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헤더 Heather Feb 21. 2021

1. 호주에서 infp로 살아가기 - 축구하기

소셜 축구 모임에 참가하다

중학교 시절 축구에 미친 적이 있었다.


우연히 본 청소년 국가대표의 경기를 보고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고 경기를 볼 때면 집에서 유니폼을 입고 응원을 했다. 아무리 늦은 시간에 경기가 열려도 라이브로 경기를 보곤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k리그에도 관심이 생겼다. 연고팀인 울산 현대의 경기를 직관하러 다녔다.

유니폼을 입고, 함께 응원가를 부리며 같은 팀을 응원했다. 나의 팀이 이기면 한없이 기쁘고 지는 날에는 하루 종일 화가 났다.


그렇게 축구에 대한 나의 사랑은 계속되었고 프리미어 리그도 보기 시작했다. 그 당시 나는 첼시의 팬이었고 그 시절 첼시 멤버들은 레전드였다.




당시 나는 존 테리 선수의 팬이었는데, 수비수임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공격도 하고 골도 넣고 주장으로써의 팀을 잘 이끌어 나가는 모습이 좋았다. 신기하게도 그 당시 첼시의 감독이 무링요 감독이었는데 지금 내가 응원하는 토트넘의 감독이 무링요이다. 중학교 시절 나의 버킷 리스트에는 첼시의 홈구장인 스탬퍼드 브릿지에 방문하는 것이 있었는데 2016년 유럽 여행을 하며 그 꿈을 이룰 수 있었다.




당시 밤낮으로 축구 경기를 보고 경기장에서 직관을 하고 심지어 학교에도 유니폼을 입고 다닐 정도로 축구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다. 그러다 우연히 아담 샌들러라는 배우를 알게 되면서 나의 모든 관심은 자연스럽게 영화, 미국 그리고 해외생활로 바뀌게 되었다. 그렇게 중학교 시절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해외로 나오기까지 아니 해외를 나오고 나서도 축구에 대해서 까맣게 잊고 살았다.



러시아 월드컵이 열렸던 2018년.


한국팀의 경기를 보게 되었는데 예전에 내 안에 숨어있던 그 열정이 다시 느껴졌다.

그렇게 그 날부터 다시 축구를 좋아하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축구를 좋아하고 있다.


다시 축구를 좋아하게 되면서 프리미어 리그도 다시 보기 시작했고 토트넘의 팬이 되었다.

한국 선수가 있어서 더욱 관심이 가기도 했지만 팀 자체도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2019년, 싱가포르에 토트넘이 경기를 하러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휴가를 내고 호주에서 싱가포르로, 토트넘 경기만을 위해 날아갔다. 상대가 마침 유벤투스라 호날두 선수, 사리 감독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아직도 꿈같지만, 이 날 포체티노 감독과 그의 아들 그리고 코치단과도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호주에 살면서 취미 만들기 위해 엄청 노력했다.


골프도 배워보고 테니스도 배워보고 서핑도 해보고..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꾸준히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정도로 관심이 가는 취미를 찾을 수 없었다. 취미를 찾지 못해 스트레스도 받곤 했다.




그렇게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친구가 말하길 '나는 네가 취미가 많다고 생각하는데? 네가 축구 보는 것도 취미잖아.'


그제야 알게 되었다. 나는 너무 취미를 찾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었고, 정작 내가 즐겨하는 것을 생각해볼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내가 늘 하는 것이 축구 보기인데 이게 나의 '취미'라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축구 보는 것을 좋아하니 축구를 직접 해보는 건 어떨까 싶었다.


다른 사람들과 팀을 이루고 주기적으로 경기를 하면 운동도 되고 좋은 취미가 될 것 같았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니 잘 알고 꾸준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Football in Perth, Football Lesson in Perth, Soccer in Perth 등 검색을 해보았지만 호주의 풋볼인 *Footy만 나올 뿐이었다. 축구가 비인기 종목인 호주에서 축구를 즐기는 것이 참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풋볼 아카데미 한 곳을 겨우 찾을 수 있었는데 1:1 레슨 비용이 무려 100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배울 곳이 없으니 그곳에서라도 배워볼까 싶었다.



