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처음이지
남은 연차를 모두 소진해야 하는 마당에
어디를 갈까 또는 무엇을 할까 하다가 대만으로 여행을 떠나는 쪽으로 마음이 이끌렸다.
베트남도 있고 중국도 있고 태국도 있었지만 대만을 고른 결정적 이유는
날씨와 환경 때문이었다.
너무 더운 곳은 싫었고... 12월의 대만은 우리의 가을과 비슷한 기온이었다.
중국은 아직 혼자선 자신이 없다.
먼저 항공권을 선택했다.
12월 9일 인천 출발, 12월 13일 대만 출발을 검색했더니 204,000원대의 이'별'젯사의 항공권이 있다.
우선 예약, 결재는 다음날 정오까지이므로 좀 더 검색해보기로... 했지만
이튿날 오전에 바로 결재를 해버렸다.
결재하고 보니 그제야 시간이 눈에 들어온다.
인천 출발시간 08:00!!!
두 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하려면 집에서 04:30 전에 전철을 타야 하는데 그 시간에 전철은 없다.
'그럼 서울역까지 택시를 이용해야 하나..' 했더니
다행히도 집 근처에서 공항리무진 버스가 있다.
'휴~... '
안도했더니
돌아오는 대만에서의 출발시간이 오전 10:45분이다.
한국에서 출발할 때처럼 꼭두새벽에 일어나야 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 날 하루는 그냥 아침 먹고 '땡' 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아까운 일정이다.
몇 년 만에 가는 해외여행에서의 소중한 하루를 그냥 날리는 일정이라니.
이게 다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때문이다.
보면, 여행의 마지막 날은 모두들 아침에 일어나 바로 공항으로 출발해서 떠나갔다.
'어서 와, 대만은 처음이지'
그래, 대만은 처음이다만 귀한 여행의 하루를 그렇게 날리기는 아쉬워 여행사에 일정 변경에 대해서 문의를 남겼다.
돌아온 답변은 그날 항공편은 내가 결재한 그 한편 뿐이고, 취소를 한다면 한편당 6만 원에 수수료 3만 원, 도합 15만 원이란다.
20만 원짜리 항공권에 대한 수수료 치고는 너무 컸다.
할 수 없지... 오랜만의 해외여행이고 대만은 처음이니까.
그냥 가자.
대신 그만큼 풍족하게 누려보자.
사전조사를 철저히 하는 건 귀찮지만 그래도 숙소는 정해야겠지.
여러 숙박 어플 중에서 동남아 여행에 좀 더 낫다는 '여행이 영어로 뭐지?'라는 어플로 검색을 해보니 도미토리가 세금 포함 2만 원에서 2만 5천 원선.
몇 군데의 후기를 보다가 한 호스텔의 '여행자를 위해 설립한...'이라는 문구를 보고 혹해서 집중적으로 들여다보았더니 깨끗하고 친절하고 위치도 나쁘지 않아서 찜해두고 예약을 시험해보았다.
비성수기라 그런지 주말을 제외한 어느 날도 모두 예약이 가능했다.
나는 평일 여행자이다.
남은 연차를 12월 중하순으로 넘기지 않은 것도 성수기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방학과 크리스마스, 그리고 연말, 연초 휴가기간의 성수기는 복잡하고 비싸질게 뻔하다.
출발일 며칠 전까지 두고 보다가 우선 2박을 예약했다.
4박 중 2박만 예약을 한 것은 가서 보고 실망할 경우를 대비하고, 또 혹시 모를 이동을 위해서였다.
다음은 환전.
달러로 환전한 다음 대만에 가서 다시 대만 달러로 환전하면 된다는데 이때, 화폐단위가 큰 달러일수록 유리하단다.
그런데 이보다는 그냥 동대문이나 명동의 환전소에서 바로 대만 달러를 사서 가는 게 여러모로 더 편리하다고 해서 동대문으로 나갔다.
30만 원을 인출기에서 뽑아 환전소 몇 군데 돌아다녔더니 모두 팔렸다는 대답.
오전에 일찍 오지 않으면 없단다.
