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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와 Oct 16. 2020

안녕, 해와

나는 도시의 숲에서

나는 도시의 숲에서 말없이 이 시간을 살아내고 있었어. 말과 움직임을 최소화하면서 지냈어.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 덕분에 폭주하던 나를 멈출 수 있었어.

해와를 2018년 가을 좀 우리 집에서 만난 후로 우린 연락으로도 만날 수가 없었네. 종종 그때 보던 영화 제목이 기억이 나질 않아서 해와에게 그 영화 제목을 물어보면 결말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영국 여자아이들이 학교를 탈출해 자신들의 공간을 마련하고 머리카락도 팔고소매치기를 하면서 지내던 그런 영화인데 기억나니? 다음엔 이 영화 제목 꼭 알려줘. 

그간 어떻게 지냈니? 지난주 월요일에 감기 때문에 고생은 좀 했지만, 출근하고 몇 분 지나지 않아 너에게 연락이 닿아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 누군가 우리의 글에 댓글을 달았다면서, 다시 편지를 시작하자고 하던 말들 말이야. 연락하면 이렇게 좋은 걸 연락하기를 주저하게 되었을까. 


만나는 사람은 줄어들고

그리운 사람은 늘어간다

끊어진 연에 미련은 없더라도

그리운 마음은 막지 못해


잘 지내니

문득 떠오른 너에게

안부를 묻는다


잘 지내겠지

대답을 들을 수 없으니

쓸쓸히 음 음 

선우정아 그려려니 中


데 연락하지 못했던 기간 동안 나 많이 아팠어. 그리고 좋은 일도 있었어. 폭주하던 나를 멈추고 돌아보기도 하고, 그냥 어그러졌던 일들도  바로잡았지. 숲에서의 너처럼 그냥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더라. 많은 표현보다 가만히 있고 싶었어. 가만히 있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면 좋겠더라고.

타인을 사랑하기보다 스스로 나를 더 사랑하기를 원했어. 그래서 애써 아무에게 나의 이야기를 내어주고 싶지 않았어. 다음번 편지에 하게될 이야기들은 무겁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대체로 행복한 이야기들이야.

이 편지를 읽는 동안 마음이 무거울지도 모르겠지만, 최대한 나의 마음을 활짝 열고 이야기하려고 해.삼 개월, 사개월 일곱 달, 삼일, 하루, 한 달, 하루 그리고 여섯 달의 쉼. 죽기 위해 아니면 버티기 위해 일어서기 위해 다시 살기 위해 발버둥 쳐왔던 18년도와 19년의 이야기. 잠시 뒤를 돌아볼 필요도 있겠지? 

오늘은 이만 길어질까 줄여보려 해. 내일은 출근을 해야 하니까.

해와 다시 연락하니까 좋다.  오랜만에 나의 묵은 감정들을 꺼내어 닦아보고 종이 위에 써보는 작업을 하는 게 쉽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좋아. 해와라 다시 이야기 할 수 있으니까. 해와가 들려줄 이야기들을 기다릴게. 


반가워 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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