호주의 국민 스포츠, Footy.


틈틈이 퍼스에서 축구 레슨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아보았다. 그러다 우연히 Meet up이라는 사이트에서 검색을 해보게 되었다. Meet up은 보통 외국인 친구를 만나거나 언어 교환을 할 때 사용하는 어플이라 생각했는데 다양한 스포츠 액티비티를 즐기는 그룹들도 많았다. 축구 그룹도 몇 개 있었는데 그중에서 가장 활성화되어있는 곳이 있었고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매일 축구 경기를 했고 프로페셔널한 경기보다는 소셜 축구를 하는 그룹인 것 같았다. 그렇게 그룹에 가입을 했다. 지인들 중에 축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없어서 혼자라도 갈까 하던 참에 하우스메이트가 관심이 있다고 하여 함께 가기로 했다.


둘 다 축구를 해본 적이 없어(나는 마지막으로 해본 게 중학교 시절이라 거의 없음이나 다름없다.) 걱정이 되었고 호스트에게 초보자도 참여할 수 있냐고 메시지를 해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호스트는 걱정 말라며 웰컴이라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축구 모임에 가보기로 했다.




그렇게 경기 당일이 되었고, 모임 장소에 도착했지만 쉽게 들어갈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실내 체육관 안의 사람들은 이미 공을 가지고 몸을 풀고 있었고 누가 봐도 기본 실력이 탄탄한 사람들이었다. 둘 다 내성적인 성격이기도 하고 자신감이 없어져서 집으로 갈까요? 하고 농담도 했다.




그러다 호스트로 보이는 사람을 만나게 되고 돌이킬 수 없이(?) 체육관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호스트는 계속해서, 괜찮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렇게 1회 경기 비용을 지불하고 경기가 시작하기 전 잠시 기다렸다. 총 4팀이 있었고, 각 팀당 5명 정도의 인원이 있었다. 각 팀끼리 두 번 경기를 하게 되고 각 경기 시간은 10분이었다. 그렇게 경기는 바로 시작되었다.




아무것도 몰라서 몸을 풀지도 못했고 바로 경기에 투입되어 이리저리 뛰기 시작했다. 축구를 자주 봐서 규칙을 알지만 실제로 축구를 하니 머릿속이 하얘지고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고맙게도 처음 본 팀원들이 나를 위해 공을 패스해주기도 하고 배려해주기도 했지만 공을 잡으니 나의 마음과는 달리 계속 다른 팀의 선수들에게 패스를 하지 않나, 헛발질을 하지 않나.. 속에서는 울고 있었다.




나에게 답답한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나와 같은 팀이 된 사람들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도움이 되고 싶은데 도움은 못 되고 민폐만 끼치는 것 같았다.




어찌 됐든 1시간 30분의 시간이 흐르고 모든 경기가 끝이 났다. 팀원들은 수고하셨다고 해주셨지만 너무 민망하고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이 또한 경험이니 왠지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축구를 어느 정도 한다면 이 모임에 나와서 매주 경기를 뛰고 사람들도 만나고 하는 좋은 기회가 되겠지만 나처럼 축구를 해본 적이 없다면 이 모임에 바로 나가는 것은 민폐만 끼칠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축구를 하는 것이 꽤 재미있었고 잘 맞다는 생각이 들었고 앞으로 실력을 쌓아서 제대로 함께 경기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경험을 기회삼아 앞으로 호주에서 축구를 취미로써 꾸준히 해 보려고 한다.



*Footy: 미식축구와 마찬가지로 풋볼 계열중 하나이다. 공식 명칭은 오스트레일리아식 축구 (영어로는 Australian rules football / Aussie rule)이지만 대다수는 그냥 푸티라고 한다.




[이전글]


매거진의 이전글 0. 호주에서 infp로 살아가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