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신 : 제목 없음

나에게 태어나 너에게 간다

by 시지프의 아내

너는 이미 죽은 말이라 했다

시간의 틈에 뭉개지고 부서진

소멸한 언어의 부스러기라고


반대편을 향해 달리는

바보 같은 열차에 올라탄 거라고


외로움으로 그림자 마저 삼킨

낡은 방에 남겨질 거라고


하지만 나는 뙤약볕에

죽음을 나눠 이고 가는 행렬에서 나와

오래전 아득한 골짜기에 던져진

꺼진 심장을 꺼내러 간다


밤을 더듬어 찾은 어둠의 질감

몸 한 구석에서 흘러나오는

알 수 없는 슬픔을

다시 가슴에 찔러 넣고

흩어진 기도처럼 세상의 반짝이는

모든 것을 발아래 모은다


써 내려가다 보면 닿게 될

지친 누군가 받게 될

제목 없는 서신을 쓰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