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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 Jul 29. 2019

행복을 찾는 이야기

꿈을 꾼다는 것

"너는 꿈이 뭐니?"

"저는 동물학자가 될 거에요!"


누구나 지나왔을 꾸밈없이 해맑던 어린 시절의 나의 꿈은 '동물학자'였다. 호기심이 많았고, 호기심만큼 에너지도 많았다. 그래서 늘 집 근처 산에 올라 눈을 반짝이며 작은 곤충이나 동물들을 쫓았고, 가장 좋아하던 TV 프로는 만화영화를 제외하고는 늘 '퀴즈 탐험 신비의 세계'나 '동물의 왕국'이었다. 좋아하던 책도 '정글북'과 '야생의 엘자' 그리고 '시이튼 동물기'나 '파브르의 곤충기'에 대한 것들이었다. 사실 나는 '파브르'보다는 '시이튼'을 더 좋아했는데, 그 이유는 '시이튼'이 단순한 학자에서 멈추지 않고 스토리텔링 능력이 뛰어난 이야기꾼이기도 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의 이야기는 여운이 길게 남아 어린 아이임에도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주었고, 그 시간을 통해 그와 같은 동물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워나갔다. 어쩌면 내가 정말 매료되었던 것은 단순히 동물의 생태나 그것에 대한 연구가 아니라 동물과의 교감과 그에 대한 감동적인 이야기였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야생의 엘자'를 처음 읽었을 때 아기 사자들의 몸 위로 살아있는 동물들도 산채로 뜯어먹을 정도로 사납다던 불개미들이 기어가던 장면을 잔뜩 긴장한 채 읽던 기억과 엘자를 야생으로 떠나보내던 장면 등을 보고 혼자 눈물 흘리며 울기도 하던 기억이 짙게 남아 있다. 


그렇게 10대가 되기 전부터 꿈꾸던 '동물학자'의 꿈은 10대 후반 고등학교 1학년까지 이어졌지만 성적의 벽에 부딪히며 '학자'는 공부를 잘 해야 될 수 있는 것이고, 그 중 내가 꿈꾸는 '동물학자'는 이과에 속하는 분야로 포기하고 있던 '수학'이 필연적으로 따라온다는 사실을 알게되며 포기하게 되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그 때 당시 동물에 대한 지식과 열정은 주변에 누구와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았을 내가 사심 하나 없이 투명하게 키워오던 그 꿈을 내려놓게 된 이유가 너무 바보같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 때는 그 꿈이 얼마만큼 진지하게 키워왔던 것인지 그리고 어린 아이의 그 꿈을 지켜줄만큼 나를 지켜봐주던 조력자가 없었다.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를 하자면 그렇게 바보같은 이유로 꿈을 포기했던 내가 지금은 상담심리치료학 '석사'학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더 부끄러운 이야기는 스스로 '석사'학위에 걸맞는 실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음이지만..


새로운 꿈을 찾고 실력의 유무를 떠나 그 꿈을 쫓아 부족하나마 '상담사'가 되서 청소년들을 만나면서 꿈이 없는 아이들이 혹은 꿈이 있더라도 그 나이 때에 나와같이 그 꿈을 어떻게 지키고 쫓아가야할지 모르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미 성인이 된 후로 벌써 10년도 넘게 지난 지금에 와서야 뒤늦게 '꿈'을 어떻게 꾸고 쫓아가야할 지 진지하게 고민해본다. '어른'이라는 것이 되고 나서도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이인 내가 한 가지 명확하게 '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어느 누구도 '삶'에 대해 그리고 '미래'에 대해 정답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라는 것이다. 때문에 어떤 '꿈'도 포기해야할 이유같은 것은 단 한 가지도 없다. 만약 주변사람들이 혹은 스스로 그런 이유들을 애써 찾아내며 '꿈'을 포기하고 다른 것을 찾아볼 것을 이야기한다면 귀를 귀울일 가치라고는 단언컨대 1도 없다. '꿈'이란 것은 대체로 현재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울만큼 멀고 현실성이 없기 마련이고 '꿈'을 꾸는 사람이 떠올려야 하는 생각은 단 한 가지 뿐이다. 

"어떻게 꿈에 닿을 것인가?"


이 생각을 떠올리지 않는 '꿈'은 꿈이 아니다. 그것은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다양한 이유를 가져다대며 '꿈'을 포기할 것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그 '꿈'을 '망상'으로 취급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 말에 귀를 기울일 가치가 없다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들을 갖고 있고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취급받을만한 것이 없다. 내가 가진 것이 귀하다면 당연히 상대방이 가진 것 역시 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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