다만 저녁때가 되면 대만 달러가 들어오니 그때 다시 오란다.
돌아다니다가 저녁에 다시 올까... 하다가 골목으로 좀 더 들어간 곳에 있는 환전소에 갔더니 있단다.
30만 원을 7,700대만 달러로 바꿨다.
환전을 하며 "동전은 필요 없고 지폐로만 주세요" 했더니
환전소 직원이 "저희도 동전은 없어요" 한다.
멋쩍게 웃었다.
이제 날씨를 한번 살펴볼까 하고 검색을 해보니... 젠장, 가는 날 빼고 모두 비!!!!
생각보다 대만은 비가 잦은 나라였던 것이다.
그나마 강수량이 적은 12월이라지만 그럼에도 비비비비....
가는 날 빼고 모두 비예보다.
걷기 편한 신발을 신고 싶었지만 발이 젖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
신발은 바닥이 좀 단단하지만 방수가 되는 등산화로 정하고 우산은...
우산은 가서 사기로 했다.
대만 우산이 괜찮다던데.
가벼운 방수재킷과 모자, 110V용 돼지코도 챙겼다.
24L 배낭을 꾸리고 벨트 색에 카메라를 담았다.
트렁크나 캐리어는 없다.
매고 지고는 다니겠는데 끌고 다니는 건 어색하다.
유심칩을 바꿔 끼고 빼고 하는 게 번거로울 것 같아
통신사 상품중에서 아시아패스에 가입했다.
다행히 내 여행기간과 같은 5일 이용권이 25,000원.
데이터 2GB, 데이터를 이용한 T전화는 무료.
T전화 설치하고 구글맵도 설치하고...
5년 되어가는 내 스마트폰은 금방 저장 공간이 가득 차서 잘 사용하지 않는 앱을 지워야 했다.
배터리도 금방 닳았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5,000mAh짜리 보조 배터리도 구입했다.
이만하면 준비는 얼추 됐겠지.
출발 전날 친구의 친구가 며칠 전에 대만에 다녀왔다면서 몇 가지 정보를 주었다.
다른 건 모르겠고 영수증을 꼭 챙기라는 것.
영수증이 곧 복권이란다.
맞을 확률도 거의 없고 맞더라도 대만까지 가야 하는데
당첨돼서 다시 간다면 대 환영이지만 난 복권 같은 건 잘 되지 않는다.
그래도.. 혹시.. 하는 마음에 영수증은 기필코 챙기기로.
대만은 입국신고서를 사전에 작성할 수 있다.
온라인으로 미리 작성하면 입국 수속 때 더 편리하단다.
그리고 '은하동'을 가보고 싶었는데 한번 가보고 좋으면 얘기해달라고 추천해준다.
사진으로 보니 이름만큼이나 상큼함이 느껴지는 장소였다.
가보고 싶은 곳을 몇 군데 골라보았다.
양명산, 지우펀, 스펀, 101 타워, 고궁 박물관...
일정은 현지 날씨에 따라 조정하기로 하고.
준비를 하는 데 따르는 즐거움과 스트레스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갔다.
적당한 기대와 적당한 긴장.
꼼꼼하게 조사하고 준비하는 것보다는 대략적으로만 알고 가는 게 좋다.
조금 피곤해도 더 알아보고 일정을 촘촘하게 짤 수 있지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몇 가지만 추리고
나머지는 현지에서 맞닥뜨리는 게 나만의 시선으로 여행지를 받아들일 수 있다... 고 생각한다.
절대 귀찮거나 게을러서 그런 게 아니다.
간단한 인사말과 에티켓, 피해야 할 대화(어차피 대화는 어렵지만)는 찾아보았다.
참, 집에 있던 태극기 열쇠고리도 넣었다.
누구일지 모르겠지만 고마운 사람에게 선물로 줘야지.
이번에도 엄마는 '해외'에 나간다며 봉투를 건네셨다.
일부만 엄마의 마음으로 받았다.
첫 해외여행과는 다르게 '기분전환과 쉼'이라는 느낌이 많았다.