고 이야기를 하자 은연 중에 서운하고 언짢은 감정이 불쑥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나와는 달리 그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인데, 내가 맛있게 먹었으니 가족들도 그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기를 기대하던 마음이 컸고, 그 기대가 채워지지 않자 감정이 상했던 것이다. 가족들의 음식에 대한 평가는 그 음식을 맛있게 먹고, 그곳에 데리고 가족들을 데리고 갔던 나에 대한 평가로 내 안에서 결론을 지었던 것이다.
"나는 여기가 맛있어서 데리고 왔는데, 입맛에 맞지 않는다니 아쉽네요. 다음에는 더 맛있는 데서 먹으면 좋겠어요."
다음에는 감정이 상할 필요없이 다음에는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곳에서 함께 즐겁게 식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먼저 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