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안녕 재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와 Aug 23. 2017

안녕, 재재

누구나 특별하거나, 누구도 특별하지 않거나.

재재, 나는 오늘 문득 어떤 질문을 만들어냈어. 소소한 사람들 사이에서 더욱 특별해지고 싶어하는 나쁜 존재들을 목도했기 때문인지도 몰라. 누구나 특별하거나, 누구도 특별하지 않거나. 재재, 넌 뭘 선택할거야? 나는 특별한 쪽을 선택할래 지금은.


누구나 특별해서 나만의 특별함을 스스로 찾아내는 세상을 나는 꿈 꿔. 스스로 자신의 특별함을 찾아내지 못해도 그 존재만으로 특별하다고 여길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은 사회를 꿈 꿔. 그 이유는 특별한 사람이 되려고 사는 삶보다 특별한 걸 이미 알고 있는 내가 더 즐겁게 삶을 살고싶기 때문이야.


이 세상에는 많은 나쁜사람들이 있지만, 엘리트 집단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해 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대. 월 19~29만원씩 내야 참석할 수 있는 책모임이야.  사실상 거기는 책모임이라기보다, 엘리트집단이나 그런 집단의 세계에 섞이고싶은 사람들이 돈을 내고 들어오는 사교모임이지. 물론 그 정도의 재력을 가진 사람들도 있겠지만 빚을 내서라도 그 모임에 가는 사람들도 있나봐.


그 모임에 가면 다른 세계를 경험할 수 있겠지. 고급차나 고급와인, 고급 스포츠, 고급 사람같은 것들의 정보를 공유하거나 돈으로 누리는 기득권들의 사회를 느낄 수 있을 거야. 그럼 거기에 참여한 사람은 현재 본인의 사회적위치나 재력이 어떻든 그들과 친구가 되고 공감하며 자신의 세계를 새로 구축하게 될지도 몰라. 그런데 그 모든게 장사라는거야. 특별해지고 싶다는 심리를 건들여 돈을 버는거지.


오랜만에 그렇게 '나쁘게' 돈을 버는 사람들 때문에 화가나서 욕을 했어. 더 심한 욕을 하고 싶었고, 곁에 있다면 따귀라도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어. 그런 다음엔 힘이 죽 빠지더라고. 왠지 무기력해졌지.


아직도 내가 살아가는데 절대 필요한 '돈'이라는 녀석이 그렇게 나쁘게 이용된다는 것이, 돈은 '생존'이라서 그것을 얻기위해 사람들이 하는 짓들이 허용된다는 것이. 너무 끔찍하고 무섭고 그래. 언젠가 그 돈이라는 것이 죽음의 벼랑끝에서 나를 덮치거나, 나를 삼키거나 하게 될 것 같아.


사실 내가 돈을 무섭고 싫어하는 이유는 그걸 사용하는 나를 변하게 만들까봐서야. 돈 자체가 싫다기보다 나쁘게 돈을 버는 사람들이 무섭고 끔찍해. 그 돈때문에 사람들을 궁지에 몰아넣는 사회가 더럽고 역겨워. 세상을 향해 소리를 빽빽 질러야하는 이유는 나날이 명백해져.


그렇게 소소하게 사는 삶도 특별하고, 거창하게 사는 삶도 특별한 거잖아. 특별한 삶의 기준은 절대 돈의 유무가 아닌데 그들은 본인의 특별함을 찾기보다 돈의 특별함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아. 그 논리를 더욱 완벽하게 만들어내려고 발악하는 자들이 그 심리를 이용해 돈을 버는 새끼들이지. 씨팔, 근데 내가 그걸 알고도 할 수 있는게 없어.


있지, 재재. 세상이 내가 죽기전까지도 내가 옳다고 믿는데로 돌아가지 않는다는걸 알게되니 나는 평생 어떤 소리를 치는 삶을 살 수밖에 없겠다 싶어. 자주 그런 생각해. 나는 평생 어떤 것을 외치며 살고 있겠구나. 그게 내가 사는 일이겠구나. 그렇지 않은 삶은 죽는게 낫겠구나 이런생각.


오늘 느닷없이 목도한 이슈고 화라락 불타오른 감정을 쏟아내서 미안. 늦은 편지에 욕을 써놔서 미안. 그래도 괜찮지? 항상 고마워. 제주에서 만나. 안녕-!

매거진의 이전글 안녕, 해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